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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산 서령고 학생부 기록 마감일 교무실
풍경 <사진 제공=서령고> |
올해 6월 대구의 A고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동료교사의 인증서를 도용해 NEIS에 들어간 뒤 학생 30명의 학교생활기록부를 몰래 고친
것이 발각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이 교사는 입학사정관들이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창의적 체험활동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항목을 주로 고친
것으로 밝혀졌다.
그 후 광주의 B고등학교에서도 상위권 대학에 학생을 많이 보내기 위해 성적이 우수한 학생 25명을 심화반으로
관리하며 학생부를 임의로 조작해 문제가 불거졌다. B고교는 학교장의 지시 아래 학생부 수정 권한이 없는 특정 교사가 자신이 맡은 과목이 아닌 타
과목의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수정했고, 수학과 교사는 성적까지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선 고교의 학생부 조작 실태를
조사해온 안민석 국회의원에 따르면 지난 4년간 371개교에서 학생부 조작 및 오류 419건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가 각 시·도교육청에 의뢰해 전체 고등학교(2,378개교)를 대상으로 학생부 권한 관리 실태 시스템 전수조사와 학교 현장
방문조사(206개교)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의 학교는 정상적으로 권한 관리를 하고 있으나 일부 학교에서 업무 편의 등을 위해 관례적으로 담당이
아닌 교사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등 부적정한 권한 부여 사례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학생부의 기록 측면에서도 그동안 소논문으로
대변되는 자율탐구활동은 대필 의혹이 끊임 없이 제기돼 왔으며, 사교육의 주요 온상으로도 지목돼 왔다. 또한 일명 세특과
행특 기록은 '~우수함', '~탁월함' 등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표현으로 기록한 경우가 많아, 대학에서는 이런 기록을 별 의미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이처럼 학생부 기록을 둘러싸고 기록의 신뢰도 및 공정성, 교사들의 역량 차이에 따른 기록의 차별성 등의 문제점이
학부모 및 교육관계자들을 통해 빈번히 제기돼 왔다. 더구나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되면서 학생부가 학교생활의 온전한 종합기록으로서 공정하게 기록되고
신뢰를 얻는 것은 학종이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한 선결 조건이 되고 있다.
거기에 ‘2015 개정 교육과정’과 자유학기제 등에
따른 학생참여형 수업 및 과정중심 평가가 확대되면서 교육과정-교수·학습-평가 기록의 연계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도 강하게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학생부 기재 방식 논란... 교육부 메스 댔다 현장 교사들과 교육 전문가들은 교사의
학생부 기재와 권한 부여 등에 관련해 명확한 기준이 제시돼야 하며, 항목별로 불필요한 부분은 삭제하고 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는
방향으로 바꿔 달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이들은 특히 수상경력, 진로희망사항, 독서활동상황 항목의 기재 양식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학부모들은 학부모와 학생 및 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학생부를 요구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학교별, 교사별
학생부 기재 수준 차이를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학생의 학습과 성장의 온전한
종합기록으로 신뢰할 수 있는 학생부가 되도록 단기, 중기, 장기적 계획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기재를 지양하고 활동 중심으로 학생의 의미 있는 변화 과정을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며, 교사가 학생부를 보다 세세히 기록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처럼 학생부 권한 관리 및 기재 방식 개선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자, 교육부는 11월 23일 학생부 제도 개선을 위한 훈령
개정을 발표하고, 학생부 입력 주체가 모호한 항목은 입력 및 정정 주체를 명확히 규정해 학생부 기재와 관리 책임을 명확히 했다. 그 가운데 창체
자율·봉사활동, 종합의견은 담임교사가, 동아리활동은 동아리 담당 교사가, 정정 처리는 발견한 학년도 담임교사가 하도록 했다.
또한
학생부 항목별 기재 내용과 방법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의미가 모호하거나 관련 법령이 개정되면서 정비가 필요해진 학적 용어들도 정비에 나섰다.
명예졸업 등 사회적 요구가 있는 항목을 신설해 나이스 시스템에서 기존 졸업대장과 별도로 관리하도록 했다.
