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종합전형의 가장 중요한 전형 요소는 서류다. 서류는 대학에 따라 학생부, 자소서, 추천서, 활동보고서 등을 반영한다. 이 중 자소서는 일면식이 없는 입학사정관들에게 서류로 하는 첫 자기 홍보의 시간인 만큼 심사숙고해 작성해야 한다. 그렇다면 수많은 자소서 중에서 입학사정관의 눈과 마음을 열게 할 수 있는 자소서는 어떻게 써야 할까? 본지는 수험생들의 자소서 작성에 이해를 돕기 위해 서울대, 고려대 합격자 3명의 자소서를 차례로 싣기로 했다. 오늘은 서울대 건축학과 합격자의 자소서를 소개한다.
1. 고등학교 재학 기간 중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에 대해,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1,000자 이내)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몇 주 동안 저는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목표 없이 공부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런 저에게 한 선생님께서 강연 사이트 ‘TED’를 추천해 주셨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건축공학자 ‘Peter Hass’의 강연을 보았는데, 대지진 후 폐허가 된 아이티에서 내진설계 건물을 세우고 있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후 ‘커리어넷’ 등에서 건축공학을 검색해 보며 이 분야에 꿈을 갖게 되었고, 공부에도 흥미를 붙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공부에 탄력을 받을 무렵 보게 된 첫 시험에서 저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공학에 직결되는 수학에서 72점을 받은 것이 특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좌절감이 조금 가라앉은 후 성적의 원인을 분석해 보았는데, 가장 큰 원인은 ‘부족한 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문제를 계속 풀다 보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해 많은 양의 문제를 매일 풀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속도는 쉽게 늘지 않았습니다. 이에 생각을 바꿔 제 부족함을 인정하고, 수학에 뛰어난 친구들이 문제 푸는 모습을 관찰하며 배울 점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저는 ‘글씨체’와 ‘연산 속도’가 큰 차이임을 알아냈습니다.
간결한 글씨체로 바꾸고 연산을 연습하자, 문제 푸는 속도가 빨라져 시험시간이 여유롭게 느껴졌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저의 부족한 점을 과감히 인정하고 타인의 좋은 점을 찾아 본받는 습관이 몸에 배었습니다. 이런 저만의 수칙을 따르며 끈기 있게 전념한 결과, 수학에 점차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교내 수학 동아리 ‘The One’에서 매주 어려운 논술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발표하는 활동을 경험했습니다. 이때 수학적 논리와 서술 방식의 매력을 깨달았고, 수학은 어느새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과목이 되었습니다. 건축공학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갖게 되고, 수학에서 얻은 자신감과 노하우가 다른 과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모든 과목에서 점점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2. 고등학교 재학 기간 중 본인이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교내 활동을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3개 이내로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단, 교외 활동 중 학교장의 허락을 받고 참여한 활동은 포함됩니다. (1,500자 이내) < 카르페디엠 활동> 제가 가장 의미를 둔 활동은 ‘카르페디엠’이라는 건축 진로 동아리입니다. 학교에 건축 관련 동아리가 없어서, 건축을 진로로 삼은 학생들을 모아 이 동아리를 창설했습니다. 그 중 건축 관련 책을 읽고 토론하는 활동을 했는데, 한번은 ‘나는 건축가다’라는 책에서 각자 건축가 한 명씩을 맡아 조사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자하 하디드’를 맡았는데, 도전적인 건축 철학을 갖고 여성 건축가의 길을 개척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학생들의 발표를 들으며 다양한 건축가의 작품세계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저는 건축물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활동을 이끌었습니다. 3D 설계 프로그램 ‘Scratch’를 이용해 ‘미래에 살고 싶은 집’을 설계했고, 우드락을 자르고 붙이며 건물 모형을 완성했습니다. 제 뜻이 담긴 건축물을 직접 제작한 사실에 큰 성취감을 느꼈고, 이는 건축 진로에 대해 강한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 투석기 만들기> 저는 1학년 때 공학도를 꿈꾸는 친구들과 만든 ‘메탈워리어’ 동아리의 설계부장으로 활동했습니다. 여러 활동 중에서도 제가 조장이 되어 참여한 ‘투석기 만들기’는 저에게 큰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우선 원재료인 목재를 마련했지만,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함의 연속이었고, 나무를 톱질하고 못 박는 모든 과정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어색하게나마 시도하는 동안 요령이 생겼고, 투석기는 점차 형태를 갖춰갔습니다. 완전히 낯선 분야에 도전했던 이 경험은 새로운 도전 앞에 망설일 때마다 저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줄 것 같습니다.
