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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수료사를 쓰려고 하니 권대익 선생님한테 처음 전화를 걸었던 기억이 납니다.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 실습 모집 공고가 올라오고 바로 연락을 드렸습니다. 저는 낯선 사람과 전화하기를 어려워합니다. 친한 사람과도 오래 통화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권대익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누구에게 방해받을까봐 집에서, 또 안방에서, 또 안방 화장실에서 권대익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또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까먹을까봐 메모에 꼭 해야 할 말들을 적어놨던 기억도 납니다.
양원석 선생님 강의를 들으러 갈 때 권대익 선생님을 뵌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 목소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선생님은 머리에 꽂히는 듯한 목소리를 가지셨습니다. 권대익 선생님을 생각하니 그 목소리가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전화를 거니 제 기억 속에 계신 권대익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렇게 제 여름 단기사회사업 실습이 시작되었습니다.
망설임
막상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에 지원을 하고나서 면접을 준비하는 데 할 일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저에게 실습이란 그냥 ‘내가 사회복지를 하면서 현장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싶다.’ 라는 생각 뿐 이었습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이론이 현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몰라 딱 그 정도만 알고 싶었습니다. 저에게 실습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사회복지사가 현장에서 어떻게 일하는지만 알면 되는데 다른 기관보다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아 지치기도 했습니다. 그 와중에 다른 실습 기관에서 실습을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고민이 되었습니다. 집에서도 가까운 기관이었습니다. 그냥 집에서 가까운 기관에서 해도 괜찮겠다는 자기합리화를 하며 권대익 선생님께 실습 지원을 취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실습지원을 포기하는 이유 중에서는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에 지원하는 데 해야 할 일들이 많다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또 지원사 예시를 보고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저는 아는 인맥도, 읽은 책도, 들은 특강도 없었습니다. 저는 칸을 채우고 싶어도 채울 수가 없었습니다. 아는 것이 전혀 없는 저인데 실습에 붙을 수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계속 저는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 실습 지원을 포기해야하는 이유를 찾았습니다. 시간도 적고, 집에서 거리도 가까운 기관에서 배워도 내가 원하는 바는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권대익 선생님은 통화로 저에게 먼저 지원사를 봐주고, 면접을 진행해서 미리 합격통보를 해주겠다는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내일 면접을 보러 와도 괜찮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이 쉽게 실습을 포기하겠다는 제 말에 바로 알겠다고 말하실 줄 알았습니다. 예상과 다른 반응이었기에 조금은 당황했습니다. 제 의도한 바가 아니었습니다. 선생님의 제안에 고민이 되었습니다. 어떤 이유를 찾아서라도 지원을 포기하고 싶었는데 선생님께서 해주시는 제안에 당황스러웠습니다.
선생님의 제안에 마음을 바꿔먹었습니다. 한번 부딪쳐보기로 했습니다. 합격한 기관에 제 의견을 말하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었기에 권대익 선생님께 전화 다음날 면접을 보러 가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하루 만에 제 지원사를 채워 면접을 보러 갔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은 지원사였습니다. 사회복지에 깊은 뜻이 없었기에 지원사를 채워나가기에 힘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제 준비가 부족했던 탓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냥 제 마음 솔직하게 권대익 선생님과 면접을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권대익 선생님 역시 제 지원사에서 책, 특강 주제와 관련된 빈칸에 대해 질문하셨습니다. 권대익 선생님께 솔직하게 제가 읽은 책이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들은 특강도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준비가 안 된 제 모습에 선생님은 바로 저에게 불합격을 주실 수도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저에게 불합격 대신 제가 읽을 책과 자기소개서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놀라웠습니다. 죄송한 마음도 함께 들었습니다. 저에게 책 하나를 읽고 자기소개서를 완성해오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믿어주시고 도와주시는 선생님에게 실망시켜드리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선생님의 배려와 지지, 열정 덕분에 지금 제가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른 길로, 뜻 있는 길을 가게 알려주시고 도와주신 권대익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나에게 가장 힘든 시간
실습을 준비하면서 사회사업 진행 초반까지가 저에게 가장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사회복지학과’에 뜻이 있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지 않았습니다. 원래 저는 경찰이 되고 싶었습니다. 경찰동아리 기장으로 활동하며 경찰의 꿈을 키워갔습니다. 고등학교 내내 경찰의 꿈을 위해 달려오다가 지쳐버렸습니다. 경찰이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경찰 시험을 준비하기도 벌써 두려워졌습니다. 저는 하고 싶은 뜻이 있어야 열심히 하는 성격인데 그 뜻을 잃어버렸습니다. 그 뜻을 잃어버렸기에 다시 경찰의 꿈을 꾸는 게 힘들어졌습니다. 경찰이 되는 데에 벌써 겁을 먹고 달아나기 바빴습니다.
