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신학연구소(소장 경동현)와 서울대교구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월례발표회가 26일 오후 7시 서울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월례발표는 우리신학연구소 창립 20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평신도론을 준비하는 첫 번째 시간으로 가톨릭교회가 앞으로도 ‘믿을 만한’ 교회가 될 수 있는지 묻고, 가톨릭 평신도의 ‘교양’에 대해 나눴다.
가톨릭이 ‘믿을 만한’ 종교가 되기 위한 방법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평신도의 ‘교양’은 무엇인가
“한국 가톨릭교회는 사회적 책임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고, 평신도들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더 깊은 믿음과 그리스도교 교양을 요구받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가톨릭 평신도들은 여전히 ‘소수 시절’의 문화에 익숙하다. 하지만 이제 가톨릭 평신도들은 사회적, 교회적 책임과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발제를 맡은 주원준 박사(우리신학연구소 연구위원,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는 “여전히 그리스도교는 믿을 만한 종교인가”라는 질문 앞에, “가톨릭교회는 이미 작은 교회가 아니며, 사회적 소수가 아님에도, 여전히 소수였던 시절에 머물며, 교회 생활을 오래 한 신자일수록 본당과 단체 울타리 안에서만 활동하고 사고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또 사회적, 교회적 책임에 둔감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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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원준 박사는 ‘교양’이라는 말을 선택한 이유는 ‘영성’의 전(前) 단계로 보다 편안히 접근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맥락에서 오해의 여지가 있지만, 더 넓고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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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주원준 박사는 ‘믿을 만함’을 논하면서, 한국 가톨릭교회가 정의평화 활동이나 엄격한 개인윤리 차원에서도 믿을 만한지 물으면서, 사회적 정의평화와 개인적 윤리 두 흐름 사이의 대화와 일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이 둘 사이의 소통과 일치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고민한 ‘적응’(aggiornamento)의 문제이며, 다른 종교와 사회를 배경으로 이뤄지는 현대신학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원준 박사는 “한국 가톨릭 평신도는 더 이상 ‘단일한 집단’이 아니며, 교회의 경험과 신앙의 연륜이 모두 다른 평신도들이 다양한 시선, 다양한 신학을 통해 ‘평신도-평신도’간 소통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믿을 만함’을 증진시키는 소통을 위해 필요한 조건과 소양을 ‘평신도 교양’이라는 개념으로 제시한 주 박사는 “여기서 말하는 교양이란, 단순히 지식에 기대는 것이 아닌, 무식과 몰염치의 반대말이자 사람을 사람답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교양은 성경과 교회 전통에 바탕을 둔 대화와 소통의 길에서 발견되는 것이며,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가운데, 타 종교 · 사회 · 학문 · 문화와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정의와 공동선에 대한 태도와 방법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박사는 평신도의 교양이 높아지면 “자연스레 강론과 설교의 수준도 높아질 것이며, 교회 운영의 합리성도 나아질 것”이라면서, 이런 점에서 그리스도의 삶을 따르라는 요구가 성직자, 수도자뿐만 아니라 평신도에게도 요구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직자와 수도자들은 그런 요구에 늘 인격적으로 응답하고, 그리스도를 보여주어야 할 사람들이다. 그들 스스로 그런 의무를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 평신도도 똑같은 요구를 받고 있다. 하느님의 똑같은 초대를 받고 있는 것이다. 평신도의 처지란 덜 거룩하게 살아도 되는, 때 묻어도 되는, 자본과 권력에 대한 무제한적 욕망을 표출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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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진 기자 |
그는 “평신도들이 개인윤리에 덜 엄격해도 되는 ‘면죄부’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서, “예수의 제자로서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고백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며,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원하는 일을 직접 하는 사람들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원준 박사는 “‘평신도 영성’의 전(前) 단계로서 보다 편안하고 폭넓은, ‘교양’을 통해 평신도들 역시 교회 내 운영원리와 동떨어져서는 안 되며, 자체적인 운영 원리를 제시하고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그러나 평신도 교양이 사제들의 권력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대안을 함께 모색하고 대화의 주체로 서며, 결국 평신도 신학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과정에서 평신도들이 내적 충만함과 함께 사회개혁을 위해 투신할 수 있다면, “이 길을 막아설 유리천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로 시작된 ‘새로운 평신도론’은 1년여 간의 준비를 거쳐, 우리신학연구소 20주년에 맞춰 제안될 예정이다. 우리신학연구소는 앞으로 평신도들이 함께 참여하고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논의의 자리를 더 마련할 것이라면서, “더 많은 이들의 참여를 통해 부족한 개념을 보충하고 다양한 삶의 모습을 충실히 반영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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