학생부 기재 방식 어떻게 바뀌나 개선된 학생부 기재 방식을 살펴보면,
진로희망사항은 폭넓고 유연한 진로체험과 진로탐색 등을 위해 학생 중심의 ‘진로희망’과 ‘희망사유’를 입력하도록
했다. 더불어 학생과 학부모의 진로희망이 다를 수 있는 ‘학부모 진로희망’란과 학생 성장과정에서 수시로 변화할 수 있는 ‘특기 또는 흥미’란을
삭제했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일반적이고 포괄적이었던 학생 활동 기록을 구체적 활동을 상시관찰한
누가기록을 바탕으로 기재하도록 표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교과학습발달상황은 학습 결과 중심 기록에서 교과별
성취기준에 따른 학습 과정 및 성취도 중심으로 기록하도록 했다. 자율탐구활동은 교육과정 내에서 사교육의 개입 없이
학교 내에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수행한 과제 연구만 기재하도록 하고, 특히 연구과제명, 참가 인원, 연구 소요 시간만 기재하도록
강제했다.
독서활동상황은 교사의 관찰과 확인에 한계가 있는 독서 성향 등은 기재하지 않고, 읽은 책의
제목과 저자만 기재하도록 명시했다.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은 '~이 우수함'이나 '~이 탁월함' 같은 포괄적이거나
추상적인 표현을 지양하고, 학생의 변화와 성장 등을 누가기록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표현을 통해 종합적으로 기록하도록
명시했다,
■ 개선된 학생부 기재 방식
항목 |
현행 |
표준 가이드라인 |
수상경력 |
교외상
입력 불가, 교내상은 상 명칭, 등급, 수상연월일, 참가대상(인원수)등 기재 |
학교별
사전 등록된 교내상만을 기재, 수상 사실을 수상경력란에만 기재 |
진로희망사항 |
학생과
학부모의 진로희망 구분 기재, 구체적 직업을 특기 또는 흥미란에 기재 |
진로희망은
학생의 진로설계 및 변경을 고려해 관심분야의 희망직업을 기재하고, 희망사유는 충분한 상담과 관찰을 통해 진로희망사유를
기재 |
창의적 체험활동 |
4개영역(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을 누가기록을 바탕으로 기재 |
학생의
영역별 활동에 대해 교사가 상시관찰 및 평가한 누가기록을 바탕으로 구체적 활동 사실과 학생의 활동태도 및 노력에 의한 행동변화의 성장 등을
기재 |
교과학습 발달상황 (세특) |
학생의
과목별 특기사항과 방과후 활동 등을 기재 |
학습결과
중심 기록에서 교과(목)별 성취기준에 따른 학습과정 및 성취도 중심으로 기록, 방과후 학교활동 내용은 과목명(주요내용)과 이수시간만을
기재 |
자율탐구활동 |
교과학습발당상황이나 창의적체험활동의 동아리 영역에 정해진 지침없이 입력 |
정규교육
이수과정에서 사교육 없이 학교 내에서 학생주도로 수행된 연구주제 및 참여인원, 소요시간을 기재 |
자유학기제 |
시행학기의
4개 영역(진로탐색, 주제선택, 예술, 체육, 동아리)활동의 특기사항 기록 |
담당교사의
수시관찰에 의한 활동내용, 참여도, 흥미도 등을 종합평가하여 학생의 활동과정 및 참여태도, 활동 후 성장 등 학생의 개별적 특성이 드러나도록
영역별로 기재 |
독서활동 |
과목 또는
영역별 학생의 독서성향과 읽은 책 및 저자를 기록 |
교사의
관찰·확인에 한계가 있는 독서성향 등은 기재하지 않고, 읽은 책의 제목과 저자만 기재 |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행특) |
누가기록을
바탕으로 포괄적 추상적 표현의 칭찬일색 중심으로 기록 |
학생의
학습, 행동 및 인성 등의 학교생활에 대한 상시관찰, 평가한 누가기록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동을 구체적인 변화와 성장을 중심으로
종합적으로 기록 |
학생부 나이스 시스템 개선 방향 한편, 학생부 나이스 시스템의 권한부여 절차도 강화했다. 학년 초
담임, 교과 담당, 동아리 담당 교사 등에게 부여되는 권한 외에 권한을 변경하거나 추가 부여할 경우, 학교장 결재를 거쳐 교육(지원)청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교육(지원)청이 관내 전체 학교의 나이스 학생부 권한의 최초 부여, 추가 부여, 권한 변경 현황을 상시
모니터링을 하기로 했다. 권한인증 절차도 개선했는데 현행 나이스 인증을 금융기관의 금융거래 인증 수준으로 강화하고, 「조회」와 「조회·입력」으로
권한을 부여하고 연계하도록 했다. 따라서 앞으로는 (1차) 공인인증서 로그인 → (2차) 보안카드(ARS 또는 OTP) 인증 등의 절차를
의무적으로 밟아야 한다.
