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관 시인이 본 53 선지식 30차 34 보름달이 솟아오르는 밤
보름달이 솟아오르는 밤
차나 한잔하게나 말하는데
차를 마시는 밤은 아름다운 밤
선승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나
여름이 지나가는 하늘가에는 어둠이 내려오면
무기 떼들이 장안문을 열고 들락거리고 있는데
나의 발등에 침을 꼽고 달아나고 있네
차 한잔하는 동안에 나의 차시는
천만리를 달리는 말급 소리가 되어 달려갔다가 오는데
적막강산 같은 깊은 산골에 하늘에 떠 있는 별
무슨 사연이 있기에 어둠을 벗으로 삼고 있나,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길을 찾아 떠나는
깊은 산골짜기기에 바람 한 점 불지 않고 있으니
무더위에 지친 육신을 이끌고 간다고 해도
잠시 쉬었다 가는 나그네 같은 운명을
보잘것없는 것들이 나를 압박 거리고 있네
산 멀리 보이는 것들이 희미한 불빛이지만
불빛을 껴안고 살아가야 할 운명 같은 것을
차 한잔 마시는 이들의 일터만큼 소중하여
한시도 눈꺼풀을 날 릴 수 있는 것이 못되네!
어둠이 밀려오고 있는 이 순간에도
생과 사의 갈림길이 있는 산길에도
살아 남아야 할 운명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머물러 있어야 할 숲속을 찾아야 하는 몸
그래도 수행의 밤이 깊어만 가네
보름달이 떠올라 있는 숲속
어디로 가야 할지를 찾고 있는 별
별은 허공에 떠 있다가 보이는 호수
호수를 찾아 나서는 길을 찾는다
길을 찾아 떠나는 것들이 무엇이냐?
아무리 고달픔 몸이라고 하여도
차 한잔하게나 하는 화두의 달을 안고
어딘가로 가야 할 땅을 찾아 나서는 몸
수행이라는 것이 깊은 산 숲에는 낙원
차를 마시는 자의 행복을 말함이네!
차를 마시는데 달이 떠서 어디로 가는가
바람이 불어오더니 구름옷을 입힌다,
그러면 옷을 입은 닳은 하늘 멀리고 가네
찻잔에 아롱거리는 것은 무엇이냐?
추억의 그림자를 붙들고 있는 바람
바람은 호수를 안고 떠나가고 있네
바람이여 불어오는 숲을 지나가네!
무지개가 지나가는 비 오는 날 잡풀이 우거지고 있지만
잡풀이라도 뽑아낼 힘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만
차 한자는 마시는 숲속에서는 개구기가 소리를 지르고
숲속에서 기침하는 선승들같은
기침 소리에 귀가 거슬리고 있는데
차 한잔을 마실 수 있는 날이 되었으면 하는데
선승들에게 차 한잔하게나 말할 수 없네
보름달이 떠오르고 있는데 자리를 펴고 차를 마시는 날
다정한 벗들이라고 칭송할 수 있는 정원에
아주 깊은 숲속에 있는 호수 위에 뜬 달
적막강산처럼 여기고 있는 산 숲에 홀로
차를 마시면서 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을 보네
2024년 8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