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탐라문화제 제주어말하기대회
중등부 우수
나냥으로 해사주
제주대학교사범대학부설중학교

할망은 짐보따리를 들고 힘겹게 버스에 오르고, 하르방은 끈으로 묶은 상자를 겨우 들고 버스에 오르려 한다.
기사 : (흥겹게 노래를 부르며 운전하다가 멈추며) 영 큰 짐 들렁 어디ᄁᆞ장 갈 거우꽈?
하르방 : 성안 사는 아덜네 집이 감주.
기사 : (운전대에서 나와 보따리와 상자를 트렁크에 실어주면서) 기우꽈, 이레 줍서 저래 놓게.
할망 : 아이고 영 고마운 기사 양반이 이시카.
기사 : (운전을 하며) ᄌᆞ식들 뭐 주젠 벤벤ᄒᆞᆫ 거 들렁 댕겸수꽈? ᄌᆞ식덜안티 ᄀᆞ져가렌 안 허영.
하르방 : 엿날 닮지 안허여, 아덜 메누리 직장에 다 댕겨불곡 손지덜도 공부허곡 허난 시간엇어. 우리가 가사주.
기사 : 게난 저 짐 속에 이신 건 용시 지은 것꽈? 이제랑 힘들게 용시 짓지 말앙 놀멍 삽서.
게이트볼도 치레 댕기곡, 가스치기도 허곡 허멍 살아사 건강허댄마씸.
할망 : 게매, 경 살아지카. 말 ᄀᆞᆮ단 보난 ᄇᆞᆯ써 성안에 다 왓인게.
족은 메누리 마중 나오랜 햇이난양, 하르방 ᄂᆞ릴 준비 헙서.
족은 메누리 차를 운전해서 터미날에 대기해 있다가 시부모를 반갑게 맞이한다.
영길이 어멍 : 아이고 어머니, 무신 걸 영 하영 ᄀᆞ졍옵데강.
하르방 : 요새 밧디서 수확헌 지슬 감저허곡 ᄉᆞᆼ키영 ᄎᆞᆯ레덜이여.
영길이 어멍 : 벤벤헌 짐 ᄀᆞ졍 ᄒᆞᆫ시간씩 차 탕 오젠ᄒᆞ난 버쳐실 거우다. ᄒᆞᆫ저 그릅서 집이 강 푹 쉬게마씸.
아파트에 도착해서 거실에 짐을 내려 놓는다.
할망 : 직장 댕기저, 집안일허저, 아이 키우저. 영길이 어멍 고생햄저.
요새 더 버쳠시냐, 양지가 거멍허고 준준햇저. 심내사 일헐 거난 보약이라도 허영 먹으라.
영길이 어멍 : 이래 앚앙 ᄒᆞ끔 지들립서 시원헌 촘웨나 가까오쿠다.
이때 교복을 입고 수첩과 메모지를 든 영길이가 들어온다.
영길이 : 할마니, 하르바지 옵데강.
할망 : 아이고 나 손지 멧 달 ᄉᆞ이에 몰라보게 하영 컷저 이 지레 보라. 양지광 뭉클락헌게 고왓저
공부도 잘 허곡, ᄒᆞᆨ교도 잘 댕겸시냐, 오널은 어떵ᄒᆞ연 ᄈᆞᆯ리 왓이니?
하르방 : 어떵ᄒᆞ연 공부허는 ᄒᆞᆨ생이 책가방도 안 지곡 으상으상댕기는 거라.
영길이 : 오널은 계발활동을 ᄒᆞ는 날인디 난 제주사랑반에서 우리 제주말을 배왐수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제주 사름덜 생활 모습을 보멍 공부햇수다.
하르방 : 경 햇구나, 요새 서울말에 영어ᄁᆞ지 막 쓰는디 우리 손지 기특허다.
ᄀᆞ만시라보게 할망, 뭣 헴서. 이 짐부터 풀어게.
할망 가져온 보따리를 풀며 짐을 하나하나 꺼낸다.
할망 : 요것들은 우영팟디 심은 ᄉᆞᆼ키들인디 ᄂᆞᄆᆞᆯ, 놈삐, 콥대산이 마농이여. 약 ᄒᆞᆫ번 안 친 거여.
이런 것 먹어사 몸에 좋덴 헌다. 요샌 말로 뭣이엥 ᄀᆞᆯ아라마는...
영길이 : 웰빙이렌 허여 마씸.
할망 : 맞다, 맞아. 이건 작년 ᄀᆞ슬에 장만헌 건디, ᄑᆞᆺ이여. 경허고 이건 갯거시 강 잡은 보말이여.
영길이 어멍 : 공들영 장만헌 거 잘 머쿠다. 게난 요새 밧디는 무슨 용시햄수꽈? 바쁜 일은 엇수꽈?
하르방 : 요새 지슬이영, 마농이영 파난 보리 빌때 ᄁᆞ장 ᄒᆞ끔 한걸허다.
