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메이즈러너 시리즈의 팬이다. 어떻게 처음 이 영화를 보게 되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적절한 긴장감 속에서 펼쳐지는 신선한 전개 때문이다. SF적인 요소가 흥미를 끌었고 풀어야하는 미스터리한 요소가 있으며 치고, 부수고, 죽이는 뻔한 액션이 아닌 점이 좋았다. 교육공학 수업에서 이 영화를 보고 리뷰를 작성하는 것이 과제라는 것을 알고 나서 영화를 한 번더 볼 생각에 설렜으며 수업에서 배우는 ‘직관’이라는 요소로 영화를 해석해볼 새로운 기회가 생긴 같아 기대가 되었다.
(미로로 둘러싸인 글레이드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알비)
'Maze Runner'에서 알 수 있듯 이 영화의 배경은 거대한 미로이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미로로 둘러싸인 장소에 갇히고, 글레이드에서 생활하며 러너(runner)를 뽑아 미로를 해석하고 탈출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이들은 모든 기억이 삭제된 채 이들은 미로 속에 존재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죽음의 존재인 그리버와 싸운다. 이 영화의 주인공 ‘토마스’ 또한 모든 기억이 삭제된 채 이 장소에 보내지고 영화가 시작된다.
알비 “룰이 세 개 있어. 첫째, 맡은 임무를 다할 것, 둘째 다른 친구들을 해치지 말 것.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절대 저 벽을 넘어가지마.“
글레이드도 하나의 사회이다. 지켜야 할 규칙이 존재한다. 이 미로에 가장 처음 보내 진 알비의 말이다. 특히, 둘러싸고 있는 미로의 벽을 넘지 않기를 계속해서 강조한다. 알비뿐만 아니라 글레이드에서 생활하는 모든 사람들은 러너를 제외하곤 아무도 미로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으며 미로는 위험한 곳, 가서는 안 될 곳 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알비는 호기심이 많고 특히 미로에 관심이 많은 토마스를 항상 걱정한다. 그럼에도 토마스의 미로에 대한 관심은 끝나지 않는다. 유일한 탈출구가 미로인 것을 안 토마스는 더더욱 미로를 궁금해 하고 결국 룰을 깨고 미로에 들어간다.
(미로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토마스의 모습, 이 영화의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이 장면은 알비를 부축하며 나오는 민호가 미로가 닫히기 전에 글레이드로 빠져나오지 못하자 그 순간 미로 속으로 들어가는 토마스의 모습이다. 다른 사람들은 미로의 밖에서 걱정어린 목소리로 알비를 버리고 오라고 민호에게 외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아무런 도움을 줄 수가 없다. 이 때 토마스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미로 속으로 뛰어드는데 그 순간 미로의 문은 닫혀버린다. 직관적으로 행동하는 토마스의 모습을 가장 먼저, 잘 보여주는 순간이다. 사실 이 순간의 토마스의 선택이 알비와 민호를 구한 것도 상황을 해결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토마스는 직관적으로 미로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알비와 민호가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이란 판단이 섰다면 미로 밖에서는 어떠한 도움도 줄 수 없다. 그렇다면 들어가는 방법밖에 없다. 그래야 뭐든 이후의 행동을 할 수 있으니깐.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망설인다. 일단 첫 번째, 들어가면 죽는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미로의 문이 닫힌 후 미로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미로 속에는 두려움의 대상 그리버가 있다. 둘째로 미로 속에는 절대 들어가면 안 된다는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마스와 민호, 알비는 살아남는다. 심지어 그리버를 죽인다. 물론 위험한 상황이었고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죽을 ‘수도’있는 것이지 무조건 죽는 것은 아니다. 그리버를 죽일 때도 토마스의 직관은 빛을 발했다. 미로의 구조가 바뀌는 타이밍을 순간 계산해 그리버를 유인하고 미로 사이에 그리버가 갇히도록 해 그리버를 죽이고 모두를 구한다.
자, 그럼 알비와 민호를 무사히 구하고 돌아 온 민호에게 모두들 박수를 치고 그의 행동을 칭찬했을까? 다음 장면을 보자.
(토마스의 행동 때문에 재판이 열리고 있는 상황)
갤리 “우리가 생명처럼 여기는 룰을 어겼지.”
프라이 “ ..하지만 알비를 구했잖아.”
민호 “..우리는 저런 녀석(토마스)이 더 필요해.”
살아 돌아 온 토마스는 오자마자 재판을 받게 된다. 아무리 알비와 민호를 구해 돌아왔다고 하더라도 룰을 어겼다는 것이 문제였다. 생각해볼 것이 많은 장면이다. 마치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때의 청문회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생명을 구했지만 규칙을 어겼다. 처벌의 대상이 되는 걸까? 결과적으로 본다면 토마스가 규칙을 어기고 미로로 뛰어들었고 그리하여 그리버를 죽을 수 있었으며 탈출의 키를 그리버의 몸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탈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갤리와 프라이와, 민호가 상황을 바라보는 방식은 서로 다르다. 그리고 이들은 매번 대립한다. 이 장면에서 우리는 2가지의 인물 유형을 찾을 수 있다.
