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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창작수필문인회 원문보기 글쓴이: 봄비(권예자)
축하합니다. 수필가 손수자 선생님께서 첫 수필집 [들미골 소나타]를 출간하셨습니다. 동인들이 오래전부터 기다려 온 손 선생의 수필집을 받고, 제가 얼마나 설레였던지 이틀이나 잠을 설쳤답니다. 지도교수님이신 오창익 박사님께서는 "손수자님의 수필은 '자연관조와 그 의미화로 형상화한 미(美)와 진(眞)의 화려한 찬가다. 주지하다시피 관조란 사물을 정관(浄觀)하는 작자의 인식세계다. 곧 지혜로서 사리를 비추어 보는 '객관적인 시각' 이기도 하다."고 말씀하셨으며, '작품 감상'을 써주신 홍성암 박사님께서는 "손수자의 수필은 우리의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그가 지닌 긍적적 가치관이나 낙천적인 안목 그리고 세상과의 교류에 있어서 원만하고 포용적인 품성이 독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그런 온전함의 바탕에는 그가 가장 모법적인 가정에서 성장했음을 느낄수 있게하고, 학생들을 교육하는 평생 교육자로의 삶을 통하여 전인적 인격자로 발전했음을 인정하게 한다."고 하셨습니다. 버려졌던 자갈이 징검돌을 받쳐 주고, 쓸모없다고 여겼던 돌이 정취 있는 돌담이 된 우리 집, 쓰임 돌이 내게 전한 뜻은 ‘쓸모없는 것은 없다. 다만 쓸 줄 모르기 때문이다.’라는 것이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사람 중에 쓸모없는 사람이 있을까. 비록 지금은 쓰임 받지 못하고 있을 지라도 언제 어느 곳에서 필요한 존재가 될 것이다. <쓰임 돌> - 어성전 집 마당에 징검돌을 놓고 담장을 쌓으며 돌에 대해 생각했네요. 돌의 이야기를 세세하게 해서 그것으로 끝날 줄 알았더니, 뒷부분에서 무릎을 탁 치게 만듭니다. 그 쓰임없이 버려진 돌이 오래전의 제자에게 이어지더니, 저런 결론에 도달했네요.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는지 참 멋집니다! <손수자님의 집은 통나무로 지어져 옹이도 많습니다.>
컴퓨터 모니터 뒤에서 나를 뚫어지도록 내려다보는 눈동자가 있다. 마치 소용돌이 치는 원의 중심에 있는 태풍의 눈 같다. 세파에 아무리 휘둘려도 결코 혼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의지가 역력하다.<...> 책꽂이 옆에서 어진 눈망울을 굴리며 나를 응시하는 눈도 있다. 그 눈길이 정겹다. 이십여 년 전에 정선 조양강 주변에서 본 암소의 눈 같다.<...> 갈색 꽃술을 중심으로 네 쌍의 겹꽃입이 활짝 피었다. 꽃잎 두 쌍은 좌우로 너울너울 춤추며 길게 번져나갔다. 환희에 취한듯하다. <옹이 그림>
- 개인적으로 작가의 글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입니다. 그녀가 사는 어성전 집은 수입산 통나무로 지어져 있습니다. 해서 그 집 다락방에 들렀을 때, 향긋한 나무 향과 더불어 점점이 박힌 옹이가 독특하여 한참을 들여다 본적이 있지요. 그런데 작가는 그 옹이들을 스쳐보지 않고 그림으로 보면서 여러 가지 표현을 하였습니다. 옹이의 모습을 하나하나 표현한 것도 놀라운 일인데, 심리적인 동의어인 ‘옹이’ 로 환치하여 가끔 가슴속에서 울컥거리는 옹이들도 멋진 그림으로 거듭나면 좋겠다고 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새겨진 옹이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고 싶어 하는 작가의 심성이 참 곱습니다.
