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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풀리면서 토요일 산행에 대한 문의가 줄을 잇는다.
전화 문의 5건중 4건이 포레온 아파트입주 교우들이다. 미사 참석자수가 많아지더니 둘토산도 예외는 아니다.
혹시 이러다 조만간에 ‘둘토산 선착순 00명’ 공지 나가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ㅎ
곧 리본 이나 깃발도 필요하겠다는 성급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두껑을 열고보니 지난 달과 같은 12명이다. 다행히도 우려했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 달 ‘물소리길 코스’ 초행으로 30분 늦어졌던 경험에 비추어 출발을 서둘렀다. 학습효과 덕으로 스무스하게 착착 환승한 결과 신원역에 10시30분,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역앞에 물소리길 안내계시판이 있다. 간단하게 오늘 코스에 대해서 설명하고 출발했다. 물소리길 2코스는 신원역 1번 출구에서 6번 국도(경강로) 건너로 안내한다. 시작부터 탁트인 남한강과 건너편 산이다. 역시 양수리, 이곳에 오면 늘 한결같이 마음이 편안해진다.
정태춘 박은옥의 ‘~~산과 산들이 얘기하는 그 신비한 소릴 들으려했소. 강물 속으론 또 강물이 흐르고 내 맘속엔 또 내가 서로 부딪히며 흘러가고~~’ 흥얼거리며 걷는다.
상류방향으로 400m쯤 강변으로 걷다가 6번 국도밑 토끼굴을 통과해 강과 어깨를 마주한 자전거길을 걷는다. 쭉쭉 뻗은 메타세콰이어 가로수들이 인상적이다. 바이크족들이 잘 포장된 양방향도로를 따라 삼삼오오 무리지어 신나게 달린다.
이들과 부딪히지 않으려면 최대한 ‘좌우로 밀착~’하며 걸어야 한다.
뒤에 따라오던 아내가 나를 불러세운다. “어떻게 이렇게 위험하게 자전거길로 걷냐? 길이 잘못된거 아니냐”고 묻는다. 분명히 리본을 따라 잘 걷고 있었지만 이쯤되면 확인 해볼 필요가 있다. 다들 보는 앞에서 스마트폰으로 경로를 확인하니 1km정도 거리가 자전거길과 겹쳐 있다. 아내가 곧 바로 미안하단다, 아니다. 미리 알아보고 조심하라는 사전안내를 못한 안내자의 불찰이다. 이 구간은 도보길이 따로 없어 서로 조심해야 한다. 바이크길 옆으로 도보 길을 따로 내주면 좋았을 것을 다소 아쉽다. 양평물소리길 관할군청에 개선 건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곧바로 좌측 마을 길로 접어드니 첫 번째 인증대가 기다리고 있다. 논갈이를 앞둔 논들이 보이고 그곳을 지나면 ‘질울 고래실 마을’이정표와 ‘도곡리 마을회관’ 입석이 함께 세워져 있다. 뭔가 연관이 있어 보인다.
설명에 따르면 도곡리는 안 마을(질울)과 바깥마을(반장부락) 둘로 나뉘어 있었으나, 78년 이후 바깥마을이 인접마을인 신원리로 대부분 이주하게 되면서 현재는 안마을(질울)만 남게 되었다. 옛날 도곡리의 ‘반장이’라는 마을에 질그릇과 옹기를 구워 파는 공장으로 인해 도곡리라 부르게 되었단다. 이곳 질울 고래실 마을에서는 아이들의 현장 체험프로그램이 있다. 트랙터마차(마을탐방), 농산물수확체험(감자, 토마토, 옥수수, 고구마), 모종 심기(상추, 고추 등), 여름 물놀이체험, 겨울 썰매 타기 등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단다.
질울고래실마을의 전경을 눈에 담고 이문리 고개로 넘어간다. 이런 곳에서 텃밭을 일구며 살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고갯마루에 이르니 전원주택단지가 크게 개발되었던 흔적이 남아 있다. 사람들 생각은 많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국수리마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들 이곳에서 국수 먹고 가자고 ‘아재개그’ 한마디씩 내뱉는다. 국수산 밑에 있는 마을이라 하여 국수리라는 지명이 붙었다는 설이 있다. 이곳 지명에 힘입어 국수집들이 유명세를 타고 있단다. 그런데 오늘은 아쉽게도 도시락을 싸왔으니 예외다.
시간이 아직 이른 것 같은데 다들 배가 고프단다. 거리상으로도(총거리의 1/3정도) 적절치 않다. 일단 간식만 먹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가지고 온 것 중 밥빼고 다 나온다. 경험상 걷기 중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무엇을 먹어도 맛나다. 먹는 즐거움이 즐거움중에서도 으뜸이다. 밥입맛 없으신 분들에게 걷기를 강추한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의 뜻을 체험하게 되리라.
맛나게 먹었으니 다시 출발이다. 국수리 마을이라 길도 국수가락처럼 쭉쭉 뻗어 있다. 하늘, 구름, 산과 나무들이 새삼 정겹게 느껴지는 시간이다.
