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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일요북한산! 원문보기 글쓴이: 해안선
하늘길의 일본 북알프스 종주 산행 네팔을 세 번 다녀오고 나서, 이제는 좀 더 다양한 세계를 구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나라에 가면 또 다른 산행의 재미와 여행의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제는 좀 더 많은 나라의 좋은 곳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그런 중에, 주위에서 일본 트레킹에 다녀온 이야기를 들었다. 몇 미터나 쌓인 눈을 잘 파내어 눈 속 도로를 내고, 마치 눈 속을 걷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게 하는 타테야마(立山)의 홍보 사진은 사람을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일본에 대한 자료를 찾던 중, 타테야마의 관광 코스 말고 트레킹 코스가 여럿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일본 북알프스에 국내에 잘 알려진 트레킹 코스가 여러 개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처음에는 유명하다는 몇몇 북알프스 부분 종주 코스를 묶어서 일본에 다녀올 계획을 세웠으나 그 정도 날짜면 완전 종주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계획을 바꾸어 북알프스 종주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일본 북알프스는 동경을 중심으로 보자면 북서쪽에 위치한 2500-3200m 사이의 봉우리들이 몰려있는 산군이다. 그 아래로 중앙알프스 남알프스가 있다. 종주에 필요한 시간은 중앙알프스는 2박3일 정도, 남알프스는 북알프스와 비슷한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오히려 남알프스는 고도의 높낮이가 더 심해서 북알프스보다 더 힘들것이라고 한다.
북알프스 종주 산행을 위해 필요한 것이 여러 가지가 있었으나 충분한 시간을 갖고 여유있게 준비할 상황은 아니었다. 중요한 정보만 인터넷을 통해 모으고 급히 준비해서 떠난 트레킹이라 시행착오도 있었다. 이런 시행착오와 나의 경험이 앞으로 일본으로 떠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쓴다. 참고로 난 7월27일부터 8월10일까지 14박15일 일정으로 일본을 혼자서 다녀왔다. 여행사나 일본의 지인을 통하지 않고 비행기표만 덜렁 끊어서 갔다. 산행은 11박12일이었고, 11일 동안 모두 텐트에서 잠을 잤다. 음식은 가져간 것으로 대부분 해결했고 매식한 것은 3회에 불과했다. 11일 간의 산행에서 소비한 돈이 1만4천엔이 전부였다.
종주 코스 선정 -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걸을 것인가? 이 것은 산행자의 능력이나 일정과 같은 여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므로 자신의 능력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봉우리로 따지자면 시로우마다케(白馬岳)부터 야케다케(焼岳; 북알프스의 최하단 봉우리)까지 이지만, 오쿠호다카다케(奧穗高岳)까지만 가도 무방하지 않느냐는 사람이 있고, 그 반대로 봉우리 뿐만 아니라 능선 자체도 모두 타야 의미가 있으니 북쪽 바닷가 능선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으니 자신이 알아서 결정하기 바란다. 또한 시로우마다케(白馬岳)까지 오르는 길도 아주 다양하므로 자신의 기호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면 될 것 같다.
숙식 문제 이 것이 일본 트레킹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 같다. 일본 산 트레킹(북알프스 뿐 아니라 대부분의 다른 산도 포함)은 어떻게 자고 먹느냐에 따라서 비용이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일본 산은 산소(山莊) 혹은 고야(小屋)라고 불리는 산장 시설이 짧게는 2-3시간 간격으로 길게는 5-6시간 간격으로 있기 때문에 이 시설을 이용하면 편안하게 산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야마고야(山小屋) 시설을 이용하는데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군대식으로 잠잘 칸과 이불을 마련해 주고 하루 밤에 약7000엔을 받는다. 저녁과 아침까지 포함하면 대부분 1만엔을 받는다. 우리 돈으로 (현재 환율 140원) 약 14만원이 된다. 하루 이틀이면 모를까 종주하면서 이런 시설을 이용하기는 부담스럽다. 야영이 대안이 되는데, 야영을 모든 산장 주변에서 할 수는 없다. 야영을 허용하는 산장이 따로 있으니 미리 점검하는 것이 좋다. 야영하는데 500엔 정도의 야영비를 산장에서 받는다. 가장 큰 문제는 무게이다. 오토캠핑장에서 사용할 만한 그런 무거운 텐트로는 어림도 없다. 여기 일본에서 캠핑하는 사람들의 텐트는 대부분 1-2인용 혹은 2-3인용이 많으며 그 무게는 2kg이 되지 않는다. 요즘은 1-2인용 텐트가 가벼운 것은 1.2kg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산위에는 바람이 엄청나게 불며, 비도 자주 내린다. 이런 모든 상황을 고려하여 준비를 해야 한다.
