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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경요집 제8권
13.3. 배은연(背恩緣)
『백유경(百喩經)』에서 말한 것과 같다.
“옛날 어떤 부인은 그 성질이 절도 없이 황음(荒婬)하여 욕정이 너무나 왕성하였으므로 늘 그 남편을 미워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항상 어떤 방책(方策)을 생각하여 자주 그 남편을 해치려고 하였다. 그래서 갖가지로 계획을 세워보았으나 그 짱을 얻지 못했다.
그러던차에 마침 납펀이 이웃 나라에 사선으로 가게 되었다.
그녀는 몰래 독을 넣어 만든 환약을 남편에게 주면서 그것으로써 남편을 해치려고 거짓으로 남편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지금 사신이 되어 먼 길을 가시는데 혹 뭐라도 부족한 것이나 없을지 염려됩니다. 그래서 지금 내가 오백 개의 환희환(歡喜丸)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으로 양식을 삼고 노자돈에도 보태도록 하십시오.
이렇게 당신을 보냅니다만 당신이 만약 국경을 벗어나서 남의 나라로 가시자면 배고프고 피곤할 때가 있을 터이니 그 때마다 이것을 잡수십시오.’
남편은 그 말대로 그것을 받아 가지고 길을 떠나 다른 나라 경계에까지 갔으나 미처 그것을 먹지 못했다.
그러다 깜깜한 밤이 되어 숲 속에서 자다가 사나운 짐승들이 두려워 나무 위로 피해 올라가는 바람에 그 환희환을 잊고 나무 아래에 그대로 두었었다.
그 날 밤에 오백 명의 도적을 만났는데 그들은 그 나라 왕의 딸 오백 필과보물들을 훔쳐 가지고 그 나무 밑에 와서 쉬었다.
도망쳐 왔기 때문에 모두들 목마르고 배고프던 차에 그 나무 아래 놓아둔 환희환을 보고 모든 도적들이 가져다가 각각 한 알씩 먹었다. 약의 독기가 성해지자 오백 명의 도적떼는 한꺼번에 다 죽어버렸다.
그 때 나무 위에 있던 사람들은 이튿날 새벽에 이 도적떼들이 나무 밑에 죽어 있는 것을 보고 시험해 보고는 그 시체를 칼로 찔러 놓기도 하고 활로 쏘아 놓고는 그 말들과 재물과 보배를 거두어 가지고 그 나라로 달려갔다.
그 때 그 나라의 왕은 많은 군사를 데리고 도적들의 뒤를 쫓아오다가 도중에서 이 사람들을 만났다.
그 나라 왕은 이 사람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어떤 사람이며 어디에서 그 말을 얻었느냐?’
그 사람들이 대답하였다.
‘우리들은 아무 나라 사람들인데 길에서 도적떼를 만나 서로 쏘고 찌르고 하면서 싸우다가 오백 명의 도적들은 지금 다 나무 밑에 한꺼번에 죽어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우리가 이 말과 보배를 거두어 가지고 당신의 나라로 가는 중입니다.
만약 내 말을 믿을 수 없으면 가서 도적들이 장에 찔려 살해된 현장을 보고 오십시오.’
이 왕은 곧 측근이면서도 믿을 만한 사람을 보내 살펴보게 하였는데 과연 그들의 말과 같았다. 왕은 매우 기뻐하면서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고 찬탄하였다. 이윽고 나라로 돌아와 그 사람들에게 후한 상을 주었고 또한 마음을 봉해 주었다.
그 왕의 옛 신하둘은 다 이 사람들을 질투하여 왕에게 아뢰었다.
‘저들은 먼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라서 아직 복종할지 믿기가 어려운데 어찌하여 경솔하게 그처럼 사랑하고 후하게 대우하시며, 심지어 벼슬까지 주어 저희 옛 신하들보다 더 우대하십니까?’
먼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그 말을 듣고 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어느 용맹 있는 사람이 나와 함께 시합해 보겠습니까?
저 넓은 평원『(平原)』에서 그 기예를 능히 한 번 겨루어 보시기를 간청합니다.’
옛 신하들은 깜짝 놀라 감히 대적하려는 사람이 없었다.