수정이력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는데, 학생부 내용 중 수정 내역의 누가 기록을 학년 학생부 마감 후 5년
동안 보관해 현장 지도·감독 등에 활용하기로 했다.
■ 학생부 나이스 입력주체 변경 사항
항목 |
훈령상 입력주체 |
현행 |
개정안 |
진로희망사항 |
없음 |
담임교사 |
창체활동(자율, 동아리,
봉사) 특기사항 |
없음 |
자율활동
및 봉사활동(담임교사) 동아리활동(지도교사) |
교과학습발달상황 (세부능력및
특기사항) |
없음 |
교과
담당교사, 담임교사(방과후학교는 교과담당 또는 담임) |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
없음 |
담임교사 |
■ 학생부 나이스 권한 관련 변경 사항
권한부여 절차 강화 |
학년 초
부여되는 권한(담임, 교과 담당, 동아리 담당 등) 외 권한 변경 또는 추가 부여 시 학교장 결재를 거쳐 교육(지원)청에
보고 |
권한부여 모니터링 |
교육(지원)청이 관내 전체 학교의 나이스 학생부 권한의 최초 부여, 추가 부여, 권한 변경 현황을
상시 모니터링 |
권한인증 절차 개선 |
현행
나이스 인증을 금융기관의 금융거래 인증 수준으로 강화하고 「조회」와 「조회·입력」으로 권한 부여와 연계 |
인증 절차 개선: (1차) 공인인증서 로그인 → (2차) 보안카드(ARS 또는 OTP)
인증 |
수정이력 관리 강화 |
학생부
내용 중 수정 내역의 누가 기록을 학년 학생부 마감 후 5년 동안 보관하여 현장 지도·감독 등에
활용 |
교육부의 이번 개선안에 대해 원주 상지여고 지창욱 교사는 “진로희망사항에 학부모 의견을 없앤 것은 잘한 일”이라며 “학생부 기록이
간소해져 과장될 수 있는 부분이 대폭 줄었으며, 대학이 학생부를 평가하는 데에도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
대정여고 변태우 교사는 “학생부담당교사나 진로교사 등 교장에게 권한을 부여받으면 아무나 NEIS에 접속할 수 있던 것이 큰 문제였다”며
“교육청이나 교육지원청이 NEIS 권한을 상시 모니터링하게 된다면 그동안 제기돼 왔던 문제점들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겸훈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장은 “학생부는 기본적으로 기록자 이외에는 수정할 수 없어야 하며, 관리자라고 해서 열람
권한을 다 주어서도 안 된다”며 “일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법적인 학생부 수정은 대개 관리자의 주도 아래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강하므로,
관리자에게 수정 권한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독서활동 기재 간소화로 학종 장점 축소
우려 2017년 1월부터 실시되는 교육부의 이번 조치는 <에듀진>이 지속적으로 제시해 온 학생부 기재 방식의
변화 방향과 대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담임교사 및 동아리 담당 교사 등의 역할과 책무성을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독서활동 상황에 읽은 책의 제목과 저자만 기록하도록 한 것은 학생의 실제 독서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고, 대학이 독서활동을 전공적합성 평가의 주요 항목으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서활동에서 책 제목과 저자만 알 수 있게
되면 대학의 평가가 세특사항에 집중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또한 일각에서는 독서활동이 교과서 단원과 학생의 진로
계획에 맞춰 이루어지면서, 독서로 비롯된 지적호기심이 다큐멘터리, 영화 등 다른 영역으로 확대되는 선순환 작용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번 조치로
인해 이런 긍정적인 작용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는 비판도 대두되고 있다.
이처럼 이번 교육부 조치에 대한 반응은 긍정과
부정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NEIS 접근 기준에 대해 명확히 제시하고, 추상적인 문체로 학생들의 특징을 잘 드러내지 못했던 기존의 학생부
기재 방식을 일신한 점은 분명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학교생활기록부 기록을 기본으로 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의 긍정적 측면이
갈수록 축소·왜곡 되고 있다는 우려도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학생들의 꿈과 끼, 잠재력을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학종의 장점은 사라지고,
학종이 '학생부교과+@' 수준으로 변질돼 사실상 교과 성적 중심 전형인 학생부교과와 크게 다를 게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학생부종합전형의 장기적인 발전적인 모델을 진로의 관점에서 제시해야 하는 숙제도 떠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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