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책 토론 「페인트」_이희영/ 창비
4기 이은미
작지만 거대한 도시 NC센터
-내 손으로 색칠하는 미래
낮선 환경이지만 생길수도 있는 상황의 이야기. 마음 한쪽이 아리고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이희영의 장편소설 페인트, 창비 청소년문학상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과 부모면접이라는 상상불가의 이야기로 궁금증을 증폭되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첫 시작부터 홀로그램이라는 낮선 단어들과 제누 301이라는 이름들은 공상만화영화를 상상하게 했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 했다.
영유아기부터 청소년까지 부모에게 버림받거나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정부가 국가의 아이들로 직접 보호고 관리하여 13세~19세가 되면 페인트(부모면접)을 시작한다.
버려진 아이들은 정부가 만든 NC센터에서 센터장과 가디언(가디)들에게 최고의 교육과 최상의 교육환경에서 최적화된 생활을 하며 국가의 아이로 다시 탄생하게 된다.
갓 태어난 아기들과 미취학 아동을 관리하는 퍼스트센터, 초등학교 입학 후 열두 살까지 교육하는 세컨드 센터, 열세 살부터 열아홉 살까지 부모 면접을 진행할 수 있는 라스트 센터에서 운동으로 체력과 맞춤 교육과정으로 정규교육보다 월등한 교육수준을 갖추어 모든 부모들이 입양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NC의 아이가 되어 자신이 원하는 최고의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의 이야기이다.
센터의 들어오는 달로 이름을 정하고 이름 뒤에 숫자를 넣어 제누 301의 이름으로 ID카드에 평생 NC의 꼬리표를 달고 국가에서 책임지고 키우게 되는 것이다.
이제 열일곱 살이 된 제누 301이 페인트를 하면서 결정하는 과정과 센터안의 이야기와 문제들을 현실적으로 담아 긴장감 가득한 심리전을 통해 좋은 부모란 무엇인가를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되고 미래에 있을 법한 현실감에 또 한 번 반성하게 되는 책인지도 모른다.
세 번의 페인트를 했던 제누 301은 한번 도 성공한 적이 없었다.
19살까지 성공을 못하면 홀로 세상에 나가 센터의 낙인으로 외롭게 지내야 한다.
밖의 세상과 센터 안의 세상은 흰색과 검은색의 차이처럼 확연하게 구분지여 져서 힘든 생활과 따가운 시선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왕 따가 될 수 도 있는 상황에 제누의 마지막 페인트에서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프리포스터를 만났다.
1차부터 3차의 깊이 있는 페인트로 면접이 다 끝나면 합숙을 진행하여 센터를 떠나 진짜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가족이 되는 기회를 갖게 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정확히 알고 있다는 사실이, 나의 부모가 누구인지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제누는 NC출신을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신분 같은 거, 없다’라며 밖에 있는 세상의 적에게 달려가는 아이였다.
그런 제누가 자식이 아닌 친구 같은 아이를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서로를 존중 할 수 있는 공동의 인식을 가진 프리포스터를 만난 것이다.
함께 생활하고 있는 동생 아키의 프리포스터를 만나 좋은 분들이고 아키에게도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일처럼 행복해했고 아키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친형 같은 마음을 가진 따뜻한 인성을 가진 제누.
홀로그램을 파악하지도 못하고 부모자격도 없이 찾아온 하나와 해오름 프리포스터들이 왜 마음에 들었을까?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 대해 쉽게 말하고 쉽게 생각한다. 내가 알고 있는 상대가 전부라고 믿는 오류를 범하는 사람 중에서 진짜 상대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자기 마음조차 모르는 사람들인데... 하지만 센터의 박과 최는 다르다. 제누를 잘 알고 있음에도 전혀 내색하지 않고 배려하는 모습에서 센터장과 가디의 사연을 알아가면서 알게 되는 사람의 마음과 “우리가 꼭 부모가 되어야 할까? 그냥 친구가 되면 안 될까? 십대들에게는 부모보다 친구가 더 소중하잖아. 부모에게 할 수 없는 말을 친구에게는 하잖아.”라고 말했던 하나의 진심에서 다른 부모들과 다른 진정성을 느꼈을 것이다.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 온 프리포스터들은 부모의 학식, 경제적 기반, 부모 교육 등 양육능력이 모두 갖추어져 있어야 하며 홀로그램을 통해 입양할 아이에 대한 사전 지식과 활동 상황들을 다 알 고 있어야 한다.
또한 프리포스터들과의 페인트가 성사되어 가족이 되면 아이가 가족으로 지속되는 날까지 국가에서 지원금이 나오기 때문에 그런 이유로 페인트를 하는 부부도 있다.
자녀가 오롯이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걸 부모에 대한 배신이 아닌 기쁨으로 여기는 것이라고 자녀로부터의 진정한 부모 독립을 말하는 하나에게 제누는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보았던 것이다.
