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학림 네번째 날이 밝았습니다.
아침 한끼는 하루를 시작하는 힘.
텃밭에서 따온 가지를 가지볶음으로 만납니다.
그런 식으로 권봉희 선생님이 준비해주시는 음식에는
건강한 재료와 친구들을 아끼는 마음이 담긴 따뜻한 맛이 납니다.
연구소에 도착해서,
오늘 대구나들이의 방향을 함께 정해보았습니다.
이리저리 의논한 결과,
서문시장에 가서 점심을 먹고 구경 한 뒤
해설사님과 근대골목투어를 함께하고
대구 시내를 돌아보며 걸어간 도서관에서
내일 새박사님과의 공부를 위해 갈매기나 새에 관한 자료조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녀오고요.
농담으로 리코더 연주단을 만들어도 되겠다고 할 만큼
친구들은 리코더를 잘 붑니다.^^
그동안 불러왔던 김희동 선생님의 곡을 익숙하게 연주해낸 뒤
<동무생각>을 연습하여
노랫말 배경이 되는 청라언덕에서 연주해보기로 했습니다.
천천히, 안되는 부분은 차근차근 연습하다보니
어려운 부분에서 제각각 흩어지던 음들이 한데 모아집니다.
열심히 연습하니 금세 배가 고파집니다.
쉬는 시간에는 희동선생님과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불러보고-
연구소를 나서 서문시장으로 향하는 지하철을 타러갔습니다.
서문시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지하철을 한번 갈아타야 합니다.
그런데
두번째로 타게 된 대구의 3호선은 지상철이었습니다.
그것도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신기한 눈빛으로 두리번 두리번하는데
그런 친구들의 모습이 귀엽습니다.
이렇게 바깥공기를 쐬니 소풍가는 듯 마음이 들뜹니다.
그렇게 서문시장에 도착했습니다.
한강 아래 가장 크다는 서문시장에 가득한 구경거리에
친구들의 눈이 휘둥그레합니다.
저것 봐, 예쁘다, 신기하다, 귀엽다, 맛있겠다….
한마디로 신났습니다.
시장 상인분들은 갑자기 나타난 한 무리의 친구들을 구경합니다.^^
국수 좌판에 앉아 점심을 먹었습니다.
각자 먹고싶은 국수를 주문하여 후루룩 후루룩-
여름에 참 맛있는 국수, 남김없이 잘먹지요.
신선한 경험이 되었을것 같습니다.
그 뒤, 서문시장의 간식을 탐방하러 나섰습니다.
주어진 금액에서 먹고싶은 간식을 사먹은 뒤,
지하철역으로 만남의 장소를 정하고 모이기로 했습니다.
시계도, 휴대폰도 없는 친구들이 처음 와보는 서문시장에서
길 잃지 않고 다시 모일 수 있었을까요?
선택의 자유 속에서 나름대로 고민하고 선택하는 법을 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잘 모여서,
해설사 선생님을 만나 대구의 근대 속으로 시간여행을 시작했습니다.
근대의 문화와 이야기가 담긴 장소들을 걸으며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더듬어
대한독립만세! 세번 외쳐보고
청라언덕에서 준비해온 <동무생각>도 쑥쓰럽게 뽐내보고
3.1 운동당시 대구의 학생들이 만세를 부르며 지나간
계단에 앉아보기도 하고
항일시인 이상화 선생을 알아가며,
계산성당 앞에서 다 함께 찰칵했습니다. ^^
골목투어의 마지막 코스였던 한의학 박물관에는
우리의 건강과 한의학에 관한 이야기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이것저것 신기한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많아 신난 친구들.
한복도 입어보고 혈압과 키와 몸무게를 재보고 재잘거립니다.
이렇게 시간여행을 마치고 시내를 지나 도서관으로 향하는데
더운 날씨에 오랜 걸음으로 지쳐하는 친구들에게
김희동 선생님께서 시원한 빙수를 사주셨습니다.
그와 함께 도서관에서 조사할 새에 관한 주제를 각자 정해보았지요.
도서관 안이라 사진을 제대로 못찍었지만,
이리저리 책을 찾아 책장을 누비는 모습
책을 넘기며 공책에 사각사각 적는 모습
그 진지한 눈빛과 마음, 그려지시지요.
도서관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집으로 돌아가
정말 맛있는 떡볶이에 오늘 남은 간식이었던 계란을 깨먹는 맛은
정말이지 꿀맛!
그리고 찾아온 인형만들기 시간.
