조주록 下
7. 앉은 채로 왕을 맞이하다
스님께서 언젠가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처음 약산(藥山)에 도착하여 한 구절을 듣고 나서는 지금까지도 넉넉히 배가 부르다.”
스님께서 방안에서 좌선하고 있을 때, 소임자가 대왕이 뵈러 왔음을 알렸다. 대왕이 절을 다 마치자 주변사람들이 물었다.
“나라의 왕이 오셨는데 무엇 때문에 일어나지 않으십니까?”
“그대는 여기 나를 모르는가? 하급 사람이 오면 절 문까지 나가서 맞이하고, 중급 사람이 오면 선상을 내려가서 맞이하고, 상급 사람이 오면 선상에 앉은 채로 맞소. 대왕을 중급이나 하급 사람이라 부를 수 없으니, 대왕을 욕되게 할까 두렵소.”
대왕은 매우 기뻐하며 스님께 진부(鎭府)에 오셔서 공양 받으실 것을 두 번 세 번 청하였다. 스님께서 주원외(周員外:員外는 정원 외에 두는 관직명)에게 물었다.
“그대는 꿈에라도 임제스님을 보았는가?”
원외가 주먹을 세우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느 쪽에서 보느냐?”
“이쪽에서 봅니다.”
“어느 곳에서 임제스님을 보았는가?”
원외가 대답이 없자 스님께서 물었다.
“주원외는 어디서 왔는가?”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습니다.”
“날아왔다 날아가는 늙은 까마귀가 아니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