먹을 것은 최대한 간편하면서도 충분한 식사가 될 만한 것들을 가져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무게를 줄이는 것은 필수이다. 나 같은 경우는 쌀을 가져가지 않고 누룽지로 대신했다. 따라서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을 많이 줄일 수가 있었고 연료 소비나 식사 장비도 크게 부담을 갖지 않았다.
연료 문제 북알프스 트레킹은 여름에 주로 이루어지므로 가스 연료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비행기에 실을 수 없으니 한국에서 가져갈 수는 없다. 가스 연료는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구입해야 한다. 산장에서는 살 수 없다. 음식은 가능하면 연료를 많이 소비하지 않는 방향으로 준비를 하는 것이 좋겠다. 내 경우에 11일 동안에 산에 있으면서 큰 가스(용량이 두 배쯤 되는 위로 긴 가스)통 하나로 충분히 쓰고 남았다. 식수 식수는 대부분 산장에서 구할 수 있다. 단, 일부 산장을 제외하고는 유료이다. 능선 위에서 물을 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1리터당 100엔에서 200엔을 받는다. 일본 북알프스에는 겨울에 눈이 워낙 많이 내려 봄부터 녹기 시작하는 눈이 8월 삼복더위에도 남아있다. 산행을 하다보면 중간 중간에 이런 눈들을 자주 만나는데 이 눈 아래쪽을 지나게 되면 아주 시원하고 맑은 눈 녹은 물이 흐른다. 이 물은 식수로 써도 무방하다. 눈을 파서 먼지를 제거하고 깨끗한 부분은 그대로 먹어도 된다. 난 이번 산행에서 이 물을 자주 이용했다. 또, 다른 편법이 있는데 물을 비싸게 파는 산장이라면 화장실에 가보기 바란다. 손을 씻는 물이 나오는데 이것을 받아다가 사용해도 된다. 마시기는 기분이 찝찝할지도 모르겠지만 물을 끓이는 요리용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 물통은 두 개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1리터 식수통과 1리터 혹은 2리터의 비상 수통으로 말이다. 나중에 정리해 보니 물을 딱 5리터만 사먹었다. 베낭 무게 이번 트레킹에서 가장 절실하게 느낀 것이 베낭 패킹 문제였다. 출발 당시의 몸무게 75kg였는데 마지막 꾸린 베낭을 매고 저울에 올라가니 99kg가 되었다. 물이 빠진 상태의 무게였으니 물통에 물 1리터만 채우면 딱 100kg가 된다. 즉, 출발 당시의 베낭 무게는 25kg 였던 셈이다. 하지만 이번 트레킹 중에 만난 일본인이 있는데 이 친구는 나보다 긴 코스로 바닷가부터 종주를 하고 있었다. 이 친구의 출발할 때의 베낭의 무게는 15kg였다고 한다. 거의 2주동안 산에 있으면서 이 정도 베낭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을 보고 이번 산행에서 가장 절실하게 배워야 할 점은 바로 이 패킹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이 친구는 옷이 단 한벌 뿐이고, 이 옷의 상표 태그마저 가위로 다 잘라낼 정도로 무게에 신경을 많이 썼다. 짐들을 풀어놓고 어떻게 무게를 줄일지 다시 생각하고 생각해야 한다. 난 아무리 생각해도 15kg로 맞출 자신은 없고 최대 18kg까지는 다음 산행에서 맞춰볼 생각이다. 짐 많이 질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자랑하지 말고(내 경우가 그렇다) 모든 상황을 고려하면서도 짐을 최소화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번 산행에서 절실하게 느낀 점은 '패킹도 산행 실력이다' 는 것이다. 동행인 구하기 사실 혼자서 트레킹을 하고 싶어서 했다기 보다는 호흡이 맞는 동행인을 구하기 어려워서 했다는 편이 맞다. 같은 산행 스타일을 추구해야 하고 일정도 맞아야 하고 산행실력도 너무 차이가 나서는 곤란하다. 하루 이틀 산행할 것이 아니므로 성격까지 맞아야 하는데 어디 이런 조건을 구비한 사람을 찾기가 쉽던가. 평소에 산행을 자주하던 사람들이라면 함께 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있지만, 인터넷에서 찾은 트레커와 일정이 맞는다고 무턱대고 함께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난 차라리 혼자서 여행하는 편을 선택했다. 혼자서 하면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사실은 그 반대다. 혼자이기 때문에 수 많은 새로운 만남이 여행에서 기다리고 있다. 위험? 위험할 수도 있다. 특히 산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에 대한 대비책은 나름대로 세우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이것 때문에 여행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 혼자 여행해 볼 기회는 없을 수도 있다.
