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못가는 주말을 이용해서 811 싱글 배선을 완료했습니다.
요즘 인터넷에 올라오는 자작기들을 보면 정말 칼배선, 직각배선을 해서 배를 따도 참 깔끔하던데
저는 아무리해도 안되네요. 이것도 타고 나는 모양입니다.
공구도 제대로 없고, 쓰던 인두도 못찾아 어디 구석에서 15와트짜리 막인두를 하나 찾아서
어찌어찌 우여곡절 끝에 오후 5시쯤 배선을 끝냈습니다.
오배선이 없는지 점검하고...앰프에 전원을 넣습니다.
1초...2초...일단 히터에 불은 잘 들어옵니다.
5초...정류관에서 푸른 불꽃이 파바박...얼른 스위치를 내렸습니다.
아....!!! 머리에 김 납니다.
아무리 살펴봐도 오배선은 없고...다시 전원을 넣자니 정류관 날려먹을 것 같고...
흐미.....20년 삽질 인생에 한 번도 없었던 일이....
짧게 짧게 전원을 넣어가면서 각 단의 전압을 측정해봅니다.
전압이 정상이 아닙니다. 초단 쪽으로 흐르는 전류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됩니다.
특별히 손 댄건 없는데 더이상 정류관에서 스파크는 일어나지 않길래 무심코 전원을
제법 오래 켜 놨는데....아뿔사....정류관 바로 뒷단에 직렬로 연결해 둔 450WV짜리 전해캡에서
김이 피시쉬....이....
초보시절 비슷한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는지라 얼른 창문을 있는대로 열어놓고 밖으로 탈출...
예전에 사용하던 전해와 종류가 다른지 예전보다 냄새는 별로 안나네요.
코가 막혀서 그런가...???
일단 이 상황에서 뭔가 전원부의 이상에 대해 의심해 봤어야 하는데...
캡을 직렬로 연결하면 내압이 증가한다는데...이게 왠일??? 하고 더 이상의 의심을 접었습니다.
일단 유독한 증기가 빠지길 기다려 바닥에 흘러 있는 전해액을 닦고, 정류관 뒷단의 전해캡을 제거했습니다.
다시 전원을 넣었다 뺏다 하면서 각 부분의 전압을 체크하다가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합니다.초단 부하로 사용된 R1 250K 저항의 양단 전압이 이상합니다. 양단의 전압이 1볼트도 안 됩니다.
캐소드 전압(R2 양단의 전압)을 체크해보니 5V내외...
캐소드의 자기바이어스를 위한 저항 R2가 3.3K이므로 초단에 흐르는 전류는 1.5mA
이 1.5mA를 플레이트 부하저항 250K에 흘린다고 가정하면 250,000R * 0.0015A = 375V
375V라는 값도 설계값은 아니지만 아무튼 캐소드에 흐르는
전류값을 플레이트 부하에 대입하면 이렇게 걸려야 정상인데 1볼트도 안되다니...이건 뭔가 이상합니다.
부하저항의 저항값을 테스터로 측정해보니 에게게....250R
제가 적록색약이 있는지라 저항값을 눈으로 읽는게 어렵습니다.
그래서 왠만하면 사용하기 전에 꼭 테스터로 저항을 체크해봅니다만, 이번에는 IC114에서 필요로 하는
저항만 주문해서 사용했기 때문에 포장지에 적힌 250K라는 수치를 아무 의심 없이 믿고 사용했는데
그게 250K가 아니고 250R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이놈의 250R 저항을 아래 그림처럼 정류회로의 분압저항으로 사용했으니 정류관이 점화되면서
바로 R1과 R2를 통해 과전류가 흘렀을테고....(아마 이 때 정류관에서 스파크가 발생한 듯...)
두개의 저항 중 상대적으로 약한 한 쪽의 저항이 먼저 사망하셨으니 한쪽에만 고압의 리크전류가 흘렀던 것이고
그러니 그 쪽의 캡이 전압을 이기지 못하고 푸쉭....
아...이런 황당하고 어이 없는 일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햐....문제의 원인은 일단 파악했으나.....250K 2W 저항이 없으니...대략난감...
200K 1/2W 저항 네개를 직병렬로 연결해서 우선 200K 2W 저항을 만들어서 초단 플레이트에 걸고
다시 전원 투입...짜자잔....
다시 전원을 투입하고 여기저기 전압을 체크해보니 한 쪽은 생각한 범위내의 전압이 나오는데
다른 한 쪽은 여전히 이상....드라이브단 캐소드에서 출력관의 그리드로 흐르는 전류가 정상치에서
한참 모자란 1~2mA 수준....원래는 18mA 정도가 흘러야 되는건데....ㅠㅠ;
출력관 좌우를 바꿔서 꽂아보니 정상....증상이 출력관을 따라가는걸로 봐서는 출력관 의심.
출력관을 뽑기 위해 플레이트캡을 뽑아내는데....아뿔사...
811이 진공관 상단에 플레이트캡이 있는건 다들 아시죠.
