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무딘 붓으로 그리는 날 -송명희
년도별/예술문학비평
2017-06-24 06:43:08
동네 카수이자 시인인 송명희 시인이 또 오랜만에 시를 올렸다.
사실 몇사람 빼면 올릴만한 쌀람들도 많지 않을 것이다.
시인은 무딘 붓으로 그린다 한다.
나는 고등학교때 부터 쓰던 대붓(16호인가??? 근 50년만에 이런 붓칫수가 떠오르다니...ㅋㅋ)을 쓰고 햇빛이 쨍쨍 내리찌는 문간 앞 물통 위에 내 팽개쳐 놓았다.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른다.
그리다 만 풍경화를 그 붓으로 완성하려고 하거나?
가끔 문을 열어 볼때 뜨거운 태양볕에 노출된 오래된 붓을 힐끗 힐끗 본다.
그리곤 몽롱한 기분으로 문을 닫았다.
50년이 된 수채화 붓은 아직도 멀쩡하다.
하지만 나는 붓이 무디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좀이 먹었거나 길이 잘 못든 서예붓은 본 적이 있지만 이상하게도 수채화붓은 별로 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슨 다빈치나 고흐처럼 수천만 번의 붓질을 해서 무뎌진 붓도 갖고 있질 못하다.
미술실 기름통에는 공동으로 쓰는 유화붓들이 가끔 다 달아 빠져있기는 했는데...
무딘 붓으로 그리는 날은 어떤 날일까???
시인은 곱쌍하고 우아하게 생겼는데 시골의 변소깐을 운운한다.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사람들이나 사용했을 것 같은 변소깐 ㅎㅎ
조국에서는 삶의 밑바닥을 연상케하는 시골의 헛간...
참으로 무딘 붓은 시골의 헛간이 보이는 풍경에 잘 어울릴것 같은 생각이 든다.
돌아간 홍대 미대에 다니던 문형이 그리던 범어사의 천년된 뒷벽,
문형은 여름 내내 그 천년 뒷판자의 혼이라도 담을 듯이 칠하고 칠하고 그 위에 또 덧칠을 했었지...
풍만한 헬가가 있을 것 같은 Andrew Wyeth의 헛간들이 있는 풍경...
무딘 붓으로 헛간이 보이는 시골 정경을 담고 싶다....
무딘 붓으로 그리는 날 ...송명희
한 여자가 만드는 꿈속에는
오늘이 있고, 한 계절이 있고, 한 해가 있다
지나간 순간, 먼 훗날이
순식간에 그렸다가 지워지고
은빛 허공도 웃으며 걸어 다닌다
그 여자는
구름 속에 뭉쳐진 하루의 지친 종을 꺼내고
숨겨놓은 죄의 날개도 펼쳤다가 접는다
자신의 모습이 너무 낯설다
가난한 행복을 다시 그린다
자른 신문을 쇠고리에 달아 걸어놓은 변소
그래, 화장실이 아니고 변소였다
시골 뒷간 수북이 삭혀진 회색의 거름과
과일주 서너 잔에 불그스레 세상을 얻는 사람들
그래, 평생 덧칠해야지
사철 피는 웃음꽃도 모퉁이에 심고
활짝 핀 꽃망울도 서너 개 달자
삐쩍 마른 태양도 살지게 그려 넣자
50년된 16호? 수채화 평붓
나는 학창시절 이 붓 하나로만 수채화를 그렸다. 작은 붓은 한번도 써 본적이 없는 것 같다.
근데 이게 정말 50년전 학창시절 쓰던 붓인가???
학창시절 상으로 받은 수채화물감을 모두 이민 보따리에 싸갖고 오기는 왔는디...
과연?
불행하게게 며칠 문밖 땡뼡에 방치해 둔 관계로 글자들이 있는 부분의 외장?이 떨어져나가 몇호 붓인지 영어인지 한글인지???
허기사 한국에서도 붓에 한글이 적혀있었던 기억은 없다.
16호도 정확한지 알 수가 없다 갑자기 50년만에 그 숫자가 생각 낫을 뿐이다.
확실한 것은 수채화 평붓중 가장 큰 사이즈를 썻었다는 사실 뿐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