그 뒤 그 나라의 큰 광야(曠野)에서 사나운 사자가 길을 막고 사람을 죽이고 왕의 도로까지 끊어버렸다.
그 때 그 나라의 옛 신하들이 함께 상의하였다.
‘저 먼 나라에서 온 사람은 용맹이 있어 아무도 대적할 이가 없다고 스스로 말하고 있다.
그러니 지금 저 나그네가 만일 이 사자를 죽여 나라의 해룰 제거한다면 얼마나 기특한 일이겠는가?’
이렇게 의논을 하고 나서 왕에게 아뢰었다. 왕이 그 말을 듣고 나서 곧 그 사람에게 칼과 창을 주면서 사자가 있는 곳으로 보냈다.
그 때 먼 나라에서 온 사람은 이미 왕명을 받고 난 뒤라 그 마음을 단단히 먹고 사자가 있는 곳으로 갔다.
사자가 그 사람을 보자 기운을 떨쳐 큰 소리를 치면서 그 사람 앞으로 날세게 달려왔다.
먼 나라에서 온 사람은 놀랍고 두려워서 곧 나무 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사자는 입을 벌리고 머리를 치켜든 채 나무 위를 쳐다 보았다.
그 사람은 두렵고 황급한 나머지 가지고 있던 칼을 사자의 입 속에 떨어뜨렸다.
그리자 사자는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그 때 먼 나라에서 온 사람은 기뻐 뛰면서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그러자 왕은 배나 더 예우하여 대접하니, 온 나라 사람들도 모두 공경하고 감복하며 한결 같이 찬탄하였다.”
또 『제경요집(諸經要集)』에서 말하였다.
“어떤 사람이 숲 속에 들어가서 나무를 베다가 정신이 햇갈려서 길을 잃었다.
때마침 큰 비는 쏟아지고 날마저 저물었는데 배고픈 데다 날씨까지 추웠다. 더구나 모진 벌레와 사나운 짐승들까지 그를 해치려고 하였다.
이 사람은 석굴(石窟)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큰 곰 한 마리가 있었는데, 그는 그 곰을 보고 놀라 도로 나오려고 하자
곰이 그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하지 마시오. 이 집은 따뜻하니 여기에서 주무십시오.’
그 때 이레 동안 계속해셔 비가 내렸는데, 곰은 늘 단 과일과 맛있는 물을 그 사람에게 공급해 주었다. 칠 일 만에 비가 멎자 곰은 그 사람을 데리고 나와 그에게 길을 알려 주면서 말하였다.
‘나는 죄를 지은 몸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나를 미워합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묻더라도 나를 보았다는 말을 하지 마십시오.’
그 사람은 그렇게 하겠노라 대답하고 돌아오는데 그 사람 앞에 여러 사냥꾼들이 나타나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디에서 오십니까? 어떤 짐승 무리들을 보시지는 못했습니까?’
대답하였다.
‘큰 곰 한 마리를 보기는 했지만 내가 그에게 은혜를 입었기 때문에 당신들에게 가르쳐 줄 수가 없습니다.’
사냥꾼이 말하였다.
‘당신은 사람의 무리입니다. 사람끼리 서로 만났는데 어찌 그렇게도 곰을 아끼십니까?
지금 한 번 길을 잃으면 어느 때에 다시 오겠습니까?
당신이 나에게 곰이 있는 곳을 가르쳐 주면 나는 당신에게 곰 고기를 더 많이 드리겠습니다.’
이 사람은 마음이 돌변해 곧 사냥꾼을 데리고 가서 곰이 있는 곳을 가르쳐 주었다.
사냥꾼은 곰을 잡아 즉시 많은 고기를 그에게 주었고, 이 사람이 손을 펼쳐 곰고기를 받으려 하자 그의 두 팔이 한꺼번에 떨어졌다.
사냥꾼이 말하였다.
‘당신에게 무슨 죄라도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이 곰은 나를 마치 아버지가 친자식을 돌보듯 보살펴 주었는데 나는 지금 그 은혜를 배반하였으니 이는 그 죄의 과보입니다.’
사냥꾼도 원망스럽고 두려워서 감히 그 고기를 먹지 못하고 그 고기를 가져다가 여러 스님들에게 보시하였다.