그는 아내의 손을 꼭 잡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조잘거리는 물소리에 감동하고 간간이 지저귀는 새소리에 즐거워했다. 솔바람이 실어다 주는 숲의 향기에 취한다고 했다. 상기된 표정으로 자기가 그린 마음속 풍경을 말하기도 했다. 물소리로 계곡의 깊이와 물의 양을 가늠하고 코에 스치는 향기로 나무와 풀꽃을 이야기 했다. 볼 수 없는 눈으로 환히 보는 듯 주변 환경을 말하는 그의 묘사력이 놀라웠다. 그는 마음의 눈으로 생생하게 보며 느끼고 있었다. <마음의 눈> -윗글은 손님 중 실명한 남편과 그 아내가 찾아 왔던 때의 얘깁니다. 그녀의 집에는 언제나 손님이 끊이지 않지요. 가족이나 친지는 물론 그가 속한 문학단체의 문우들, 하다못해 그 문우의 친구, 또 그들 사돈의 팔촌까지 줄줄이 찾아옵니다. 폭설로 길이 끊어지지 않는 한... 작가는 만나는 모든 사람을 초대하고, 어성전과 양양, 강릉 더 나아가선 강원도를 소개하지요. 저는 종종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그녀는 전생에 강원도관찰사였음이 틀림없다고.
꽃띠 장화는 나에게 충성을 다한다. 흙과 오물이 주인의 발에 묻지 않도록 제 몸으로 막는다. 개미가 기어 올라오면 곧 미끄러져 떨어지게 한다. 지렁이를 보고 놀란 발을 감싸며 다독거린다. 잡초가 우거진 풀밭에서는 혹시라도 출현할 뱀이 있을까 미리 살핀다. 굳은 일 다 하면서도 불평이나 지친 기색 없이 늘 명랑하다. 모습은 아리따운 여인 같으나 제 역할은 사내대장부 못지않다. <꽃띠 장화>
- 꽃띠 장화는 아무리 귀하다 해도 일종의 소모품입니다. 그런데도 작가는 그 장화가 하는 일을 살피고 대견해합니다. 무생물이지만 자신과 함께하는 그를 사랑스럽게 여기는 마음이 어찌이리 따스할까요.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요? 자신이 신었던 장화를 하나하나 기억하는 사람이 세상에 몇 사람이나 있을까 생각하다가, 물건에도 이토록 정을 주는데 사람들에게야 오죽할까 싶어집니다.
그 목걸이는 13년전 어머니의 칠순을 맞아 내가 선물로 사 드린 것이다.<...> 동글동글 반짝거리는 금줄에 잘 영근 좁쌀을 잇대어 붙인 듯한 십자가가 달린 목걸이다. 어머니가 소중히 여기시는 그 목걸이는 어머니의 장신구가 아니었다. 절대자인 그분게 간절히 간구하며 기도하던 ‘소망의 끈’이었다. 그것은 우상 또한 아니다. 어떤 역경에서도 인내와 소망을 잃지 않으시던 어머니 믿음의 상징이기도 한 것이다. 그 끈 한 자락을 잡에 나에게 주시며 또 첫 단추의 임무를 부여하고 계신지도 모른다.< 소망의 끈>
어버이날에 83세의 어머니로부터 목걸이를 받습니다. 그것도 자신이 전에 걸어드렸던 목걸이를... 작가의 나이 스물넷 되던 해에 줄줄이 팔남매를 두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님은 맏이인 작가를 많이 의지 하셨겠지요. 어머니는 그 목걸이를 성물처럼 간직하면서 어려운 딸들에게 염원을 담아 주셨다가 돌려 받으시곤 합니다. 그리고 이제 당신의 분신 같은 맏이에게 주십니다. 형제 중에 가장 나이가 많기도 하니 건강을 염원했을 듯도 하고 당신이 하던일을 전수한다는 의미도 있을 것 같아요. 정숙하신 어머니에 현숙한 딸, 이것이 바로 한국의 모녀지간이 아닐른지요. <이 집이 작가가 어려서 살았던 고향집입니다. 주인은 바뀌었지만 외형은 그대로입니다> 동생들은 기차가 멀리서 모습을 드러내면 지레 손을 내저었다고 한다. 나도 기찻길 따라 펼쳐진 들판에 점점이 작은 물체가 나타나면 손수건을 차창 밖으로 힘껏 흔들었다. 올망졸망 모여 서서 내 손수건을 발견한 동생들이 두 손을 흔들며 팔짝팔짝 뛰었다. <...> 감나무가 있던 자리가 허전하다. 마당을 덮은 하얀 감꽃을 밟기조차 아까워서 까치발로 다녔었지. 감꽃 목걸이를 목에 걸고 좋아라고 깡충깡충 뛰던 동생들이 눈에 선하다. <...> 텃밭에 아버지 모습이 아른거린다. 닭 모이통을 손에 들고 가는 아버지 뒤를 하얀 닭 수십 마리가 구름처럼 따라간다. <...> 셔터를 누르려던 내 입가에 미소가 스민다. 키가 고만고만, 몸매도 고만고만, 얼굴도 비슷비슷하여 붕어빵 같다. 각자의 틀 속에서 뜨거운 고통을 감내하며 구수하게 익은 붕어빵의 맛처럼 동생들의 웃는 표정에서도 감칠맛이 우러난다. 그 맛깔스러운 웃음이 포착되자 얼른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동생들>
- 문장 하나하나를 얼마나 철저하고 빈틈없이 쓰는지, 어설픈 감상이나 감정을 내 비치기를 자제하는 작가의 여러 작품 중에서, 내가 가장 정감 있고 따스하게 느꼈던 글이예요. 오랜만에 어머니와 동생들과 함께 친척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고향에 다녀오면서 쓴 글인데, 이 수필 한편에 팔남매의 맏이로서 살아온 그녀의 가족 사랑이 은은하게 배어있어 간간이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어려움인들 왜 없었을까요. 하지만 작품 어디에도 그런 내색은 없으니 큰언니는 어디가 달라도 다른가봅니다.