고산증? 고산증은 기압이 낮아짐에 따른 여러가지 변화를 신체가 적응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결과이다. '고산병'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은 '병'이 아니다. 기압 변화에 따른 증세일 뿐이다. 일본 북알프스의 산들은 대부분 2500미터~3200미터 사이에 있다. 고도 3000미터 근방에서는 고산증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고산 등반을 해 본 사람을 알 수 있다. 3000미터 근방의 이상한 느낌이 고산증의 미약한 초기 증세라는 것을 말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말이다. 하루 이틀만 지나면 고산 증세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단지, 똑같은 거리를 가더라도, 똑같은 높이를 올라가더라도 지상에서부터 올라가는 것과는 확실히 체력 소모가 많다는 사실은 주지해야 한다. 하루에 15km를 걷는 것은 한국 근교산행에서 아무렇지도 않다. 조금만 서두르면 5시간이면 걷는다. 고도의 변화가 심하지 않고 능선에 올라서면 힘들 것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알프스에서는 다르다. 무거운 베낭을 매고 끝없이 오르고 끝없이 내려가야 한다. 10시간은 걸어야 한다.
쓰레기 모든 쓰레기는 자신이 다시 가지고 내려와야 한다. 산에서는 버릴데가 없다. 산장에서는 자체 발생하는 쓰레기가 아니면 받아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캔 맥주를 사마셧다면 그 캔은 버릴 수 있으나 가져온 각종 쓰레기는 버릴 수 없다. 따라서 식단을 가능하면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하는 것이 좋다. 음식물 쓰레기들은 땅을 잘 파서 묻어도 무방하나 가능하면 사람들이 보지 않는 상황에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산에서 내려와도 쓰레기 봉지가 아주 작지 않다면 처분하기가 쉽지 않다. 도로에 쓰레기통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모이는 카미코치 버스 터미널에서 페트병을 버리기 위해 쓰레기통을 찾아 헤맸는데 결국 찾지 못하고 결국 음료수를 산 집에 빈 페트병을 주고 왔다. 하지만 한 군데 버릴 곳이 있는데(이번 여행에서 배운 것이다), 대부분의 24시 편의점 앞에는 큰 쓰레기통을 두고 있다. 이곳에 살며시 버리면 된다. 준비물
준비물은 트레커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지만 이번 산행에서 나름 필요하다고 정리한 내용을 올린다. 필요 없는 짐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면서.. 1. 아영장비 텐트, 매트, 침낭, 버너, 연료, 코펠, 시에라컵, 수저, 물통(1리터, 2리터), 칼, 렌턴, 끈, 비닐봉지 2. 의악품 붕대, 대일밴드, 탄력테이프, 후시딘, 타이레놀, 아스피린, 지사제, 소화제 3. 화장 화장지, 썬크림, 크린싱티슈, 치약, 치솔, 수건(산행용으로 작은 것) 4. 워킹 썬글라스, 스틱, 작은방석 5. 여행 지도, 나침반, 여권, 일정표, 비행기표, 사전 6. 기록장비 카메라, 여분배터리, 여분메모리, GPS 기록장치, 건전지, 필기구(펜, 수첩) 7. 비대책 우비, 비바지, 스페츠(?-신발 방수대책 세울 것). 8. 의류 다운패딩, 고어자켓, 상의, 하의, 버프, 모자, 양말 9. 식품 차종류, 에너지바, 쵸코바, 육포, 오징어, 소시지, 즉석국, 빵, 누룽지 10. 통신장비 핸드폰, 핸드폰 충전기, 220V --> 110V 변환 코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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