이놈이 뚝...떨어져 나오네요.
생산된지 워낙 오래된 관이라 접착부위가 부서져버렸다는....
그러고보니 베이스도 흔들흔들...
결국 출력관 한 쪽 불량...으로 인한 문제로 판명...
기억을 더듬어보니 10여년 전 판매자가 베이스가 떨어져 접착제로 붙여놨다는
이야기를 들은것 같네요. 근데...그 분이 제대로 붙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와서 물어달랠수도 없고...(물론 연락처도 없지만, 있다해도 그게 언제적 이야긴데....흑...)
아무튼 오늘 저녁에 다시 재생해 보도록 노력은 해 보겠지만...아무래도 출력관을 새로 구입해야 할 듯....합니다.
아무튼 12시가 넘어서야 문제의 원인을 다 파악했습니다.
지금도 머리가 멍합니다....이런 사소한 문제들이 이렇게 사람을 골탕먹이다니...
아직 남은 문제는....
1. 생각했던것보다 게인이 작습니다.
프리가 없어 노트북에 직결해서 듣는데, 볼륨을 끝까지 올려도 그냥 시끄럽지 않은 정도의 음량만 나옵니다.
계산상 이득은 충분한 것 같은데...원인이...??? 오실로스코프도 없고, 발진기도 없고....
발진프로그램 찾아 노트북으로 돌리고, 멀티미터 하나로 장님 코끼리 더듬듯 삽질을 더 해야할 모양입니다.
2. 잔류잡음이 좀 있습니다.
입력 오픈상태에서 스피커를 연결하면 가까운 거리에서 잡음이 귀에 들릴 정도로 있습니다.
멀티미터로 측정해보니 30mV정도 되는군요. 전원부는 트랜스 부근에, 나머지는 채널별로 초단 캐소드 부근에
각각 접지했는데, 이게 문제일까요? 1미터정도 떨어지면 들리지는 않아 음악을 듣는데 큰 지장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찝찝하니 어스라인을 새로 손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랫만에 삽질하려니 힘드네요.
(삽질 1)
지난 주 스트리퍼를 찾다가 못찾았습니다.
칼로 피복을 일일이 벗길려니 이건 노동입니다.
(삽질 2)
상판에 험 밸런스용 가변저항을 고정할 구멍을 8mm로 뚫어왔는데...
부품을 고정하려니 구멍이 작습니다.
줄도 없고, 리머도 없고....동네 한 바퀴 돌아보니 잘 사는 동네라 그런지 철물점도 안보이고...
결국 니퍼로 이리저리 돌려가며 구멍을 넓혔습니다.
(삽질 3)
811 플레이트에 600V가 넘는 고압이 걸립니다.
뭐 왠만한 선들도 절연내압이 그 정도는 되겠지만 그래도 좀 내압이 높은 선을 썼으면 해서
ic114에 부품 주문할 때 고압용 전선이란게 있어 구입했습니다만....
선이 머리카락보다 조금 굵네요. 너무 가늘어서 뽀대가 안나...
첫댓글 웃으믄 안되는디...ㅋ 어디 문제일까요??? 오늘도 일찍 출근하셨네요..
읽은 내가 다 손에서 땀이 나네요
화생방 훈련은 큰 인명 손실 없이 마쳤다니 다행입니다 ㅋㅋ
그래도 요상하게스리 소리가 궁금해지는 왜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삽질이..한번에 다 되믄..재미가 없지 않겠습니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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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가 없어서... 약간의 비용만 추가하시면... 구매대행으로 저렴히 구입하실듯 합니다. 으흐흐흐
싸부 혹시... 이베이로 하실거믄...닉시관이나 몇개 구입하시지요... 시계나 하나 맹글어 볼까...하는디..ㅎㅎㅎㅎㅎ
이베이에서 주문해야 될 것 같은데...통장 잔고가 없네...며칠 있다가 해야겠다.
전해캡 터지면 냄새 끝네주는데.. ^^ sorry -.-
악전고투 하시네요. 최악의 삽질 환경..
전선은 산업용 600V 105도 AWG 전선을 구할 수 있습니다만, 오디오 특히나 플레이트 단에 쓰기엔 일단 심적으로 소리가 안좋을 것 같죠? ^^ 필요하면 얘기 하십쇼.
7월 정모에 좀 더 많은 얘기해 주시길..
즐거운 삽질
소리하고 전선의 품질하고는 별개의 문제라...한 1미터만 잘라다 주십쇼. 일반 선재를 쓰자니 아무래도 절연내압이 맘에 걸리네요. 요즘은 전해액을 뭘로 쓰는지 몰라도 냄새가 그리 심하지는 않더라구요.
음..
담주 정모까정 기다릴 수 있을라나요?
음..
담주 정모까정 기다릴 수 있을겁니다!
땜질좀 했다는 양반이 배선이 엉망이네~~저래가 소리가 제대로 나겠나???
오..
소리가 궁금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