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투어 여행기 1] 정동진 & 썬크루즈 호텔/조각공원
어제까지는 그럭저럭 청명하던 가을 하늘이 여행좀 떠나려니 심술궂은 화상이다.그렇거나 말거나 덕평 휴게소를 비롯한 휴게소 두 곳에서 휴식을 취한 뒤 목적지인,광화문에서 정 동쪽에 있는 나루터 마을 정동진으로 내닫는다.대여섯의 대관령 터널들을 다 빠져 나가면 잿빛의 하늘색도 긍정적인 색깔을 내놓을지도 모를 일이다.이러구러 정동진역에 우리 일행이 도착한 때는 군데군데 비 구름이 남아있긴 해도 대체로 하늘은 파란 기색이 역력하고 흔전한 구석은 없지만 햇살마저 기분좋게 쏟아지고 있는 거였다.동해의 해안가 아닌가. 때는 바닷바람이 싱그럽게 일렁거리는 정오를 훌쩍 넘긴 즈음이다 (12시30분).
드라마 '모래 시계'로 전국의 유명세를 탄지도 2,3십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그 유명세를 우려먹고 있는 흔치않은 정동진 역이다.드라마에 등장했던 '모래시계 소나무'를 비롯하여 신봉승의 시(詩) '정동진'이 새겨진 정동진 시비와 조각상 서넛이 조성이 되어 있는 해변가의 플랫홈을 한차례 둘러보고 레일바이크를 즐길 참이다.그런데 1시간 간격으로 운행이 되는 레일바이크가 매진이 되어 14시 45분에 운행하는 레일바이크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거였다.
레일바이크를 즐긴 뒤 점심을 해결하려던 계획을 거꾸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정동진 역 주변의 식당을 찾아들어 끼니를 때운다.짬뽕과 순두부를 섞었다는 의미일 테다. '짬뽕순두부 찌게', 짬뽕도 아니고 순두부 찌게도 아닌 벌건 고추씨 기름이 둥둥,조갯살 서넛이 있는 둥 없는 둥,순두부는 숟가락으로 한 차례 휘저어 놓은 것처럼 제풀로 떠돌아 다닌다. 막걸리마저 곁들이지 않았으면 반쯤 뜨다 말 운명의 음식을 그의 힘을 빌려 해결하고 레일바이크가 기다리는 정동진 역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레일바이크 반환점
레일바이크는 2인승과 4인승 두 종류, 우리 일행은 고스톱이나 골프라운딩 멤버처럼 네 명이니 4인승 입장권을 구매해야 한다.2인승은 25000원이고, 4인승은 35000원이다.2km쯤 돼뵈는 철로를 한차례 돌아오는 코스의 레일바이크라고 이름을 붙였지만,기실 모노레일이다.여태 TV화면에서 구경만 했지 실제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짙푸른 바다의 넘실거리는 파도와 설렁설렁 바닷바람이 얼굴을 애무하고 있는 해안가를 모노레일로 힘 안 들이고 횡단하는 즐거움이다.
썬크루즈 호텔(좌측)& 비치리조트(우측)
정동진 역을 둘러보고 레일바이크까지 즐겼으면 이제 정동진의 또 다른 볼거리이자 정동진의 심볼로 떠오르고 있는 썬크루즈 호텔과 조각공원,그리고 '바다부채길'이다.강릉시 강동면과 옥계면의 경계를 짓는 가마봉 산줄기가 북쪽의 해안가에서 꼬리를 내리는데,꼬리를 내리기 직전 한차례 불끈 둔중하게 몸을 일으킨,넙데데한 산등성이를 두 개의 쌍둥이 리조트(썬크루즈& 비치) 건축물이 차지하고 있다.
썬크루즈 호텔
화려한 크루즈 선박 두 대를 가로(썬크루즈) 세로(비치크루즈)로 얹어 놓은 것처럼 건축한 썬크루즈 리조트와 비치크루즈 두 개의 리조트인 것이다.지난 봄(2024년 5월) 다녀왔던,두 개의 고층 쌍둥이 빌딩을 옥상에서 기다란 선박으로 연결한 싱가포르를 상징하는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이 생각난다.어쨌든 썬크루즈 호텔을 비롯한 조각공원을 입장하려면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물론 호텔 숙박을 예약한 숙박인들은 제외가 될 터이다.
깎아지른 해안 절벽 주변까지 아금받게 조성이 되어 있는 조각공원을 둘러보고 바위 절벽 아래 쪽으로 연결이 되어 있는 가파른 데크 계단을 내려가 스카이워크에서 포즈까지 취한 뒤 다시 조각공원으로 올라선다.내처 썬크루즈 호텔 앞 마당에 조성이 되어 있는 조각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썬크루즈 호텔 널찍한 광장 한가운데의 십여 미터 폭의 출입로 양측에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의 여신상을 닮은 반나(半裸)의 서양 여성들이 찰랑찰랑 흘러 넘칠 듯 말 듯한 연못 한 가운데에서 각양각색의 포즈를 취하고 서 있다.마치 호텔 손님들을 마중하는 것처럼.
바다부챗길
반나의 아름다운 그리스 여신상을 민망스럽게 마냥 바라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얼른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썬크루즈 호텔 옥상 꼭데기에서 여전하게 화려한 조망까지 즐긴 뒤 아쉽지만 썬크루즈 호텔을 뒤로한다.해안가 바위 절벽과 바닷물이 만나는 사이로 교통로가 구불구불 이어지고 간간이 스카이 워크가 여행객들을 기다린다.그러한 행색의 바다부챗길을 걸어볼 참이다.
어느 새 해거름이다.비치 리조트의 객실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 하나 둘 늘어나고 해변에 줄지어 자리한 카페와 식당 등에서도 뒤질세라 불을 밝히기 시작한다(17시).바다부챗길을 절반쯤 둘러보고 발걸음을 되돌린다.오늘의 숙박지는 강릉시내에서 구할 셈이고 그곳에서 저녁 끼니를 자연스레 해결할 참이다.강릉시 한복판을 동서로 가로지르며 동해로 흘러드는 남대천의 천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바로 이웃한 중앙시장으로 기어든다.손님이 길게 줄을 선 닭집에서 닭강정을 사들고 늙수그레한 할멈이 지키고 있는 모텔에서 강릉 여행의 여독을 푼다.
(2024,11/17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