눈을 수 놓는 것으로 몸통만들기를 마무리하고 날개를 만듭니다.
쏟아지는 질문, 나름대로의 고민과 선택,
잘 안되는 부분은 서로 돕고,
시원한 웃음이 있는 열정적인 시간입니다.
이렇게
한 땀 한 땀 집중하여 자신의 갈매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첫댓글 사진에선 알 수 없는 아이들의 원성이 저는 들립니다. 비 올 줄 알고 더위에 덜 시달릴 거라 믿으며 해설사 선생님 만나는 시간을 당기면서 간신히 시간 조정해놓았지만 비는 안 오고 오히려 구름 걷히면서 더운 대구 날씨 한 가운데를 걸어가야했으니 아이들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게다가 리코더를 반 강제로 남들 앞에서 불라고 했으니 원성이 높았습니다. 원성이 높아도 따라주니 더 미안하더군요. 에고. 저는 아이들 싫어하는 거 시키는 운명을 타고 났을까요. 돌아오는 길 내내 고민되고 생각이 많았습니다. 아이들을 사로잡는 힘이 날이 갈수록 떨어집니다. (셀프디스는 하지 않기로 했는데 이제는 습관이 된 듯...)
어제 비가 온다기에 내심 반가웠는데 비가 오다말아 더 더웠지요...
안 힘들었냐고 물으니 전화로는 괜찮았다고 하던데요.ㅎㅎ
아이들이 선생님의 이끄심 대로 기꺼이, 즐겁게 못따라 가서...
흔들리는 선생님의 마음을 확 잡아 줄 만큼 열정을 보이지 않아서 힘빠지실까 살짝 걱정도 되지만...
이 시기 청소년들과 함께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힘이 됩니다...^^
ㅎㅎㅎㅎ.....
희동선생님, 이나이에 남과 나의 경계가 생기는 줄 뻔히 아시면서요.
나쁜일 억지로 시킨것도 아니고, 감사의 연주인데 ... 뒤돌아서 선 선생님의 마음을 알았을거예요.
그러나 쑥스러운것도 사실이니...ㅎ
내아이가 청소년이 되고 이상하게 저도 눈치를 봐요.
겉으로 표시 안나게 할려고 조심하지만, 속은 고민되고 떨릴때 많더라고요.
꽤 카리스마있는 엄마라고 자처하는 저도...ㅎ
전에 공부할때 유치원, 초등의 발달론은 공부해서 복잡거려도 중심을 갖고 기다리고 큰힘이 됐었는데요.
신경계가 발달한다는 중등시기는 공부를 안해서 그런지, 제가 엉뚱한 생각 가지고 혼자 파닥거릴때, 많아 졌어요.
공부해야 하는데,,, 아이 더 크기전에 지금 해야 되는데,, 고민이 많습니다.
시간은 못내고 책 기다리느라 목만 길어졌어요
이 시대를 거스를 수 밖에 없는 독재자의 운명을 타고 태어 났지만,
지나친 착함(ㅎ 죄송)이 선생님 고민의 경계선 때문이지, 뱃살 아니예요.
옛날 사람들은 가난했지만, 몸에 벤 성실함과 세상에 대한 철학이 나름대로 있었던 어르신들이 있어서,
우리세대가 여기까지 올수있는 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요즘은 물질에 대한 지나친 중심없음으로, 나를 잃어버리는 부모들이 점점더 많아 지는것 같아요.
세상이 변했다고 진리인것이 진리가 아니게 되는것은 아니지요.
선생님이 옳아요. 힘내세요.^^
아이돌 가수에게 푹 빠져있는 아이에게 선생님 철학을 자꾸 얘기하니,
벽에다 `김희동 죽어라` 써놓더라 라는 얘기를 모엄마에게 전해듣고 분위기에 안어울리게 박장대소 했었어요.
지금도 가끔 그생각하며 혼자 웃어요.
모두 잃어버린 가치를 위해 선생님은 선생님의 중심으로 이길을 가고 있지만, 그아이의 마음도 너무나 이해가 가요.
`그래도 가야겠어, 이길의 끝까지` 선생님 노래가사 한대목이 떠오르네요.
가슴깊이 감사드려요, 선생님.
어쩌면 뱃살도 한몫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치는데요...ㅎ
원성가운데도 잊지않는것은
아이나 어른이나 같으리라 여겨요.
그 지점에서 모두 함께만나고싶은걸테니까 지금 여기에 함께있지
않을까요~
날마다 지낸이야기를 읽는것이
큰기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