올리는 지슬 시세가 좋안 깝도 잘 받으난 지꺼지다.
할망 : 경헌디 요새 지슬 파곡, 마농 매곡 해나난 산디, 둑지가 뽀사지게 알렴져.
ᄌᆞᆫ둥이도 알령 잘 페우지 못허켜. 저 동펜이 조천쪽에 잘 줴어준뎅 허는 디 이선 가 보젠 햄저.
영길이 어멍 : 경헙서, 나가 모셔다 드리쿠다.
경허나 정허나 어머니, 이제 일흔을 넘언 몸도 아프곡 심도 ᄄᆞᆯ리난 일 그만 허영 놀멍 삽서.
할망 : 야이 보라게. 산 목숨이 어떵 앚앙 노느니. 이제ᄁᆞ지 칠십 평생 밧디서 산 인생이여.
새벡조반 먹엉 밧디 강 고냉이ᄀᆞ치 일허당 또 집안 일허곡,
그것만 해샤. 물 때 뒈민 바당에 강 물질허곡 허멍 오남매 공부시켯이녜.
이제도 오몽해질 때ᄁᆞ지 나냥으로 벌엉 머겅 살주.
영길이 : 할마니 이야기 들으난양 '제주사랑반'에서 들은 '할망정신'이란 시가 생각남수다.
제주 할망덜 자존심 쎄다
꽝 ᄀᆞᆽ인 때 꽝 몽글기 전이
하간 일을 '나냥으로' 헌다.
ᄀᆞᆺᄌᆞᆷ녀로 내려상 구살을 ᄌᆞ무나
오일장 할망장터에서 ᄉᆞᆼ키를 ᄑᆞ나
우영팟듸 맬삭 앚앙 검질을 매도
ᄆᆞᆫ딱 '나냥으로' 헌다.
할망 : 아이고 나 손지 나 강생이 이 할망 ᄆᆞ음을 잘 알암꾸나.
하르방 : (손을 내 저으며) 나도 놀멍 산 건 아니여. 작산 용시허저, 쉐 질루저, 거뿐가. 머세 갈앙 밧 맨들저,
할망도 고생햇주마는 나도 나만이 햇어. 경허고 우리 아이덜도 ᄇᆞ랑지고 착허난 살앗주.
집안 어려운 줄 알앙 주넹이 잡앙 용돈허곡, 꿩마농 ᄑᆞᆯ앙 용돈허곡 경 허멍 공부도 잘 햇주.
할망 : (하르방을 보며) 맞수다게. 하르방이 ᄇᆞ랑지게 노력헌 덕분이우다.
할망도 나냥으로 하르방도 나냥으로 우리 아이덜도 지냥으로 허난 잘 뒈엇주마씸.
하르방 : 경헌디 요새 아이덜 사 ᄃᆞ랜 허는 것 다 사주곡 ᄒᆞᆨ교ᄁᆞ지 부모가 태워다 주곡 방청소도 헐줄 모르곡,
지배끼 모른덴 해라. 경허민 사름이 안 뒌다.
영길이 : 하르바지, 난 양 방청소도 ᄏᆞᄏᆞᆯᄒᆞ게 허곡, 재활용품 분리수거도 잘 허곡, 설거지도 허곡 햄수다.
경허곡 학원에 댕기지도 안 ᄒᆞ곡 나냥으로 집이서 공부허곡 햄수다.
하르방 : 어이구 잘 햄저, 경 해사주.
뒈나 안 뒈나 이녁냥으로 메치멍 둥굴리멍 해염서사 이녁 앞가림 이녁이 트멍 살주.
할망 : 경 허곡 요새 시상 너무 풍족허여노난 귀천을 몰람신디 이실 때 애끼멍 살아산다. 알암시냐?
영길이 : 잘 알앗수다.
할망 : 경헌디 영길이 아방이영, 영순이 어디 갓이니?
영길이 어멍 : 영길이 아방은 ᄉᆞ무실에서 늦게 퇴근허곡, 영순이는 도서관에서 공부허당 오켄 마씸.
고등ᄒᆞᆨ교 가난 정신이 ᄒᆞ끔 드는 생이라 마씸.
보말국 끌리곡 돗궤기도 ᄉᆞᆱ곡 햄시메 징심 먹엉 지압받는 디 모셔다 드리쿠다.
경허고예 영길이 아방이 오후에 퇴근허영 어머니 아버지 영화 보여드리켄 헴수다.
하르방 : 에에 늙은이덜이 무신 영화말고, 일 읏다.
영길이 어멍 : '워낭소리'렌 헌 영환디예, 어머니네추룩 밧고랑에서 일만일만허는 시골사름 이야기렌마씸.
할망 : 아이고 호강이여. 메누리 해준 밥 먹곡 영화구경가곡 시상 부러울 것이 읏다.
영 화목허니 우리 집안이 질이여. 화목허고 ᄇᆞ랑진 우리 집안 자랑헐 만허지 안 허꽈?
일동 : '나냥으로' 정신 잊지 맙서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