그 중 나한(羅漢)이 여러 하좌(下座) 스님들에게 말하였다.
‘이 곰은 바로 보살아었소. 마래 세상에 출현하여 마땅히 부처가 될 것이니, 그 고기를 먹지 마시오.’
그리고는 곧 탑을 세우고 공양하였다. 땅은 그 말을 듣고 온 나라에 영을 내렸다.
‘은혜를 배반한 사람은 아무도 이 나라에 살지 못하게 하라.’”
[『신바사론(新婆沙論)』에는
“그 때 상좌는 고기를 보고 곧 보살의 고기임을 알고 모두 취하여 향나무에 불을 지펴 그 고기를 태운 뒤에 그 뼈를 거두어다가 솔도파(窣堵波:탑)를 세우고 예배하고 공양하기를 마치 부처님의 탑에 하듯 하였다”고 되어 있다.〉
또 『구색록경(九色鹿經)』에서 말하였다.
“옛날에 보살의 몸은 아홉 가지 색깔을 띤 사슴이었다. 그 사슴의 털 색깔은 아홉 가지 색깔이었고 그 뿔은 희기가 눈과 같았다. 늘 항하강(恒河江)가에서 물을 마시고 풀을 뜯어 먹으면서 항상 한 마리 까마귀와 친한 친구가 되었었다.
그 때 물 속에 어떤 사람이 빠져 물결을 따라 떠내려오면서 잠겼다 떴다 하다가 머리를 치켜 들고 하늘을 우러러 울부짖었다.
‘산신(山神)ㆍ수신(樹神)ㆍ하늘ㆍ용신들은 어째서 저를 불쌍히 여기지 않습니까?’
사슴은 그 말을 듣고 물로 내려가 그를 건져주려 하면서 말하였다.
‘그대는 내 둥에 타서 내 뿔을 꼭 잡으시오.’
사슴은 그 사람을 짊어지고 언덕 위로 올라갔다.
물에 빠졌던 사람을 땅에 내려놓자 그는 사슴을 세 바퀴 돌고 사슴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면서 말하였다.
‘바라건대 당신은 대부(大夫)가 되시오. 나는 종이 될 터이니 나를 시켜 물을 긷고 풀을 뜯어오라고 하시오.’
사슴이 말하였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우선 각각 제 갈 길로 갑시다.
당신이 내 은혜를 갚으려거든 내가 있는 이 곳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십시오. 사람들은 내 가죽과 뿔을 탐내어 틀림없이 와서 나를 죽일 것입니다.’
그 때 국왕의 부인이 밤에 자다가 꿈 속에서 아홉 가지 색깔의 사슴을 보고 곧 병이 든 것처럼 핑계대고 일어나지 않았다.
왕이 그 까닭을 묻자 그녀가 대답하였다.
‘제가 어젯밤 꿈에 범상치 않은 사슴을 보았습니다. 그 털빚은 아홉 가지 색깔이었고 그 뿔은 눈처럼 희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그 가죽을 얻어 요를 만들고 그 뿔로는 불자(佛子)의 자루를 만들고 싶습니다.
왕께서는 꼭 저를 위하여 구해 주십시오. 왕께서 만약 구해 주지 못하신다면 저는 장자 죽고 말 것입니다.’
왕은 곧 온 나라에 수집하게 하였다.
‘만약 누구든지 그 사슴을 구해오는 자가 있으면 마땅히 나라를 나누어 주어 다스리게 하리라. 그리고 금 발우에 은 곡식을 가득 담고 그 은 발우에는 금 곡 식을 가득 담아 상으로 주리라.’
물에 빠졌던 사람이 그 말을 듣고 부귀를 취하고 싶어서 생각하였다.
‘사슴은 곧 축생(畜生)이다. 그것이 죽고 사는데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그리고는 왕에게 가서 그 사슴이 있는 곳을 알고 있다고 말하였다.
왕은 크게 기뻐하며 말하였다.
‘네가 만약 그 가죽과 뿔을 얻어 오면 이 나라의 반을 주겠노라.’
그러자 물에 빠졌던 사람의 얼굴에 문둥병처럼 부스럼이 생겼다.
