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두타산 베틀바위를 가보려 했다가 이번에 몇 사람이 의기 투합하여
2박 3일의 일정으로 동해시(東海市)를 향했다.
고르고 고른 날이 서울에서 출발할 때부터 계속 비가 온다.
그래서 우선 시내에 있는 "천곡동굴"(泉谷洞窟)을 먼저 가보기로 했다.
천곡동굴은 1991년 근처의 아파트 공사를 하다가 발견되어 1996년부터 일반에게 공개된 1,510m길이의 국내 유일의 시내에 위치한 동굴이란다.
만일 관광해설사의 안내가 필요하면 일주일전에 전화로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단다.
033 - 533 - 2552나 동해시청 관광과로 하면 된단다.
주차장에 차가 하나도 없길레 이상타 했더니 동굴이 침수가 되어 휴관이란다.
되는 일이 없구나,,,,,
하는 수없이 주차장에 세워놓은 종유석 하나를 보고는 돌아섰다.
지금의 상태로는 두타산을 올라 갈 수가 없기에 중요 일정은 내일로 미루고 추암(錐岩)으로 향한다.
"추암"(錐岩)은 글자 그대로 "송곳바위"라는 뜻이다.
비가 많이 와 추암으로 건너가는 개울에 물이 많이 흐른다.
해암정(海癌亭)
해암정을 빗속에 보니 마치 도깨비집 흉가(凶家)처럼 음침하다.
먼저 보이는 이 멋진 바위群은 석림(石林)이라고도 하고, 능파대(凌波臺)라고도 한단다.
능파대에서 오른쪽으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추암(촛대바위)가 나타난다.
원래는 두개의 촛대바위가 있었는데 조선 숙종(肅宗) 7년(1681)에 이곳에 발생한 지진으로 한개가 부러져서 하나만 남았단다.
건너편으로는 근래에 만들어진 "출렁다리"가 보인다.
촛대바위를 보고 내려 와 근처의 음식점에서 생선 구이를 시켜 점심을 먹으며 숙소를 정했다.
원래는 유명하다는 횟집을 가려 했는데 12시가 되도록 문을 열지 않는다.
아마도 손님이 없는 철이라 늦게 문을 여는듯했다.
촛대바위와 형제바위.
점심을 먹고 주변을 돌아보기로 한다.
바닷가를 따라 "해파랑"길이 있다.
해파랑길은 부산부터 동해안을 따라 북쪽 "통일전망대"까지 이어진단다.
추암해수욕장.
"쏠비치 삼척"안의 조형물.
"쏠비치 삼척"의 전용 해수욕장인듯,,,,
야산(野山)곳곳에 "으아리"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길옆에 정자(亭子)가 하나 있고 추암이 보이는 넓은 공간이 나온다.
이곳이 "해가사의 터"란다.
"해가사"(海歌詞)의 터.
"해가사"가 뭘까?
"龜乎龜乎出水路, 구호 구호 출수로,
掠人婦女罪何極, 약인 부녀 죄하극,
汝若悖逆不出獻, 여약 패역 불출헌,
入網捕掠燔之喫." 입망 포약 번지끽.
"거북아 거북아 수로를 내놓아라,
남의 부녀 앗아간 죄 얼마나 큰가,
네 만일 어기고 바치지 않으면,
그물로 잡아서 구워 먹으리라.
신라 성덕왕(聖德王)때 순정공(純貞公)이 강릉태수(江陵太守)로 부임하던 길에 갑자기 海龍이 나타나
그의 아내 수로부인(水路夫人)을 붙잡아 바다로 끌고 들어갔단다.
公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지나가던 한 노인이 대책을 알려 주더란다.
"옛 말에 이르기를 뭇 사람의 입김은 쇠도 녹인다 했으니, 龍인들 어찌 이를 두려워하지 않겠소?
모름지기 백성을 모아 위의 노래를 부르며 막대기로 땅을 치게하시요. 그러면 어쩔 수없이 내 줄 것이오" 하더란다.
그렇게 했더니 과연 龍이 수로부인(水路夫人)을 모시고 나타났다고 한다.
그런데 이 "해가사"가 옛날 배웠던 "구지가"(龜旨歌)와 비슷하다.
龜何龜何(구하구하)
首其現也(수기현야)
若不現也(약불현야)
燔灼而喫也(번작이끽야)
"해가사의 터" 정자에서 본 추암해수욕장 전경.
그런데 수로부인에 대한 이야기는 또 있다.
즉 헌화가(獻花歌)라는 것이다.
紫布岩乎 O 希
執音乎手母牛放敎遣
吾 O 兮不喩慙 O 兮伊賜等
花 O 兮折叱可獻乎理音如.
수로부인이 이 길을 지나갈 때는 봄이였던듯하다.
길 옆 바위벼랑에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수로부인이 그것을 보고 감탄을 하는데 누구도 그 절벽을 올라가려하지 못한다.
그런데 소를 끌고 지나가던 노인이 이 광경을 보고 노래한다.
"자주빛 바위가에 핀 저 꽃,
잡고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 꺽어 바치오리다."
이 노래를 지은 이는 견우노옹(牽牛老翁)이라고 한단다.
"견우노옹"은 이름이 아니라 "소를 끌고가는 노인"을 말함이겠다.
여러 노래로 미루어 수로부인이 상당한 美人이였던가보다.
海龍이 납치하기도 하고, 늙은 老人이 위험한 절벽을 올라가 꽃을 꺽어 오겠다하니 말이다.
밤이되어 비는 거의 그쳤지만 파도소리가 요란하다.
바닷가에 왔는데 어찌 회 한접시를 마다하랴.
밤늦도록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속에 술잔을 기울인다.
야간 조명이 형제바위를 비춰 준다.
이곳에는 숙박업소가 길 건너 언덕에 몰려있다.
거나하게 취해서 조용한 추암해변을 지나간다.
첫댓글 여행계획을 세우면서 많은 수고를 하였고.
이렇게 멋진 여행기를 남긴 덕분에 많은 것을 알게 되었네요.
앞으로 이어지는 기록에 기대를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