입시 지원을 해야 하는 날이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의 제안으로 사회복지학과에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수시로 대학을 진학할 예정이었는데 마침 생활기록부에서 다른 학과를 지원하는 것보다 사회복지학과에 대해 이야기할 거리도 많아 보였습니다.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기 유리한 학생기록부였습니다. 일이 쉽게 진행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했습니다.
뜻 없이 수업을 들었습니다. 뜻 없이 사회복지기관에 방문했습니다. 뜻 없이 과제를 하고 시험을 봤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수능을 위해 배우고 싶은 않은 국어, 수학, 영어를 공부하듯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해나갔습니다. 초, 중, 고 내내 배우고 싶지 않은 공부를 해왔듯이 대학교에서도 아무 열정 없이 사회복지공부를 해나갔습니다. 열정 없이 졸업을 위해 공부하는 상황이 익숙한지라 제 생활이 안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데 있어 딱히 불만은 없었습니다. 사회복지공무원이 되어 안정적으로 사회생활을 해나가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재밌게 살아가고 싶었지만 다른 일을 새로 시작할 열정도, 하고 싶은 일도 없었기에 제 현실에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3학년 1학기,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수업을 들었습니다. 기계적으로 해야 하는 일만 해나갔습니다. 그때까지는 괜찮았습니다.
실습지원을 앞두고 있는 기말고사 기간,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도 아닌데 실습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니의 추천으로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에 실습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사회복지사이신 어머니의 지지와 격려조차도 저에게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머니에게 짜증을 낸 적도 많았습니다. 어머니가 추천해준 탓에 내가 힘든 것일 수도 있겠다는 어리석인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실습이 졸업요건이기에 실습을 하긴 해야 하지만 굳이 실습기간도 길고 집에서 거리가 먼 기관에서 해야 하나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수록 저를 도와주시고 믿어주시는 권대익 선생님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혼란스러움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래도 믿어주시는 권대익 선생님이 있기에, 도와주시는 어머니가 있기에, 방화11종합복지관 실습을 선택하고 지원했기에 마음을 매일 매일 다잡고 꿋꿋이 걸어갔습니다. 이 길이 내 길이 맞는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 방화동에 왔습니다.
바뀐 생각
사회사업을 막 시작할 때까지는 제 마음을 다잡기가 힘들었습니다. 이 길이 내 길이 맞는지 확인하러 왔는데 이 길은 내 길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전에는 사회복지가 하고 싶지는 않더라도 ‘잘 할 수는 있겠다.’라는 마음은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당시에는 사회복지를 하고 싶지 않았고 잘 해내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복지요결을 공부할 때에도 당사자와 지역사회 공생성을 현장에서 어떻게 바르게 잘 실천하는지도 감이 서지 않았습니다. 모르는 것 투성이었습니다. 사업초반에 아이들을 만날 때조차 서툴렀습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낯을 많이 가리고 다가가지를 못해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해야 하는 일이기에 아이들과 함께했습니다. 그랬더니 어느 샌가 제가 해야 하는 일이여서 하는 게 아닌 하고 싶어서 아이들과 함께 했습니다.
처음엔 아무것도 몰라 권대익 선생님의 제안으로 사업 2개를 덜컥 맡아버렸습니다. 나중에 가서는 해야 할 일이 2개라는 생각에 사업을 2개 맡은 사실이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다가가기가, 아이들 부모님께 연락하기가 귀찮고 힘이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연락하고 전화하는 일이 힘든 저에게는 특히 어른들과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기가 힘이 들었습니다. 남에게 부담주고, 피해를 주기 싫어하는 저에게는 제가 묻고, 의논하고, 부탁할수록 그 사람에게 제가 부담이고 피해가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연습하는 길이라 생각하고 계속 묻고, 의논하고, 부탁했습니다. 하다 보니 하게 되었습니다. 3주라는 시간동안 연습했지만 아직은 어렵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제가 극복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단기사회사업을 하는 동안 묻는 방법을 배우고, 부탁하는 방법을 배우고, 의논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6주 전보다 성장한 제가 보였습니다.
