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삼십 일일, 할로윈 데이다.
아침 일찍 번쩍번쩍 빛나는 할로윈 코스튬, 우주복으로 잘 차려입은 티아고가 해피 할로윈, 을 외치며 데이케어 교실로 들어오고있다.
오늘은 아이들이 할로윈 분위기로 약간은 들떠서 지내는 날, 티아고가 오늘 밤에 집집마다 돌면서 사탕 받기-TREAT OR TRICK (사탕을 안주면 장난칠거야) 를 할 거라며 자랑을 한다.
할로윈에는 집 앞에 귀신이나 무서운 마녀들을 전시해놓아 어두운 밤에 보면 실제로무섭기도하다.
티아고가 친구 촬리에게 너 귀신 무서워, 하고 묻자 촬리가 아니, 하고 대답하는데 옆에 있던 내가
애나는 귀신 무서워, 하고 댜답하였더니 두 아이들이 서로 마주보며 킥킥,웃어댄다.
나는 정말 할로윈 데이가 무섭다.
벌써 몇 년이 지나갔지만 할로윈 데이가 되면 그 날의 기억이 떠올라 마음이 편치않다.
데이케어 아이들을 데리고 학부형들이 근무하는 석유회사 사무실에 데리고 다니면서 사탕과 초코렡등을 얻어오는 놀이를 하여서 다리가 피곤한 날이었다.
퇴근을 할 때. 다운타운에서 전철을 타고 종점이었던 브랜우드에서 내리면 계단을 올라가서 다리 위를 걸어내려오는데 그 위에서는 넒은 주차장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그날도 아침에 차를 세워놓은 곳을 바라다보는데... 어, 차가 안보이네...
내가 잘 못 보았나, 아니면 다른 쪽에 세워놓았나...
아무리 둘러보아도 차는 보이지않았다.
그때부터 심장이 쿵쿵쿵... 떨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차가 없어졌다고하니,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그는 잘 찾아봐... 어디 있겠지... 아냐, 정말로 차가 없어졌다고...
그 때서야 남편은 알았어, 그리로 가지... 하며 전화를 끊었다.
아무리 주차장을 뒤져보아도 차를 찾을 수 없게되자 우리는 경찰에 도난신고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세상에, 주차장에서 훔친 차로 우리 집에까지 들어온 것이다.
차고에는 도망가다가 떨어뜨린 인형 하나가 바닥에 나뒹굴고있었다.
안방 서랍들을 다 열어 뒤지고 아이들 방에서 입을 만한 겨울코트 등도 다 가져갔다.
한밤중이 되어서야 경찰들이 도착하였다.
안되는 영어로 그 상황을 열심히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서류 마지막 장에 사인을 하는데 경찰 중에 한 명이 이렇게 물었다.
많이 놀랐지요... 영어가 아니고 한국말로.
우리는 경찰들의 질문에 서로 한국말로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서류작성을 하였는데, 그 경찰은 우리말을 다 듣고있었네
별 다른 이상한 말은 하지않았으니...
진작에 자기가 한국말 안다고 하였으면 우리도 도움을 받았을텐데...
아마 알고도 그 경찰은 그랬을까
아무튼 이민온 지 얼마 되지않아서, 그것도 할로윈 데이에 엄청난 사고를 당한 나는 적지않이 캐나다라는 나라에 실망을 하게 되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할로윈 데이에는 경찰들이 사고 예방을 대비하여 미리미리 전과자들에게 편지를 보내서 단속을 하고 특히 아이들에게는 사탕을 주지못하도록 -우리는 사탕이 없습니다, 라는 사인을 집 앞에 붙이라는 강제명령을 내린다고한다.
다음 날 출근을 하여서도 같이 일하는 케네디언 동료에게 나는 더 이상 캐나다라는 나라를 믿지않을거야, 하며 차갑게 말하였는데...
그 날 저녁 그 말을 들은 동료가 전직원의 사인이 적혀있는 카드와 내가 잃어버린 스테이크 집 선물카드를 넣어 전해주는 것이 아닌가...
내가 괜한 말을 하였나, 그 동료는 나의 부정적인 캐나다 이미지를 바꾸어주려고 내게 많은 도움을 주기도하면서 따스한 마음을 전해주었다.
컴퓨터 등 잃어버린 전자제품들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몇 주 뒤에 캘거리 외곽에서 찌그러진 차를 찾아내었다.
차문을 열기 위하여 범인들이 커다란 연장을 쓴 탓인 지 운전섯 차문 전체가 찌그러들어 아주 흉하게보였다.
잃어버린 물건들도 보험회사에서 어느 정도 보상받고 시간이 지나가면서 마음도 안정을 찾아가게되었다.
그 해 연말, 우리는 한인동포들 모임에서 하는 성탄절 파티를 가게 되었다.
우리는 뜻 밖에도 여러가지 전자제품들을 상품으로 받게 되었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던 다른 부부들이 와, 지난 번에는 도둑이 들어 다 잃어버리더니 오늘은 그 잃어버린 것들 다시 다 찾아오네... 천사가 와서 도와주네.
정말 상상도 하지못하였던 일이었다.
커다란 TV, 냉동고, 컴퓨터, 그리고 오디오 세트까지
마치 전자제품 시장을 다녀오는 것처럼 우리 차 트렁크에 하나 가득 상품들을 실어왔다.
선타 할아버지에게 선물받는 아이들 마음이 이렇게 풍요로울까.
해마다 돌아오는 할로윈, 카톨릭에서는 십 일월을 위령의 달로 정하여 돌아가신 분들의 묘지를 방문하고 또 그들의 영혼을 위하여 천국에 가도록 연도기도문을 바쳐드린다.
할로윈의 시작은 고대 켈트족들의 신화에서 유래하였다고한다.
죽은 이들이 한 해를 마치는 시 월 마지막 날-켈트 족은 새해 첫 날을 십 일월 일 일 이라고 믿었단다-
나와서 살아있는 이들에게 삶과 죽음의 의미를 전해주려는 것일까.
딩동, 벌써 아이들이 사탕을 받으려고 왔나보다.
어스름 저녁 현관 앞에 있는 전등에 환히 불밝혀 아이들을 맞으러나간다.
해피 할로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