인생길에서 돈, 권력, 정욕 등 지나친 욕망은 함정이 아닐 수 없다. 누구나 자유로울 수 없는 그 유혹. 때때로 함정에 빠지는 선량한 사람을 보거나 이야기를 들을 때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정이나 사랑을 빙자한 덫에 걸렸을 때 더욱 그러하다. <...> 가난의 덫, 불우한 환경의 덫에 걸려 넘어졌으나 꿋꿋이 일어서는 사람은 존경스럽다.<허방다리 짚을라>
작가는 자신은 살면서 견디지 못할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어서 눈물겨운 글은 잘 못쓴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도 어렵고 딱한 사람의 사정은 잘 헤아리고 보이게 안보이게 돕기도 잘하지요. 어머님의 철저한 가르침 속에서 자신은 허방다리를 짚지 않고 지냈지만 그들을 잘 이해하고 배려하기는 일등입니다. 사랑받고 살아온 사람은 사랑할 줄도 안다는 말은 그녀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구급차 차창 밖으로 보이는 쌓인 눈이 상상을 초월했다. 이웃집 비닐하우스가 폭삭 내려 앉았고 마을의 오래된 낡은 지붕 추녀를 나무 기둥으로 받쳐 놓았다. 지붕에 올라가 눈을 쳐 내리는 마을 사람들의 노고가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았다. 집과 집 사이에는 겨우 토끼길이 나 있을 뿐이다. 이번에 내린 눈은 그야말로 '눈 폭탄'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다시보기 힘든 눈 풍경이리라. 한편 나로 인해 눈길을 달려야 하는 구급대원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다.<설화 雪禍>
-2014년 겨울, 어성전에 150Cm의 폭설이 내려 일주일을 고립되었다가 제설차의 도움으로 벗어나던 날의 이야기예요. 작가는 자기 집 마당의 눈을 치워주고 대문을 나서는 제설차를 따라가며 옆집의 눈도 치워주기를 부탁하다가, 그만 빙판에 넘어져 다리와 발목을 다쳐 오래 고생을 했습니다. 나 혼자만을 위하지 않고 더불어 잘 살고 싶은 작가의 평소 심성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그녀는 한번도 그때 일을 후회하지 않더군요. 저 같으면 열번도 더 후회했을 텐데... <작가의 집 뒤에 있는 들미소>
들미골은 사계절의 변화가 빠르다. 봄인 듯 하면 이내 매미가 여름을 알리고, 아직 여름인가 하면 텃밭의 고추가 빨갛게 익는다. 붉은 고추를 따서 말리며 가을 정취를 만끽하다 보면 대청봉 정상에 첫얼음이 얼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곧이어 들미골에도 겨울이 오고, 그 겨울이 유난히 길어서 봄, 여름, 가을이 짧게 느껴진다. <들미골 소나타> - 보통의 경우 표제의 글은 제1부에 배치하는 것이 보통인데, 작가는 맨 뒤에 이글을 실었어요. 그게 처음엔 어색하게 여겨졌었는데,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이해가 갑니다. 사실 이 수필집에 실린 글의 대부분이 그녀가 살고 있는 들미골과 관련이 있는 것이고, 다른 글도 대체로 그 곳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그가 쓰고 엮은 이 수필집은 들미골에 사는 작가의 곱고 부드럽고 따뜻하며 힘찬 메시지를 전하는 소나타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것은 소리로, 빛깔로 따뜻한 정으로 엮여 들미골을 넘어 강릉, 강원도를 적시고 전국으로 번져 수필의 아름다움을 전하게 될 것입니다. 작가가 사랑하는 바다, 강원도 '양양 하조대'의 파도입니다. 드넓은 바다에서 이 파도 한 조각을 맛보듯이, 저는 이제 막 첫 수필집 한권을 읽었을 뿐입니다. 앞으로 손선생의 잠재력 속에 있는 더 많은 작품들을 기대합니다. 능력이 부족하여 작품을 다 소개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꼬부랑 깨갱>, <슬픈 코미디> 같은 상큼한 글들을 비롯하여, 뒷부분에 부록으로 실린 강릉의 전통문화에 대한 글과 사진도 보시면 놀라실 것입니다.
