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가 지나고 처서가 지나고 백로가 지났다. 곧 추분에 추석이다. 가을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하늘은 청명하고 바람은 시원하다. 가을꽃은 벌써 앞을 다투고 있고 저 산의 푸르름은 그 마지막 열정을 쏟듯이 짙음의 깊이를 더 한다.
산에 가기 좋은 계절이다.
처서가 지나면 풀이 더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처서가 지나면 추석 전까지 벌초를 한다. 몇몇 산우님들도 벌초한다고 산행에 참석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산을 좋아하고 산행하기 좋은 계절이라 해도 조상님 덕에 세상을 사는지라 자식과 후손인 관계로 도리를 다 해야 한다. 그래서 나도 사람구실 하려고 이번 산행에 참석을 못하게 됐다.
몇 차례 대간산행을 하면서 다 경험했던 구간이라 그리 낯설지 않지만 이 좋은 계절에 백화산에서 바라보는 산하가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 구간을 건너뛰기도 내키지 않을뿐더러 몸이 근질근질해 참을 수 없어 혼자라도 산행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9월 16일 수요일에 가기로 하자. 전날 단단히 산행준비(물 3개)를 마치고 아침 일찍 일어날 수 있으면 무조건 동서울 터미널로 가고, 또 가서 좌석이 있으면 가고 아니면 말고....
6시 40분에 도착하니 다행히 문경 가는 7시 차편에 자리가 있었다. 문경에 도착 후 체력 보강을 위해 곰탕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편의점에서 김밥 한 줄 사 배낭에 넣고 택시 타고 이화령에 도착했다.
기대했던 대로 날씨는 맑고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 주었다. 이것저것 속세의 번뇌를 잊고 오직 산행을 즐겨봐야겠다.
이화령 전망대에서 바라본 연풍면방향.
왼쪽에 악휘봉과 덕가산이 있다. 덕가산 넘어서는 칠보산이 있겠지...
오늘 평일이라 이화령이 한가하다.
가족인듯한 사람들이 타고 온 차량 한 대, 자전거 타고 올라오는 외국인 남녀 한쌍, 배낭 메고 산행준비하는 사람 한 명.
이화령 동물이동통로 위.
오래된 산성이었나 보다. 풍상에 다 무너져 내렸다.
전망이 없는 숲길을 계속 가다 보면 조봉에 도착하게 된다.
그런데 정상석이 넘어져있었다. 잡석과 흙으로 채워져 있던 받침석을 대강 치우고 정상석을 다시 세워놨다.
며칠 있으면 우리 23팀이 지날 텐데......
뿌듯!
전망은 없지만 다시 시원하고 싱그러운 느낌이 드는 편안한 숲길을 걷게 된다.
멧돼지 수영장 같은 연못이다. 주변 지형을 보니 얕은 언덕으로 둘러싸여 있어 물이 고일만 했다.
고라니도, 아침 일찍 일어난 토끼도 눈 비비며 물마실 수 있겠다.
바로 산길은 융단이 깔린 듯 사초가 무성한 등로를 한동안 지난다
처음으로 잠깐 시야가 트인 곳이 있었다.
주흘산과 대미산이 보이고
↓부봉도 보이기에 당겨 보았다. 그런데 뒤에 월악도 따라왔다.
대미산과 뒤로 황장산. 운달산과 성주봉
이 구간 중 분지리로 내려가는 첫 번째 하산길.
곧 황학산이다.
저기 정상석이 보인 다하면 그곳이 황학산이다.
이곳은 추풍령을 지나 직지사를 품고 있는 김천의 황학산(황악산 1114m)과는 동명이산이다.
다시 분지리로 내려가는 두 번째 하산길 삼거리다.
이 바위를 지나면 오늘 최고의 전망이 펼쳐지는 작은 바위를 만나게 된다.
바로 앞이 백화산.
바위 위에 올라서면 이러한 경치가 펼쳐진다.
둘도 올라가기 좁은 곳이라 나 혼자 실컷 경치감상을 한다.
백화산을 지난 이만봉을 향한 능선이 우아한 커튼처럼 펼쳐있고 드디어 내가 백두대간의 배꼽 같다고 하는 희양산이 나타났다.
이만봉 뒤에 악휘봉이 빼꼼하고 희양산 왼쪽으로 막장, 장성봉 이어 대야산이 나타났다.
오른쪽으로 눈을 조금만 돌리면 조령산과 신선암봉을 볼 수 있다.
연풍면 뒤에 뒤에 박달산.
남쪽으로 옥녀봉과 마을 지나서 오정산
대야산을 당겨보니 곰넘이봉도 구별할 수 있다.
대야산 뒤는 가. 무. 낙. 도의 가령산인 듯.
가을.
전망바위를 내려오면 바로 밧줄구간이다.
백화산 만나는 곳 100m 전
2등
백화산(白華山1064m) 일명 소둔산(所屯山)이라고도 한다.
유래는 알 수 없으나 한문 그대로 해석하면 희고 밝은 산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그런지 정상석이 다른곳과 달리 흰 돌이네 ? ㅎㅎㅎ
백화산 정상은 조망이 없다. 실망 마시라 곧 하늘이 열릴 것이니....
멀리 속리의 능선이 나타났다.
가은읍과 상주의 경계인 작약산인 듯
바위봉 우측에 이만봉이 있고 그 뒤 악휘. 좌측에 막장, 장성봉에서 내려오면 버리미기재 곰넘이봉이 보이고 대야산. 다시 내려서 밀재를 지나면 둔덕산 가는 길에 마귀할미 통시바위, 처녀마귀 통시바위능선. 뇌정산 뒤로 멀리 속리.