물에 빠졌던 사람이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이 사슴은 비록 축생이기는 하나 큰 위신(威神)이 있습니다. 왕께서는 마땅히 많은 군사를 출동시켜야만 비로소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왕은 곧 많은 군사를 출동시켜 곧바로 항하강 가로 갔다.
그 때 까마귀는 나무꼭대기에 앉아 있다가 왕의 군대가 오는 것을 보고 곧 사슴을 불러 말하였다.
‘친구여, 우선 일어나시오. 왕의 군사들이 오고 있습니다.’
사슴이 일부러 깊히 잠든 체하고 일어나지 않자 까마귀가 내려와 사슴의 귀를 쪼있다.
사슴은 그제서야 놀라 일어나서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돌아보았다. 그러나 달아날 곳이 없었다. 사슴은 곧 왕의 수레 곁으로 갔다. 왕의 곁에 있던 신하가 쏘려고 하자
왕이 말하였다.
‘쏘지 말라. 이 사슴은 범상한 사슴이 아니다. 이 사숨은 아마도 천신(天神)일 것이다.’
사슴이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부디 나를 쏘지 마십시오. 나는 예전에 대왕의 나라에 한 사람을 살려준 적이 있습니다.’
사슴은 다시 꿇어앉아 왕에게 물었다.
‘누가 대왕님께 내가 여기 있다고 말해 주었습니까?’
왕은 곧 수레 곁에 있는 문둥병 환자의 얼굴을 한 사람을 가리키며 이 사람이라고 하였다.
사슴은 곧 머리를 들어 이 사람의 얼굴을 살펴보다가 눈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스스로 견디지 못해 하였다.
‘이 사람이 전에 물에 빠졌을 적에 나는 신명(身命)을 아끼지 않고 스스로 물 속에 뛰어들어 이 사람을 업고 나와 내 이야가를 하지 않기로 서로 약속했었습니다.
사람이 은혜를 갚을 줄 모른다면 물 속에서 건져낸 나무조각만도 못할 것입니다.’
왕은 부끄러운 얼굴로 말하였다.
‘너는 그런 은혜를 받고도 어째서 도리어 이 사슴을 죽이려고 했느냐?’
그리고 즉시 온 나라에 칙명을 내렸다.
‘만약 누구든지 이 사슴을 쫓아내는 사람이 있으면 마땅히 오족(五族)을 벌하리라.’
그러자 많은 사슴 수천 마리가 모두 와서 이 사슴을 의지하고 물도 마시고 풀을 뜯어 먹으면서 곡식에 피해를 주지 않았다. 그리고 이 나라는 비와 바람이 때를 맞추었고 오곡(五穀)은 풍성하였으며, 사람들은 질병이 없어 그 세상은 태평하였다.
그 때 아홉 색깔의 사슴은 바로 지금의 내 몸이고 까마귀는 바로 지금 아난이며, 국왕은 지금의 부왕(父王)이신 열두단(悅頭檀)이니라.
그 때 왕의 부인은 지금의 손타리(孫陀利)이고 당시 물에 빠졌던 사람은 바로 지금의 조달(調達)이니라.
내가 비록 착한 마음으로 그를 대하였으나 그는 늘 나를 해치려고만 하니 지극한 마음을 가지기가 어렵느니라.”
또 『작왕경(雀王經)』에서 말하였다.
“옛날에 보살의 몸이 참새왕이었을 때 인자한 마음으로 중생을 구제하였었다.
어떤 호랑이가 몸에 난 부스럼을 치료하기 위하여 짐승을 잡아먹다가 짐승의 뼈가 그 호랑이의 이빨에 끼어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굶주린 까닭에 거의 죽게 되었다.
그러자 참새왕이 그 호랑이의 입 속에 들어가 뼈를 쪼았는데 날마다 이와 같이 하다가 참새의 입 안에도 부스럼이 생겨 몸이 매우 수척해졌다.
그러나 다행히도 호랑이 이빨에 끼었던 뼈가 나와 호랑이는 살아나게 되었다.
그러자 참새는 나무 위로 날아 올라가 부처님의 경전을 설하였다.
‘살생은 흉악하고 모진 행위로서 이보다 더 큰 악은 없느니라.’