손수자 선생님 첫 수필집 출간을 거듭 축하합니다. 오래 기다려 온 만큼, 여러번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이 수필집으로 좋은 성과 많이 거두시고, 그 문향이 오래 널리 펼쳐지기를 축원하며 동인들의 마음을 모아 꽃다발을 드립니다. 행복하세요. 창작수필 문인회원 일동 편집 권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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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손수지(들미소)선생님의 수필집<들미골 소나타>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위의 출간소개는 창작수필문인회 회원인 권예자(봄비)님이 문인회 카페에
올린 내용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마찬가지로 '강릉가는 길'-강릉사랑 문인회
카페에 게재된 허돌선생님의 손수자선생님의 출간소식을 창작수필문인회 카페에도
소개하였습니다.
제 첫 수필집 발간을 이토록 기뻐해 주시는 엄지바우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행복합니다.^^
‘들미골 소나타’ 수필집 소식을 듣고
본향으로 되돌아오는 연어들과 더불어
‘창작수필문인회’의 문향만리 앞날에도
큰 영광과 발전이 함께하기 바랍니다.
또한 들미소 안내문을 소개해주시어서
솔향 강릉에서 모두 함께 감사합니다.
허돌님, 끊임 없는 관심과 사랑에 겨울을 잊고 있습니다.
비비추님과 더불어 좋은 일이 더욱 풍성하기를 기원합니다.^^
수필집 반갑게 받았습니다. 두고두고 읽겠습니다.
들미골 정경이 참 좋아요.... 그러니 좋은 글 많이 나오죠.ㅎ ㅎ축하!
전세준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축하의 말씀에 어깨가 으쓱해집니다.ㅎ.
선생님처럼 글쓰기에 몰입하고 싶은데 게으름이 앞섭니다,
많은 지도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고향이 생각나고 노래가 생각나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12월 27일
이상기 선생님, 감사합니다.
어디 갔다가 이제야 감사 인사드리다니요.
늘 함게하여 주시어 든든합니다.^^
선생님의 책을 읽고 느낀 그느요, 울 어머야 생각이 울커덩 나네요.
<에이구, 남어집 새끼덜은 마커 저렇치, 만 장판에 쌈박질하드게 뛰딜개 박살난 눔이 뉘 집구석 새낀가 했드니, 아이구야 남새시룬 내집 새끼라구>.
참말루다 부룹네요. 아니 너머 부루와서 질투가 나네요. 코피 탁 터췌놓구 수운 그 우타해요 야? 히히히.
늦었지만 쏠쏠하니 축하 디레요.
징말루 남들은 마컨다 저렇치.
김인기 선생님,
댓글 쓰려니 자꾸 이마가 자판기에 내려 앉습니다.
너무 감사하고 늦은 인사에 민망해서 입니다.
소감문을 써주신 선생님의 정성을 오래도록 간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샘물퍼집니다. 머리맡에두고 거실두고 샘물마십니다.들미골 솔바람 ~들미골소나타 내맘속에 울러퍼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귀한책속의 하느맃 초록나무 풀꽃들 향기 엄마의 향기 솔내향기 제가슴에 안겨주심 감사 감사합니다 축하축하드립니다.
축하의 말씀,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모습 떠오르기만 해도 즐거운 이광자 선배님!
님의 작품집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