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경동 터미널시장에 나타난 두꺼비
박완희(‘터’ 살림꾼)
7월 21일, 한국야생동물구조관리협회 충북도지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곳 도지부장님을 대학시절부터 알고 지냈는데, 가경동 터미널 시장 안에서 두꺼비 한 마리가 발견되어 보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룡산에 방사해야 두꺼비가 살지 않겠느냐는 내용이었다.
찾아가 내막을 자세히 들어보니, 가경터미널시장 안에 주단가게를 하시는 어르신께서 가게 앞에서 두꺼비를 잡아 놓고는 어찌할 바를 몰라 야생동물구조 일을 하는 본인에게 가져다 주셨다는 것이다. 그분도 과연 이 두꺼비가 어떻게 가경동 터미널시장 안까지 오게 되었을까 신기해 하셨다.
몇 가지 추측을 해본 바에 의하면 누가 애완용으로 기르려다가 탈출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두꺼비를 집에서 애완용으로 기른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혹시 식용개구리로 잘못 알고 잡아와서는 먹지 못하는 두꺼비라서 버린 것은 아닐까? 혹여나 먹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먹었다면 그 분 또한 9시 뉴스 감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 한약재로 잡아온 것은 아닌지…….
그래도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은 가경천(석남천)을 따라 내려온 두꺼비이다. 가경천은 청원군 남이면 석판리에서 시작하여 성화동과 개신·죽림동을 가르며 가경동과 복대동을 지나 미호천으로 이어진다. 망월산이나 구룡산 자락에서 내려온 두꺼비가 지난 장맛비에 쓸려 내려가다가 가경동 형석아파트 인근에서 물 밖으로 나와 터미널 시장까지 당도하지 않았을까.
여러 가지 추측을 해 보았지만 어느 것이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청주 땅에, 특히 사람이 살고 있는 땅덩어리(도심)에 두꺼비나 개구리 같은 양서류들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게 된다.
도시화, 산업화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청주 곳곳은 작은 실개천과 산자락으로 생태네트워크(연결)가 형성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개천은 하수구로 변하거나 복개되어 하천의 기능을 상실하였고, 산줄기는 대규모 도로와 택지개발로 동강나고 말았다.
구룡산을 보자. 이곳도 마찬가지로 사방이 도로로 끊겨 있다. 매봉산으로는 제1순환로(충대병원~분평사거리)로 망월산으로는 제2순환로(세광고 앞 도로)로 단절되어 있다. 물줄기 또한 산남3지구는 자연형 하천으로 조성된다고 하지만 분평사거리로 가서는 박스로 연결되어 기존에 매설되어 있는 관로를 따라 무심천으로 흘러들어간다. 결국 구룡산, 원흥이 또한 하나의 단절된 생태 섬으로 고립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고립된 생태계는 스스로 안정된 적정 규모를 유지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개체군 크기가 적어지면 열성 유해유전자의 발현 등에 의해 근교약세(같은 계통 내에서 교배를 계속하면 후대에는 유전적인 약세를 보이게 되는 현상)가 생긴다. 예를 들어 일본 동경도롱뇽의 경우 존속가능최소개체수(MVP: 국지개체군이 존속하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 개체군의 크기) 측정에 있어서 초기 개체군의 크기를 기초로 하여 생존율과 번식률이라는 생활사 수치정보를 이용하여 50년, 100년 후의 절멸확률을 구했다. 그 결과, 절멸확률은 초기 개체군의 크기에 가장 크게 의존하며 암컷이 10개체 이하일 경우에는 절멸할 확률이 90% 이상이었고, 100년 후에 95% 생존이 가능한 초기 암컷 개체군의 최소 개체수는 100이었다고 한다.
즉, 생태계의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초기 개체수가 얼마나 되느냐가 중요한 문제이다. 2005년 봄 우리는 원흥이에서 약 50여 마리의 암컷을 확인하였다. 동경도롱뇽과 원흥이 두꺼비의 생활사가 다르기 때문에 위의 절멸확률을 바로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은 분명한 것 같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연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안타까움 속에서 우리는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1차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절되어 있는 구룡산의 생태계를 망월산과 매봉산으로 연결하여야 한다. 그리고 구룡산 곳곳에 두꺼비들과 같은 양서류들이 살아갈 수 있는 습지를 여러 곳 조성해서 근교약세를 줄여야 한다. 습지는 양서류뿐만 아니라 야생동물들의 물 공급지와 쉼터가 되며, 다양한 곤충들의 산란지가 되기도 한다.
결국 구룡산 전체를 생태공원화 하는 장기적인 계획이 수립되지 않고서는 원흥이 두꺼비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우리는 구룡산에 대한 철저한 생태조사를 통해 향후 보존대책을 수립하고자 하는 것이다. 38만 평의 구룡산에 생명의 숨결이 50년, 100년 후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하기 위한 것이다.
오늘 우리가 만난 가경동 터미널시장의 두꺼비는 인간의 삶터 가까이로 다가오고자 하는 자연의 마지막 손짓이다. 아스팔트․콘크리트로 덮인 회색도시에 생명의 씨앗을 틔워 주길 바라는 자연의 숨결이 아닐까?
※ 이글은 2005년 8월호 ‘터’ 소식지에 실린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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