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압력
수심 4000m 잠수함, 틈 1㎜만 생겨도 0.001초만에 파괴
입력 : 2023.07.11 03:30 조선일보
압력
지난달 18일(현지 시각) 미국 해저 탐사 업체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사의 심해 관광 잠수정 '타이탄'이 잠수 1시간 45분 만에 통신이 끊기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타이탄은 해저 4000m 지점에 가라앉은 타이태닉호 선체를 구경하는 여정 중이었어요. 나흘 뒤 타이태닉호 침몰 지점 근처에서 잠수정 파편으로 추정되는 조각이 발견됐고, 탑승객 5명 전원이 숨진 것으로 전해지면서 결국 비극으로 마무리됐죠.
물 수천t이 누르는 힘, 수압
전문가들은 잠수정이 엄청난 수압을 이기지 못하고 일부 파손되면서 순식간에 부서졌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수압은 물로 인해 생기는 압력을 말합니다. 압력은 무엇인가에 짓눌리는 힘을 말하죠. 위에서 짓누르는 물체의 질량이 클수록 누르는 힘은 커집니다. 바닷물 역시 질량을 갖고 있고, 중력의 영향을 받습니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물 무게가 짓누르는 힘이 커집니다.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m인 1㎥ 정육면체 부피의 물 무게는 대략 1t입니다. 가로세로가 각각 1m인 면적을 가정하면 수심 1m에서는 1t, 수심 2m에서는 2t 무게가 짓누르는 셈이죠. 사람이 주로 활동하는 해수면 부근은 상대적으로 물의 양이 적기 때문에 수압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맨몸으로 물속에 들어갈 경우 수십m부터 수압의 영향을 받습니다. 수백~수천m 깊이에서는 단단하게 제작한 잠수정이 필요합니다.
심해 잠수정을 설계하고 제작할 때는 수압을 첫째로 고려해야 합니다. 지표면에서 사람이 받는 압력을 1기압이라고 합니다. 수압은 수심 10m마다 1기압씩 증가하죠. 수심이 4000m라면 지상에서 받는 압력과 비교해 400배나 큰 압력을 견뎌야 하는 겁니다. 탑승한 사람을 보호할 정도로 단단하고, 통신이 안 되는 상황에서도 정상적으로 길을 찾으며, 정확하게 운전할 수 있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민간 심해 탐사선도 등장하고 있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기술력이 뛰어난 강대국만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잠수정은 외부와 내부의 압력 차이를 완전히 제거하고, 특정 부위에만 압력이 쏠리지 않게 만들어야 합니다. 달걀 껍데기를 상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멀쩡한 달걀을 손바닥으로 감싸 쥔 채 깨뜨리려고 하면 잘 깨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달걀에 아주 작은 흠이라도 있으면 순식간에 깨져버리죠. 수심 4000m는 1㎜의 틈이 생기는 순간 1000분의 1초 만에 잠수정이 파괴될 정도로 수압이 강한 곳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에 대해 설계 결함으로 잠수정 어느 부분인가에 결함이 생겼고, 이 부분이 수압을 견디지 못해 찌그러지며 파괴됐다고 추측했습니다.
1기압에 적응한 지상 생명체
깊은 물에 들어가지만 않으면 압력에서 자유로운 걸까요? 지구에서는 어느 곳에 있든 압력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공기가 만드는 대기압이 있으니까요. 대기압은 같은 부피에 공기 분자가 얼마나 많이 있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지표면과 가까운 곳은 중력에 붙잡힌 공기 분자가 많아 기압이 높습니다. 고도가 올라갈수록 중력의 영향은 줄어들고, 동시에 기압도 낮아집니다.
일반적으로 지표면의 기압을 1기압(atm)이라고 부릅니다. 대략 1㎠에 질량 1㎏이 누르는 정도의 압력이라고 보면 됩니다. 인간을 비롯한 지상 동물은 오랜 시간 이 1기압에 적응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어요. 기압이 변하면 다양한 신체 변화가 일어납니다.
비행기를 탔을 때 귀가 아프거나 먹먹해진 적 있나요? 비행기는 복잡한 기상 현상을 피하려 고도 10㎞ 정도에서 비행합니다. 지상에서 이 정도 멀어지면 0.25기압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비행기 기체가 기압이 낮은 바깥 공기를 어느 정도 차단하지만 완벽하게 막아주지는 못해 비행기 내부는 지상보다 기압이 낮아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몸 내부는 여전히 1기압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공기 분자는 기압이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이동하려는 성질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우리 몸속은 고기압, 비행기 내부는 저기압이 되면서 몸속에 있던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려고 하죠. 얇은 막 형태인 고막은 밖으로 나가려는 공기 때문에 바깥쪽으로 풍선처럼 부풀게 됩니다. 보통 먹먹한 증상으로 끝날 수 있지만, 부푼 정도가 심하면 통증이 올 수 있죠.
깊은 물 속에 들어갔을 때도 불편함을 느낍니다. 훈련받지 않은 민간인은 수심 5m 깊이만 들어가도 귀와 폐가 눌리는 느낌을 받습니다. 기압이 낮았던 비행기와 반대로 이번에는 몸 안쪽으로 압력이 가해지면서 눌리는 겁니다.
0기압에 가까운 우주 공간에 나간다면
그렇다면 0기압에 가까운 우주 공간에서는 어떨까요? 1984년 노르웨이의 해양 시추선 '바이포드 돌핀'호에서 일어난 사고를 보면 0기압에 가까운 우주 공간에 인체가 갑자기 노출될 경우 무슨 일이 일어날지 간접적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바이포드 돌핀호 사건은 심해 잠수 작업을 하던 다이버들이 대기압에 적응하는 감압(減壓) 과정 도중 문을 제대로 닫지 않아 9기압에 적응했던 몸이 갑자기 1기압에 그대로 노출된 사고입니다. 이 사건으로 5명이 사망했는데, 이 중 2명은 장비와 부딪히거나 끼어서 숨졌습니다. 나머지 셋은 부검 결과 시신에 큰 외상이 없었지만, 혈관에서 기체가 대량 발견됐고, 이 기체로 인해 혈액에 녹아있던 지방 단백질이 지방으로 변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이런 사례로 미루어볼 때 우주 공간에서는 외부 자극보다는 질식이 가장 위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호흡기가 0기압에 노출됐을 때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몸은 폐의 혈관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 교환이 이뤄집니다. 몸속에 있던 이산화탄소는 배출하고, 새롭게 받아들인 산소가 혈액에 녹아 온몸으로 운반되죠. 0기압에서는 혈액에 산소가 녹아들지 않습니다. 녹아 있던 산소마저 기체가 돼버리죠. 산소가 없는 혈액이 뇌에 닿으면 산소 공급이 멈춰 질식사하게 됩니다. 사망 후엔 어떻게 될까요? 우주 공간의 평균 온도는 약 마이너스 270℃입니다. 혈액이나 체액에 있던 기체는 증발하고, 남은 액체는 순식간에 얼어버리겠죠.
오가희 어린이조선일보 편집장 기획·구성=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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