한편, 작업 초기에는 한 가지 작업에 모두가 달려들고 또 다음 작업을 같이 해나가며 제작했었는데, 저는 이 방식이 비효율적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작업을 세밀하게 분업화해 각자 한 가지씩만 도맡는 방법을 제안했는데, 이는 생각보다 더 효율적이었고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체계적인 협동의 힘을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 구조물 쌓기 대회> 제가 배울 점이 많았던 활동은 ‘과학축전 구조물 쌓기 대회’입니다. 이 대회는 접착제 없이 마시멜로 또는 견출지로 스파게티 면을 연결하여 높고 튼튼한 구조물을 쌓는 대회입니다. 1학년 때 흥미가 생겨 참가했지만, 준비가 미흡해 저희 팀의 구조물은 불안정하게 서 있다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아쉬움을 품고 1년 후 권토중래의 마음가짐으로 같은 대회에 재도전했습니다. 계획 없이 무모했던 모습을 반성하고 미리 전략을 세워 연습하자, 처음보다 훨씬 수월하게 구조물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실패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오히려 실패를 거울삼아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튼튼한 구조물을 쌓는 과정을 겪으며 안전한 구조에 대해 알게 되었고, 건물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일이 까다롭고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를 통해 구조역학이라는 분야에 관심이 생겼고, 열악한 주거환경을 가진 세계 곳곳에 안정적인 건물을 세우고 싶다는 생각이 싹텄습니다.
3. 학교생활 중 배려, 나눔, 협력, 갈등 관리 등을 실천한 사례를 들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1,000자 이내) 1학년 때, 한 선배의 제안으로 학교 근처 지적 장애인 재활원에 봉사활동을 갔습니다. 지적 장애인을 대하는 것이 처음이었던 저는 장애인을 보자 무의식적인 거부감이 먼저 들었습니다. 이 거부감과 싸우며 청소나 빨래 등 제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했습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자, 제 마음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사소하지만 저의 작은 손길이 장애인분들께는 큰 의지가 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분들이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며 비로소 마음속 무서움을 없애고,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재활원에서 평소와 달리 재능 나눔 봉사를 기획했습니다. 저는 과학행사에서 부스 운영 경험이 있던 ‘Silly Putty 만들기’ 실험을 맡았습니다. 이는 장난감 공을 만드는 간단한 유기화학 실험이지만, 일고여덟 살 지능을 가진 분들께 설명하려니 힘든 상황이 많았습니다. 실험 기구를 엎거나 재료를 입에 넣는 등 아찔한 일도 있었지만, 그분들께 과학의 즐거움을 조금이나마 알려주고 싶어 최선을 다했습니다.
다행히도 시간이 지나자 모두가 실험에 집중해 주었고, 완성된 공을 신기해하며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니 피곤은 가시고 뿌듯함이 밀려왔습니다. 처음에는 선배의 손에 이끌려 시작했던 제가 어느새 후배들을 이끌고 봉사를 주도하게 되었습니다. 꾸준한 봉사의 보람을 후배들에게도 전해주고자 노력했습니다.
이젠 장애인분들과 입구부터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자연스럽게 목욕과 산책을 도와드리고 또래들과 축구도 합니다. 학교 기숙사에서 토요일까지의 공부로 지쳐 있어도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아침 일찍 재활원으로 향했습니다.
2년간 재활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장애인과도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고, 저 자신이 성숙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봉사활동이 시간만 채우는 활동이 아니라 책임감과 주체 의식이 필요한 활동이라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무엇보다 제 사소한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졸업 후에도 다양한 봉사에 참여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