그저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처럼 시야에는 들어오지만 서로 대화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떨어진 거리가 부모와 자식 간의 마음속 거리라고 말하는 하나의 진심어린 말이 복잡하고 생각 많은 제누의 마음을 움직였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지막 합숙을 선택하지 않았고 제누는 센터에 남기로 결심한다.
하나와 해오름은 명령이 아닌 질문과 반성을 할 수 있는 부모였고, 마음과 마음 사이에 일어나는 마찰로 어려움을 겪게 할 사람들이 아니었다. 또한 하나와 해오름은 자신들의 부모에게서 받은 상처와 문제들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부모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한다.
다만 제누 자신이 좋은 아들이 될 자신이 없다고 “부모에게만 자격을 따지고 자질을 따지는 것이 아니며 부모라고 모든 걸 알고 언제나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을 거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부모가 무조건 희생해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 현실의 밑바닥까지 보여주는 듯 도입에서 실현가능한 일이라고 살짝 겁을 내며 책장을 넘겼다면 마지막 제누의 말은 그래도 부모와 자식의 부정할 수 없는 관계 개선에 대해 속 시원하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모르기 때문에 배울 수 있고, 모르기 때문에 기대할 수 있는 것, 삶이란 결국 몰랐던 것을 끊임없이 깨달아 가는 과정이고 그것을 통해 기쁨을 느끼는 여행이라는 센터장 박의 말에 적극 공감하며 조금은 무거운 마음과 어려운 이야기에 걱정이 많았지만 두근거리는 마음과 즐거운 마음으로 책장을 마무리 할 수 있어서 책을 소장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다.
-책 토론 논제 발문
1.부모가 아이를 키우기 원치 않는 경우 국가에서 운영하는 메디컬 센터에서 아이를 낳고 그와 동시에 NC센터에 맡겨져서 국가의 아이로 보호받고 자라는 시설이 지금 현 상황에 생긴다면 어떠할지 각자의 의견을 나누어주세요.
(P26 설립 당시부터 NC 센터에 대한 찬반양론이 팽팽했다. 부모가 아이를 버리는 행동을 정당화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출생률을 높이지 않으면 국가의 존속마저 위태로워진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고,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며 찬성의 목소리를 높이는 쪽도 늘었다. 이념은 충돌했고, NC를 둘러싼 사람들의 의견은 잡아당긴 고무줄처럼 팽팽하게 대립했다. )
2.프리포스터와 NC들이 페인트를 하는 것처럼 우리 부모가 아이들에게 선택을 받아야 한다면 과연 선택받을 수 있을 만큼의 부모자격이 있는지 우리와 아이들의 색은 어떠한가요? 우리의 색을 아이에게 덮어 색칠하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보세요.
(P34 NC출신이라는 사실을 물감으로 지워 버리고 싶었을까? 혹은 자신의 미래를 원하는 색깔로 물들이고 싶었던 걸까. 각기 다른 색이 서로에게 물들어 가는 과정일 바로 부모 면접이었다. 색이 섞여 전보다 밝게 빛날 수도 있고, 탁하게 변할 수도 있었다.)
3.아주 오래전 인간이 직접 농작물을 수확하던 사회에서는 아이를 정말 많이 낳았고 다산은 인간의 희망이었는데 세상이 바뀌어 출생을 장려해야 하는 인구 절벽의 시대가 온 것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말씀해 주세요.
(P75 학교에서 교육을 통해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는 시대가 왔고, 그것으로 돈을 벌 수 있게 되었어요. 이제 사람들은 아이를 한둘만 낳아서 우수하게 키워 내려고 했어요. 과거에는 많은 자식들에게 자원을 투자할 여유가 없었지만 자식의 수가 적어지면서 투자할 수 있는 자원 량도 늘어났겠죠.)
4.누구보다 원리 원칙을 중요시하고 모범적이고 화목한 가정에서 성장했을 것 같은 따뜻하고 정확한 센터 장박이 불우하고 끔찍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연을 알게 된 제누301은 생각합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그가 이곳에 왔고 누구보다 아이들에게 최고의 부모를 소개해 주고자 애쓰고, 단 한명의아이도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그의 마음속에는 채 자라지 못한 아이의 상처를 감싸 안아 보려는 안간힘이 있다고 부모와 아이 사이에 안간힘은 무엇일까요?
5.참으로 많은 이야기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하고 싶은 말도 해야 할 말도 많은 마음 아프지만 따뜻하면서 속이 후련해지는 책입니다. 저자는 그저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이 가족이라고 말합니다. 시야에는 들어오지만 서로 대화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떨어진 거리가 먼발치이며 그것이 부모와 자식 간의 마음에 거리라고 합니다. 과연 나는 어떤 부모인가요?
페인트.이은미.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