단기사회사업을 하면서 참 많이 얻고 갑니다. 당사자와 함께하는 즐거움, 동료들과의 추억, 권대익 선생님과의 추억, 진로에 대한 방향을 얻고 갑니다. 많이 배웠기에 더 고민해야하고 더 공부하기로 다짐하면서 방화동을 떠나려고 합니다. 방화동에 있으면서 인사를 나누었던 주민들, 아이들과 함께 배드민턴을 쳤던 1102동 앞 공터, 아이들과 함께 뛰어다녔던 옹기골 공원, 실무자선생님들, 동료들과 함께 웃고 울었던 공유터 등 모두 잊지 못할 겁니다. 저에게 많은 가르침과 깨달음을 알려주신 권대익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의 열정이 있기에 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제가 아이들과 재밌게 뛰어놀고 동료들과 함께 추억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했기에
아이들과 함께한 3주, 너무 짧게만 느껴졌습니다. 처음부터 이 기간이 짧다고 느낀 건 아니었습니다. 아이들과 웃고 놀고 뛰어다니다보니 어느새 수료식 날이었습니다. 사업이 2개라 힘들었지만 사업이 2개인지라 더 많은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뛰어놀기 좋은 곳을 가면 괜히 자전거여행을 함께했던 이룸, 이준, 서광, 영광, 현지, 재홍이가 생각납니다. 아이들이 참 놀기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이 자연을 누리면서 짓는 미소가 보고싶었습니다. 바람이 안 불고 비가 오지 않으면 괜히 배드민턴을 같이 쳤던 혜민, 가현, 서현, 서연, 수아, 소영이가 생각납니다. 아이들과 신나게 땀 흘리며 배드민턴을 치고 싶어집니다. 단기사회사업이 끝나니 그 동안 아이들과의 활동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자꾸 ‘아이들과 더 뛰어다닐걸, 더 함께할걸, 더 마음을 나누어줄걸, 더 대화를 나눌 걸’ 이라는 생각들이 얽혀 섞입니다. 첫 실습, 처음 맡아본 단기사업이기에 뿌듯함보다는 아쉬움이 훨씬 큽니다. 실습이 끝나가니 알게 모르게 공허함도 느껴졌습니다. 항상 아이들과 함께하다가 떨어지니 아쉬움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저에게 첫 실습, 첫 단기사회사업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아이들과 이제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아이들이 저에게 알려주고 간 게 있었습니다. 사회사업을 흥미롭게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저는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싶어 공부하지 않았습니다. 안정적으로 사회복지공무원을 생각하던 저였습니다. 왜 사회복지를 공부해야하는지 모르는 저에게 사회복지를 열정적으로 공부하고 싶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아직은 내 길이 사회사업가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다만 확실한 건 사회사업의 매력에 대해 알게 되었고, 사회사업을 더 알아보고 경험하고 싶어졌습니다. 저에게 삶의 방향과 교훈을 준 이 아이들을 평생 잊지 못할 듯합니다. 저에게 많은 사랑과 기쁨, 웃음을 준 아이들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마음을 전합니다.
함께 걸어준 사람들이 있기에
6주 동안 함께해준 동료들이 있기에 실습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내 곁에 지지해주고 격려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에 감사했습니다. 6주 동안 함께 웃고 울고 했습니다. 이런 동료들과 마지막이기에 너무 아쉽습니다. 좋은 사람들을 알게 돼서 참 다행입니다. 오래오래 이 관계를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동료들에게 많이 배우고 갑니다. 선재오빠에게 다정함을 배웠습니다. 새봄언니에게 열정을 배웠습니다. 예영언니에게 감사를 배웠습니다. 예지언니에게 말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정아에게 대화를 배웠습니다. 희선이에게 세심함을 배웠습니다. 선재오빠의 다정함을, 새봄언니의 열정을, 예영언니의 감사를 예지언니의 말하는 방법을, 정아의 대화를, 희선이의 세심함을 닮고 싶습니다. 동료들이 가진 강점 때문에 제가 많이 배웠고, 위로받았고, 격려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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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실습생이 단기사회사업에서 현장의 매력을 알기 바랍니다.
사회사업 근본과 뜻을 세워 공부하고
그렇게 실천하는 재미와 감동을 느끼며
현장을 준비하기를 기대합니다.
방화11에서 실습이 김민주 선생님에게 작은 도전과 배움이 되었습니다.
아직 3학년, 김민주 선생님에게 더 알려주고 보여주고 싶은 매력이 많습니다.
실습 때 보여준 열정으로 학창시절을 꾸준하게 보내기를 바랍니다.
바다에서 발만 담그던 상황에서 김민주 선생님이 물에 흠뻑 빠져 아이들과 놀았듯이
방화11에서 아이들을 만나며 사회사업 매력에 흠뻑 빠졌듯이
남은 학창시절도 사회사업 재미와 감동을 가득 알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현장에서 함께 만나기를 소망합니다.
민주 학생 수료사를 읽으며
사회복지 대학생들 마음을 생각했습니다.
많은 학생이 이와 같지 않을까 싶어요.
단기사회사업처럼 뜻을 세워
애정과 열정으로 지도하면
그 마음에 이런 바람이 부는구나 싶습니다.
귀한 일입니다.
민주 학생이 증인입니다.
고맙습니다.
민주 학생에게
단기사회사업 소개한
김영애 선생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