호랑이는 이 참새가 경계하는 말을 듣고 벌컥 화를 내며 말하였다.
‘네가 바로소 내 입을 벗어나더니 감히 말이 많아졌구나.’
참새는 그 호랑이를 교화할 수 없음을 알고 곰 빠르게 날아가 버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때의 참새왕은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호랑이는 바로 지금의 조달이니라.’“
또 『잡보장경(雜寶藏經)』에서 말하였다.
“그 때 제바달다(提婆達多)는 마음에 항상 악한 생각을 품고 세존(世尊)을 해치려고 하였다. 이에 활 잘 쏘는 바라문 오백 명을 고용하여 그들로 하여금 활과 화살을 가지고 세존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 활을 당겨 부처님을 쏘게 하였다.
그러나 부처님을 쏟 화살은 온갖 꽃으로 변해버렸다. 오백 바라문은 이 신통 변화를 보고 모두들 크게 두려워하고 무서워하여 곧 활과 화살을 내던지고 부처님께 예배하고 참회하였다.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해 설법해 주시자 모두들 수다원도(須陀洹道)를 증득하였다.
그들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바라옵건대 저희들이 출가하여 도를 배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하구나. 비구들이여, 어서들 오라.’
그러자 머리털과 수염이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法服)이 몸에 입혀졌다. 부처님께서 거듭 그들을 위하여 법을 설하시자 그들은 다 아라한도(阿羅漢道)를 증득하였다.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신통력이 너무도 희유(希有)하옵니다.
제바달다(提婆達多)는 늘 부처님을 해치고자 하나 부처님께서는 항상 크게 자비한 마음을 내십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단 오늘만 이와 같이 한 것이 아니니라. 과거 어느 때에 바라내국(波羅奈國)이었느니라. 그는 오백 명의 장사꾼들과 함께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캤다. 보물을 얻어서 되돌아오다가 바닷물이 소용돌이 치는 곳에 이르러 물 속의 나찰을 만났는데, 그들이 배를 잡고 놓아주지 않자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였다.
많은 장사꾼들이 크게 놀라고 두려워하면서 다 같이 외쳤다.
‘천신ㆍ지신(神) 그리고 여러 일월신(日月神)들이시여, 누가 큰 자비로 우리들을 구제해 주시렵니까?’
그 때 등의 너비가 일 리(里)쯤 되는 큰 거북 한 마리가 마음 속으로 불쌍한 생각이 들어 배가 있는 곳으로 다가와 많은 사람을 등에 싣고 곧 바다를 건네 주었다.
그리고 나서 그 때 거북은 깜박 졸고 있었는데 장사꾼 불식은은 큰 돌로 이 거북의 머리를 때려 죽이려고 하였다.
그러자 모든 장사꾼들이 말하였다.
‘우리들은 이 거북의 은혜를 입고 어려움에서 구제되어 목숨을 건졌습니다.
그런데 그 거북을 죽인다면 이것은 상서롭지 못할 뿐더러 은혜도 모르는 짓입니다.’
불식은이 말하였다.
‘우리가 배고픔을 해소하는 것이 더 시급한데 어찌 은혜를 생각하겠느냐?’
그리고 곧바로 거북을 죽여 그 고기를 먹었다. 그러자 그 날 밤에 큰 코끼리떼가 그들을 다 밟아죽여 버렸다.
그 때의 큰 거북은 바로 지금의 나요, 그 때 불식은은 바로 지금의 제바달다이며, 오백 상인은 지금 출가하여 도를 증득한 오백 명의 바라문이니라.
나는 옛날에도 저들을 구제하여 액난을 변하게 해 주었고 지금도 그 생사의 근심을 없애 주었느니라.’
또 『불설전단수경(佛說栴檀樹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잘 기억하여 받도록 하라. 어느 때 유야리국(維耶離國)에 오백 명의 사람들이 바다에 들어가서 보물을 캐어 가지고는 배는 내버려 둔 채 걸어서 돌아오게 되었다. 그들은 깊은 산을 지나가다가 날이 저물자 그곳에서 자게 되었다.