마을 끝 무렵 개울이 ‘복포천’이다. 복포천은 이 지역일대를 두루거치며 흘러 유역주변이 농경지다. 옛날 배고픈 나그네가 길을 걷다 한끼 식사를 청해야 할 때 마을 산세를 본다는데 이런 곳이라면 굶지는 않을 것 같다.
복포1리 마을회관을 지나면 터널이 보인다. ‘원복터널’이다. 1942년에 개통되어 서울 청량리와 경북 경주를 잇는 총연장 386km의 철도선으로 영서내륙지방의 개발에 크게 이바지했다. 2009년 12월에 양평의 용문역까지 수도권 복선 전철이 개통되면서 옛 철길터널이 지금의 바이크 길과 물소리 길이 된 것이다. 터널입구에 ‘4대강 국토종주 남한강 자전거길’ 팻말과 ‘썬글라스 착용금지’ 안내가 적혀 있다. 많이 어두울 것으로 예상하고 썬글라스를 벗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밝다.
터널 끝 무렵에 이르자 밝은 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흔치 않은 멋진 광경이라 순간 셔터를 눌렀다. 작품명?은 ‘빛을 향해 걷는 길’ 이다. 터널을 통과해서 밖으로 나오면 천장이 없는 터널이 계속된다. 하늘이 보이는 또 다른 터널이다.
물소리 길에서만의 특이한 경험이다. 줄지어 앞서가던 일행들이 유턴하듯 되돌아온다. 이게 뭐지? 길이 잘못되었나 싶었는데 이번엔 길이 다르다. 원복터널 윗쪽으로 향하여 걷는다.
길주변 마을주택들의 규모나 외관이 범상치가 않다. 아마 서울 사람들의 세컨하우스 정도 되는 모양이다, 마을을 통과할 무렵 저 멀리 강변이 보인다. 다시 남한강으로 나온거다. 전체거리의 2/3 정도 지점이다.
이 부근 어디선가 식사를 하지 않으면 싸온 것을 그대로 남겨 가지고 되돌아가야 할 것 같다. 물가 주변에 적당한 곳을 찾으려 두리번 거리며 걸었다. 그러나 지형이 생각과 다르다. 한쪽은 가파르고 다른 한쪽은 도로가 인접한 물가로 앉을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구벼울 카페’를 지난다. 일행중에 한때 잘 나갔던 배우가 직접 운영하는 카페로 올라가보고 싶다고 말한다. 궁금하다. 그런데 가파른 언덕에 가끔 차들만 오르락 내리락 한다. 걸어 올라가는 사람은 1도 없다. 나중에 각자 가는 것으로 하고 지나쳐 걷는다. 작은 입간판너머로 ‘자연과 나와 당신이 함께 하는 곳이어라’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남한강의 뷰를 향해 지어진 연인들의 성지?인듯하다.
아신대학교 후문쪽 다소 아늑한? 곳에 어렵사리 자리를 잡았다. 돗자리를 여러개를 펼쳐 자리를 만들어 각자 가지고 온 도시락을 풀어 놓았다.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막걸리로 ‘건강하세요’라고 건배한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런게 행복 아닌가?
바쁜? 또는 무료한? 일상중에 한달에 한 번쯤은 이런 시간이 좋다.
식사를 마치고 남은 강변길을 따라 걷는다.
기차를 개조해놓은 ‘아신갤러리’가 있다. 그 옆에 ‘물소리길 안내센터’가 있고 두 번째 스탬프 인증대가 있다. 오늘 코스의 종착점, 아신역이 바로 코앞이다.
누군가 17분후 서울방향 열차가 도착한다하니 다들 알아서 서둘러 주신다. 전월에 비해 전체적인 연결이 물흐르듯 자연스럽다. 오후 4시면 둔촌성당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 정도면 서울둘레길에 비해 결코 멀거나 불편하지 않다. 베리굿이다. 사실 그동안 양평 물소리길을 걷고 싶었지만 대중교통으로는 어렵다고 생각해서 엄두를 못냈었다. 다분히 고정관념에 사로 잡혔던 탓이다.
늘 편안하고 익숙한 일에 안주하며 다른 생각은 받아들이지 않는 바리사이들과 다를 바가 없었음이다. 새로운 길을 시도한다는 것은 때로 불편함을 받아들이는 일이기도 하다.
신부님 강론 ‘사순시기를 맞아 내가 평소 꺼려하거나 불편해했던 일은 무엇인가 생각해보고, 그것에 대해 용기를 내어보자’ 말씀을 묵상해본다.
“둘토산 형제 자매님들, ‘양평 물소리 길코스’는 불편함에 대한 감수로 얻은 기쁨임을 잊지 않게 하시고. 주어진 사순기간 저마다 값진 시간 되게 하소서.”
첫댓글 1조 곽요셉+정마리아 조장님과 조원들 덕분에 더욱 의미있는 시간되었습니다. 감사해요~
아, 저도 바리사이파 처럼 둘토산 도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둘토산 대표님의 열정에 감동합니다.
자연속을 걷는 것은 그저 일상속 가벼운 쉼표일 뿐입니다. 잠시 일에 대한 짐을 내려놓으시면 훨씬 홀가분해지실겁니다. 대표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