합리적 캐릭터(갤리, 알비)
갤리 “알비도 분명 내 의견을 따랐을거야
...토마스를 처벌해야해.“
알비와 갤리는 원칙을 중요시 한다. 규칙을 만들고 지켜야 사회가 안정될 수 있고 글레이드 속의 사회에서도 규칙을 지키며 서로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즉, 과거의 산물을 바탕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규칙을 어기고 미로 속으로 뛰어든 토마스의 행동은 결코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합리모델의 전형적인 캐릭터라고 말할 수 있다.
민호 "이 길이 맞을까?"
토마스 "나도 몰라."
이 장면은 직관적인 토마스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토마스는 원칙보단 직관이 시키는 대로 행동한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길이 나오자 민호가 토마스에게 이 길이 맞을까 묻고 토마스는 이 새로운 길에 대해 아는 것은 없지만 직관적으로 탈출구임을 느낀다. 그리버의 키가 가리키는 방향이니깐. 그리하여 이들은 두려움을 이기고 새로운 통로로 들어간다. 토마스의 용기와 결단력을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에게는 과거보단 현재가 훨씬 중요하다. 따라서 미로를 통해 탈출해야 한다면 미로에 들어가서 직접 보고 부딪히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토마스“여기서 평생을 사느니 차라리 미로에서 죽겠어. 원해서 온 게 아니니까. 미로에 들어가면 승산이 있어.”
토마스는 지금 필요한 것, 현재 우리에게 중요한 것, 우리가 지금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한다. 벽을 깨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하는 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토마스는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거나 설득 당한 사람들을 데리고 미로 속으로 들어간다. 토마스의 행동은 사실 위험하다. 내가 저 상황에 있다면 토마스를 따라서 또는 내가 주도해서 미로 속에 들어갈 수 있었을까? 불확실함과 동시에 분명한 위험 요소들이 존재하는 미로 속으로? 아마 선뜻 그러겠다는 대답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토마스의 단호함을 봤다면 미로를 막고 있는 벽의 허무함을 느꼈다면 들어갔을 것이다. 왜냐하면 글레이드에 남는 선택이 결코 안전한 결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껏 미지와 두려움의 세계를 막아주었던 벽이 더 이상 그 기능을 완벽히 수행하지 못하고 언제든지 부서질 수 있다는 인식 즉, 벽의 한계를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이라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택했을 것이다. 불확실성이 가득한 세상에서 과거를 보고 현재와 미래를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기 때문이다. 토마스는 이 길을 통해 나가면 탈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장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버와 미로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하지만 극복해야 하는 두려움이며 탈출이란 것은 토마스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염원이었다. 따라서 그들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전진한다. 그리버를 만나고 몇 친구들은 희생당하지만 이들은 출구를 찾고 미로를 탈출한다. 3년 동안 못해낸 것을 토마스의 직관적 행동으로 며칠 만에 해내고 만다.
사실 미로로 부터의 탈출은 민호의 미로에 대한 해석과 토마스의 직관적 행동이 적절한 타이밍에 만났기 때문이다. 민호는 3년간 미로를 다니며 구조를 파악했지만 탈출구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토마스의 직관적 판단에 의한 행동이 키를 찾을 수 있게 했고 미로로 뛰어들게 만들었다. 또한 마지막 탈출의 순간에 민호의 미로에 대한 해석을 상황에 적용시켜 암호를 푼 것도 결국 토마스의 직관이었다. 미로를 연구하고 해석한 민호의 이성도 탈출에 분명 중요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이성이 실천력을 가질 수 있게 한 것이 토마스의 직관이라는 것이다. 이 부분은 우리나라의 미래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성적 사고, 합리 모델의 프로세스만을 강조하는 20세기 교육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알려주는 것이다. 때로는 원칙과 규정이 필요한 순간이 있고 그러한 분야가 있지만 전반적인 교육의 차원에선 직관적으로 행동하는 자세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왜냐하면 합리는 아무리 노력해도 틀을 깰 수 없다. 즉 벽 바깥의 상황을 상상할 수도 만들어 낼 수도 없다. 그러나 직관은 할 수 있다. 직관을 틀을 깰 수도 있고 이성이 필요한 상황에 합리를 선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갤리처럼 합리적인 사고에 젖어 현실을 올바로 직시하지 못하거나 과거에 얽매여 현재 필요한 행동을 하지 못하진 않는지 되돌아보며 열린 사고를 지향해야한다. 이번 과제를 하면서 교육공학 시간에 배운 직관이 어떻게 힘을 발휘하는 지 어떤 순간에 더 필요한지 구체적인 상황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또한 직관의 영향력과 함께 메이즈러너라는 작품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