이튿날 아침 일찍 출발할 때에 사백구십구 명은 다 먼저 떠나고 한 사람만 깊은 잠에 빠져 동료들을 잃고 말았다. 마침 하늘에서 큰 눈이 내려 갈 길마저 잃어버리고 산중에서 궁색한 액운을 당하여 통곡하며 하늘에 울부짖었다.
그 때 커다란 전단향(栴檀香)나무가 있었는데, 그 나무의 신이 궁색해진 사람에게 말하였다.
‘여가 그대로 머물러 있으십시오. 내 몸소 옷과 밥을 공급해 줄 터이니 내년 몸이 되거든 떠나도록 하십시오.’
궁색해진 사람은 곧 그곳에 머물러 있다가 이름해 삼월(三月)이 되자 나무 신에게 말하였다.
‘은혜를 받아 신명을 보전했으나 조그만 보답도 할 수가 없습니다. 돌아보건대 양친(兩親)이 지금 본토(本土)에 계십니다. 진실로 돌아갈 수 있는 달만을 생각해 왔으니 바라건대 떠나게 하여 주십시오.’
나무신은 말하였다.
‘좋습니다. 마음대로 하십시오.’
그리고는 한 덩어리 금을 주면서 말하였다.
‘여기에서 얼마 안 가면 틀림없이 당신의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궁색했던 사람이 떠나는 날이 되자 나무 신에게 물었다.
‘이 나무는 향기롭고 깨끗하여 세상에 보기드문 것입니다. 지금 마땅히 돌아감에 있어서 부디 그 이름이나마 알았으면 합니다.‘
나무신이 말하였다.
‘부디 묻지 마시오.’
궁색한 사람이 다시 말하였다.
‘이 나무 그늘에 의지하여 석 달이나 지냈으니, 만약 본국에 돌아가면 마땅히 나무의 은혜를 널리 선전해야 할 것입니다.’
나무의 신이 그제서야 말하였다.
‘나무의 이름은 전단(栴檀)으로서 뿌리ㆍ줄기ㆍ가지ㆍ잎은 사람의 온갖 질병을 고치며, 그 향기는 멀리까지 풍기므로 세상에서 기이한 것이라오.
그리하여 사람들이 모두 탐내어 구하니 부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시오.’
궁색한 사람이 본국에 돌아오자 친족들이 기뻐하였다.
그 후 얼마 안 되어 국왕이 두통(頭痛)병에 걸려 천지(天地)와 산수(山水)의 모든 신에게 기도하고 제사하였으나 아픈 것이 조금도 낫지 않았다. 이름 있는 의원이 진맥을 하고 나서 오직 전단향을 얻어 병을 치료해야 병이 나을 수 있다고 하였다.
왕이 곧 그 약을 구하였으나 민간에서는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곧 온나라에 명을 내렸다.
‘전단향을 구해 오는 사람은 제후로 봉해 주고 왕의 딸을 아내로 주리라.’
그 때 궁색했던 사람은 상으로 내리는 녹이 후하다는 말을 듣고 곧 왕의 처소로 가서 아뢰었다.
‘제가 전단향이 있는 곳을 알고 있습니다.’
왕이 곧 장신(匠臣:측근의 신하ㆍ목수)을 시켜 궁색했던 사람을 데리고 가서 향나무를 베어 오라고 하였다. 나무가 있는 곳에 이르러 사자(使者)가 그 나무를 보니 크고 곧으며 가지는 무성했고 꽃과 열매는 밝게 빛났다. 이런 희귀한 것을 보았기 때문에 마음 속으로는 차마 그 나무를 베는 것이 용납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나무를 베지 않으면 왕명을 어기는 것이 되므로 주저하고 배회(徘徊)하면서 어찌할 줄을 몰라했다.
그 때 나무의 신이 공중에서 말하였다.
‘어서 베어라. 그러나 그 뿌리만은 그대로 두도록 하라. 베고 난 뒤엔 그 뿌리에 사람의 피를 바르고 간(肝)과 창자로 그 위를 덮도록 하라. 그러면 나무는 저절로 살아나서 옛날처럼 회복될 것이다.’
사자는 나무 신의 이와 같은 말을 듣고 곧 사람을 시켜 베게 하였다.
