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경 제4권
39. 불설부위우자경(佛說負爲牛者經)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서 유행하시면서 대비구 대중 1,250명과 여러 보살들과 함께 계셨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이른 아침에 옷을 입으시고 손에는 발우를 드시고 성 안에 들어가 걸식을 하셨다.
그때 먼 곳에 사는 사람에게 살찌고 힘이 센 큰 소가 한 마리 있었는데 이 성에 사는 사람에게 팔았다.
그 사람은 이 소를 사서 죽이려고 데리고 나왔다가 성문에서 부처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 주인은 그 소가 크고 힘이 세서 갑자기 달아날까봐 10여 명의 사람을 청해서 소와 같이 왔다.
소가 멀리서 부처님을 보고 마음이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여 가죽 끈을 끊고 도망을 쳤다. 수십 사람이 그 소를 잡으려 하였으나 잡지를 못했다.
달려서 여래에게 오니, 여래께서는 즉시 그 본래의 숙명을 아시었다.
아난이 이를 보고 여래에게 부딪힐 것을 두려워하여 앞에서 귀를 잡아 한쪽으로 끌어내었다. 모든 사람들도 여래를 다치게 할까봐 두려워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소가 와서 듣도록 하라. 그 소를 꾸짖지 마라.”
소는 부처님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서는 부처님 앞에서 양다리를 굽히고 부처님의 발에 얼굴을 대고 울었다.
눈물을 흘리며 제 스스로의 입으로 말했다.
“세존이시여, 크게 불쌍히 여기셔서 이 위태로운 액난에서 구제하여 이 어려움을 벗어나게 해주십시오.
지금이 바로 그때이옵니다. 큰 성인은 만나 뵙기가 어려우니, 억 년의 시기에 출현하시는 까닭은 중생을 위하시기 때문이옵니다.
오직 넓으신 자비를 내리셔서 구제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매우 불쌍하게도 뜻으로 사람을 미혹했기에 이와 같은 환란을 만나게 되었구나.”
아난은 하늘과 용과 귀신과 사람들과 함께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까닭이 매우 괴이하게도 축생의 종류가 스스로 하늘과 같이 존귀한 분에게 스스로 귀의했기 때문이었다.
아난은 무릎 꿇고 거룩한 세존께 여쭈었다.
“이 소가 부처님을 뵙고 어찌하여 스스로 귀의한 것입니까? 그 본말이 어떠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과거 아주 오랜 옛날에 전륜왕이 있었는데 사천하의 주인으로서 천 명의 아들과 7보(寶)를 가지고 정법으로 나라를 다스렸다. 만민의 뜻을 어기지 않으니, 천하가 태평하고 백성들은 안녕하며 5곡은 풍성하였다.
또한 왕은 네 가지 덕(德)이 있어 백성을 자식처럼 여겼으며 백성은 왕을 아버지같이 받들었으니, 사문 범지며 장자와 백성들은 친히 와서 왕에게 아뢰지 않는 이가 없었다. 몸에는 일찍이 병이 없어 오랫동안 편안하였으며, 사방에 덕을 베풀어 그 덕이 시방에까지 퍼져나갔다.
그때 전륜왕은 사방을 돌아보고 궁으로 돌아오다가 옛날에 친히 알던 사람이 빚쟁이가 되어 나무에 묶여서 가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때 전륜왕은 칠보시종(七寶侍從)이 멈추어 선 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까닭을 이상하게 여겼다. 멀리서 보니 옛날에 알던 사람이 50냥의 금을 빚져서 가지 못하게 된 것이었다.
성왕은 그 빚을 갚아주고 그를 풀어서 가게 하였다.
‘경은 100냥의 금을 갚아야 마땅할 것이오.’
그 사람이 말했다.
‘저는 또한 어떤 사람에게도 100냥의 금을 빚지고 있습니다. 그것을 갚아야 합니다. 도저히 그냥 방치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자 성왕은 즉시 여러 신하에게 궁에 도착하는 대로 그 100냥의 금을 갚아주라고 명령하였다.
신하는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즉시 빚쟁이를 풀어주어 집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그 사람은 자주자주 왕궁의 문에 와서 금을 요구했으나, 얻지를 못하였다.
빚쟁이가 그에게 요구하니, 알 수 없는 곳으로 피해버렸고, 드디어는 생사에 이르러 무수한 겁 동안 생사를 왔다 갔다 했는데 빚진 것을 갚지 않았기에, 금세에 이르러 이 소의 몸이 된 것이니라.
빚진 것 때문에 수천 냥의 금에 팔리게 된 것이고, 그리하다 와서 부처에게 귀의하고 숙세의 인연으로 끌려오게 된 것이니라.”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전륜왕은 곧 나였고 그 빚쟁이는 이 소였느니라.
부처가 그때 성왕이 되어 그 빚을 갚고 풀어주었는데, 그는 끝내 그것을 갚지 않았느니라.
그리하여 부처에게 와서 귀의하며 그 빚을 갚아주기를 구하는 것이니라.”
부처님께서는 그 소의 주인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그대를 위하여 걸식을 하여 이 소의 값을 배상하겠소.”
그 소의 주인은 그 말을 듣지 않고 소를 돌려달라고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말씀하셨다.
“나는 소 몸의 근량을 달아서 가볍건 무겁건 근만큼의 금을 주겠소.”
그러나 그 말을 듣지 않았다.
그때 제석과 범천과 하늘이 모두 내려와서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걸식하지 마십시오. 얻어야 할 만큼의 만천억 냥의 금을 저희들이 마련하겠습니다.”
그리고는 양쪽에 소가죽을 펴고 제석과 범천과 사천왕이 그 위에 금은보화를 가득 쌓아 그 소가죽이 가득 차게 하였다. 그랬더니 그는 소를 놓아주었다.
그 소는 기원정사에 도착하여 그 문 안으로 들어와서는 부처님과 여러 거룩한 대중들의 모습과 여러 보살들의 덕을 관찰하였는데, 헤아릴 수 없이 높고 당당하게 빛나는 것이 마치 별 사이에서 빛나는 달이 그 위신을 멀리까지 비추어 가늠할 수가 없는 것과 같았다.
그때 사유하면서 불ㆍ법ㆍ승을 생각하다가 7일 만에 목숨을 마쳤고, 홀연히 천상에 태어나 자신의 숙명과 세존의 공덕을 알아 기억하고는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아와 꽃을 뿌려 부처님께 공양을 올려서 그 은덕을 갚고서 부처님의 발아래 머리를 조아리자 부처님께서는 경을 설해주셨다.
그러자 즉시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내어 문득 선 채로 불퇴전지(不退轉地)에 이르고 이어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어 다시 천상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