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영이가 죽었다는 말을 처음 들은 날도 이렇게까지 울진 않았다. 나는 쭈볏쭈볏 나리 곁으로 다가가 어깨를 감싸 안았다. 이럴 때 뭔가 위로의 말을 해 주면 좋다는 건 나도 안다. 그러나 그런 말들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소영아, 네가 뭐라고 말 좀 해봐…….”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무심코 소영이를 찾다니! 나리도 울다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우린 한참 동안 서로를 쳐다보았다. 묵직한 뭔가가 내 가슴을 누르더니, 이내 코끝이 찡해졌다. 결국 내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나와 나리는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다. (27-29)
열세 살 소영이의 삶은……뭐랄까? 봄 같았다. 은은하고 따뜻한 봄볓 같은 아이였다. 혼자 있는 친구를 모른 척하지 않고, 모르는 사이에 모두를 감싸 안고 있었다. 무심한 나도 따뜻하게 챙겨 주었다. 어쩌면 지금 다른 곳에서, 다른 누군가도 소영이를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 사람에게 소영이는 어떤 아이였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소영이는 나에게, 나리에게, 연화에게, 영진이에게, 호준이에게 조금씩 다른 빛깔로 남아 있었으니까. 하지만 우리가 함께일 때마다 다르게 빛나는 소영이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제 나는 다른 사람의 기억에 살아 있는 소영이를 만나도 괜찮을 것 같다. 웃으면서, 그리워하면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다 스르륵 잠들었다.(138)
---이 책은 느닷없이 당한 친구의 죽음, 슬픔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한 동화다. 어린이문학에서 친구의 죽음을 다룬 동화가 거의 없었다. 죽음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 13살이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너무나 많은 안타까운 죽음이 느닷없이 찾아온다. 이런 소재가 자극적이지 않게, 글쓰기 재료로만 쓰이지 않고 채린의 눈으로 받아들이는 이야기의 전개가 무리 없이 이어진다.
소영이와 나는 부반장과 반장 사이, 거기에 연화, 영진이, 나리는 함께 다니던 친구다. 이들의 이야기가 채린이의 시선으로 펼쳐진다. 늘 중재를 하는 소영이었다. 친구의 빈자리가 각자에게 다가오는 무게가 다르다. 손이 귀한 성, ‘기’씨를 택한 것도 안타까움을 자극한다. 친구들이 앨범을 가지고 함양 할아버지댁으로 가는 여정, 납골당에서 소영이를 만나 추모하는 장면으로 한 친구를 떠나 보내는 의식은 마무리된다.
여러 친구들이 함께 소영이의 모습을 추억하는 에피소드에서 소영이의 성품, 어떻게 13살을 꽉 채워 살았는지가 감동적으로 잘 채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