궁색했던 사람이 그 나무 곁에 머물고 있었는데, 나무 가지가 땅에 떨어지면서 그 가지 끝이 궁색했던 사람을 치어 죽였다.
사자는 곧 측근 사람들과 의논하였다.
‘어제 나무의 신이 말하기를
〈꼭 사람의 피와 간과 창자를 구해 나무 뿌리에 제사지내라〉고 하였는데 마땅히 누구의 것으로 해야 할지 몰랐었다.
그런데 마침 이 사람이 죽었으니 이것으로 충당하자.’
그리고는 곧 그의 배를 갈라 간과 피를 취하여 나무 신이 시킨 대로 하였더니 나무는 곧 살아나 본래대로 회복되어 옛날과 전혀 다름이 없었다. 그들은 벤 나무를 수레에 싣고 본국으로 돌아왔다. 의사가 그 나무를 왕에게 올려 왕의 병이 쾌유되자 온 나라 사람들이 다 기뻐하였다.
왕은 곧 국내에 영을 내려 병이 있는 사람은 모두 나오라고 하여 그 향을 주자 그들의 병도 다 나았다. 그리하여 온 나라 백성들이 모두 기뻐하고 마침내는 태평성대를 이룩하였다.
그 때 아난이 물러 앉아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었다.
‘그 궁색했던 사람은 어찌하여 은혜를 갚을 줄 모르고 나무 신령과의 맹세를 어겼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랜 옛날 유위(維衛)부처님 때에 아버지와 형제 모두 세 사람이 살고 있있다. 그 아버지는 항상 재계를 받들어 실천하여 일찍이 게을리한 적이 없었고, 형은 항상 중정(中庭)에서 공중에 향을 피워 시방의 부처님들께 공양하곤 하였다.
그러나 어린 아우는 어리석어 삼존(三尊)을 알지 못하고 번번히 옷으로 향 불을 덮어 끄곤 하였다.
형이 동생에게 말했다.
〈이 일은 매우 중대한 일인데 너는 어째서 이를 범하느냐?〉
아우는 원망하고 욕설을 하면서 말하였다.
〈맹세코 말하거니와 형의 두 발을 꼭 끊어버리겠소.〉
그러자 형도 다시 생각하였다.
〈이 아우를 꼭 때려 죽이리라.〉
아버지가 말하였다.
〈너희 두 아들의 싸움은 나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구나.〉
그 때 큰 아들이 되받아 말하였다.
〈내 몸을 부수어 가지고 약을 만들어 아버지의 머리 아픈 병을 고쳐드리겠습니다.〉
입으로 한 말들이 거짓말이 아니었기 때문에 세상마다 죄를 받았다.
아우는 나쁜 마음을 내어 형의 발을 끊겠다고 했다가 뒤에 과연 사람을 데리고 가서 나무 몸통을 베었고,
형은 아우를 때려 죽이리라고 했다가 지금 나무의 신이 되어 결국 나무의 몸통에 붙어 있다가 동생을 때려 죽이게 된 젓이다.
그 때 국왕은 머리를 앓던 그의 아버지로서 재(齋)를 받들고 정진했기 때문에 존귀하게 될 수는 있었으나
그 때 말하기를
〈나로 하여금 머리를 아프게 한다〉 고 했으므로 뒤에
결국 머리가 아팠으니 각각 그 재앙을 받은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죄와 복의 보응(報應)은 마치 그램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과 같느니라.’
게송으로 말한다.
거룩하신 능인(能仁)이시여,
자비로 구제하기를 제일로 살아
가회를 타고 감응하는 곳으로 달려가
가엾고 불쌍히 여겨 돌보아 주시네.
여우는 금을 주었고 뱀은 상을 받게 하였으며
엄인(閹人:內侍)은 몸이 완전해졌으니
은혜를 알고 공덕을 갚음은
유명(幽冥:神)이 감응한 때문일세.
역부(逆婦)가 남편을 독살하려 하였으나
하늘이 그 목숨 늘려 주어
도적도 짐승도 해치지 못했고
도리어 수명이 길어지는 보답 있었네.
은혜를 어기고 이치를 배반하면
재앙[禍害]이 제 자신을 위태롭게 하리니
향을 탐하여 나무를 베었기에
간장과 피를 나무 신에게 발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