속리
좌측 천황봉부터 문장대 지나 관음봉까지
가을
이곳부터 대간과 동서트레일이 평전치까지 함께 한다.
가을이라니까...
데크길이 시작되고 오늘 전망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
백화산을 돌아보고.
지나온 조봉과 황학산 능선뒤로 조령산, 신선암봉, 부봉, 월악 영봉, 주흘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흘과 부봉을 당기면 월악이 따라오고.
조령산도 당겨 본다.
다시 한번 보고 또 보고.
평전치다.
문경 마성면 상내리와 괴산군 연풍면 분지리를 잇는다.
분지리로 내려가는 세 번째 하산길이고 동서트레일을 따라간다.
대간은 직진.
전망을 실컷 감상하고 줄기차게 아무 생각 없이 산길을 걷다 보니 사다리재까지 왔네...
분지리 내려가는 네 번째 하산길.
여기까지 대간 23기의 산행 예정 구간이다.
이만봉으로 갈까 말까 하다 옛날 생각도 나고 해서 직진.
십여 년 전 정확히 14년 전 처음 대간산행을 시작한 곳이 이 구간이다.
내려오다 버스교통사고가 있어 대부분의 대원들은 이곳 사다리재에서 하산했는데 산행대장과 선두 두 명만 이만봉을 지나 도막 삼거리에서 분지리로 내려갔다. 그 둘 중에 한 명이 나. ㅎㅎ
그때만 해도 선두를 달렸는데 요즘은 뒤에서도 부실하니 이를 어쩌나... ㅠㅠ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대간길을 걸었다.
이제야 대간길이 조금 낯이 익어 간다. 그래서 내가 산행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대간산행을 이어 갈 생각이다.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오르락, 내리락.
이만봉 가는 길은 속도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곰들봉 전후에서 보이는 전망은 산행의 불편함을 상쇠 시켜준다.
이만봉과 희양산은 10월 말쯤 지나가려나?
나는 오늘 백화산을 품었다. 아니다 그 품속에 내가 스며들었다.
아무도 없는 산길을 혼자 걷다 보니 보이는 것은 짙푸른 나무와 이름 모를 풀들, 곳곳에 피어있는 가을꽃들, 높고 하얀 뭉게구름과 눈이 시린 푸른 하늘.
들리는 소리는 철 지난 매미의 힘없는 울음소리, 발소리에 놀라 날아가는 산새의 푸드덕 날개소리, 송골송골 이마에 맞힌 땀을 식혀주는 가을 하늬바람의 나무닢 스치는 소리, 나의 터벅거리는 발자국소리....
신경 쓸 것도 많고, 고민해야 할 것도 많아 자주 찡그렸던 나였는데 이날만큼은 나는 산과 하나가 되었다.
이후 이만봉까지의 사진은 스포일러에 해당되기 때문에 생략. ㅎㅎ
예고편으로 딱 두장만!
지나온 분지리를 감싸고 있는 백화산과 대간능선.
가야 할 대간 능선. 둔덕, 마귀할멈 통시바위능선 빼고 대야에서 조항, 청화, 속리. 대간은 아닌데 백악도 보이네
첫댓글 문중행사로 미리 걸으셨군요 열정대단~
산행기를 미리 올려주셨으면 주변산들을
자세 하게 볼수 있었을 텐데 ㅎㅎ
심곡님 안계시니 이날 산이름 짚느라 백가쟁명
그래도 잘키운 후학들이 거의 알아보던데요
추석 잘보내시고
다음 두타청옥무박산행에서
뵙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미리 올리면 스포일러가 될까봐 그랬습니다. ㅎㅎ
와~~~
대박
혼자서
먼저 답사를?!
음~~
쫌 멋지심요
운전도 못하시믄서
어찌다녀 오셨을까?
대중교통으로 어디나 갈 수 있어요^^
그리고 나 면허있음.
@심곡 장농면허
앞전 못갔던구간도 이정도의 전망이였으리라 스스로 위안삼고
가을꽃과 가을공기 맡으며 즐산행~
20기때 조봉은 높이가 안맞아 오늘은 바쁘니 나중에 옮겨놓겠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쓰러진 정상석 세워놓으셨네요~ㅎ
열정이 대단하시어
혼산행 쉽지않을텐데 덕분에
한번더 다녀온듯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정상석 세우느라 힘 좀 썼지.
날씨가 좋아 산구경 실컷 했겠지요?
심곡님이 세워놓은 조봉정상석에서 뽐내며 사진 찍었네요. 세상은 항상 숨은 자의 힘이 있는 걸 알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쓰러진지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은데 그동안 아무도 안 해 놨든지 아니면 산행이 없었는지 모를 일이지요.
봤다면 누구라도 세워 놨을 껄?
진정 산꾼의 해박함~
옛날 할미통시바위까지 알바했던
추억^^
캄솨합니다
추억이 계속되면 일상이 되지요.
산행은 일상이 되었네요.
서로 응원하고, 가끔 같이 산행하고, 자주 한잔하고. ㅎㅎㅎ
@심곡 이렇게 멋진 말씀을..
추억이계속되면 일상이되고 산행은
일상이 되었다
30년 대간 내공을 14년으로 신고하신 듯합니다~^^
정상에서 산 이름을 하나하나 짚어내시는 걸 보니 산들과도 벌써 안면을 다 트셨나 봅니다
역시 산은 발로만 걷는 게 아니라 공부하며 걸어야 하나 봐요 많이 배우고 갑니다 😊
귀하는 이미 산속에 들어와 있네요.
보기 좋습니다.
내가 늘 응원하고 있는 걸 알지요? ^^
근데 언제 보나.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