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길을 헤매다
심영희
어제는 추석 연휴도 끝나는 날이라 2개월 만에 서울에 갔다. 민화 수강생이 부탁한 몇 가지 재료를 사 와야 하는데 무더운 여름 날씨에 선득 서울로 갈 생각이 나지 않았다.
실은 새벽에 길을 헤매다 잠에서 깨어났기에 서울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이 생겼다. 그래도 다른 날보다 좋을 것 같아 서울로 가기로 정하고 '인간극장'과 아침마당이 끝난 후 부지런히 남춘천역으로 걸었다. 다른 때는 itx를 타고 가는데 오늘은 전철을 타고 여유 있게 다녀오리라 생각하고 가서 그런지 전철을 탔는데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인사동에서 민화 재료를 사고 종로 5가에 들려 점심도 먹고 시장 구경도 하고 동대문역에서 청량리까지 갔는데 4시 51분에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전철이 있다. 빨리 가는 것이 좋아 itx를 타는데 오늘도 매표소에서 남춘천 표를 구매했는데 여직원이 빨간 색연필로 표시해 준 15시 55분에 내 눈과 마음이 머무르고 있다.
1시간을 기다려야 하네 생각하고 롯데백화점에 들어가 구경도 하고 대합실에서 여유롭게 사진도 찍으며 기다려도 시간은 빨리 가지 않는다. 개찰구로 가는 중간에 놓인 의자에서 카톡과 문자 온 것을 다시 보며 3시 30분에 일찍 내려가 기다린다고 개찰구에서 표를 입력시키니 문이 안 열린다. 세 군데서 찍어도 자꾸 카드를 넣으라고 나오는데 마침 저쪽에 직원이 있기에 이 표가 문이 안 열린다고 했더니 아니 이미 떠나고 없는 기차니 당연히 안 열리지요 한다.
가만히 있으면 50점인데, 난척하면 빵점 이라고 하듯이 가만히 있기나 할 것을 3시 55분 기차인데 이제 3시 30분인데 왜 기차가 갔느냐고 하자 3시 55분이 도착시간이에요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1시간이나 기다리면서 출발 시간인 3시 1분은 아예 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럼 어떡해요 하고 물었더니 창구에 가서 반환하고 다음 차로 바꾸면 된다고 하여 뛰어가니 바로 옆 창구에 자리가 되어 상황을 얘기하니 그럼 4시 4분 차로 드릴게요 하여 표를 받아 들고는 이번에는 아예 기차 타는 곳에서 기다려야지 하고 내려갔는데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춘천 가는 itx가 도착하고 사람들이 우르르 기차로 들어간다.
나도 아무 생각 없이 눈앞에 보이는 6호 칸에 올라 8호 차까지 가서 내 자리에 가니 젊은 남자 손님이 앉아 있다. 여기가 내 자리인데요 했더니 자기 표를 다시 확인하더니 내 표를 보자고 한다. 이 표는 다음 차인데요 하는 순간 기차는 벌써 출발을 했으니 내릴 도리가 없다. 다행히 자유석에 손님이 두 명뿐이라 자유석에 앉아서 검표원이 오면 이대로 춘천까지 가도 되는지 아니면 평내. 호평에서 내 자리가 있는 4시 4분 차를 30여 분 기다려야 하나 물어볼 생각 중인데 직원이 차표 검사를 한다.
사정 얘기를 듣던 직원은 그냥 남춘천역까지 가서 얘기하라고 했다. 미안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기분은 좋다. 30여 분 춘천에 일찍 도착하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남춘천역에서 개찰구에 표를 대니 삑삑 소리만 요란하게 난다. 비상 창구 벨을 눌러 문을 열어달라고 했더니 표를 받으며 문을 열어준다.
그 표 다음 차인데 잘못 탔어요 했더니 직원이 웃으며 "예" 하더니 원래는 이 차를 타시면 안 되는 거예요 하길래 시간을 안 보고 차를 잘못 탔는데 문이 닫혀서 못 내렸어요 하며 나도 한번 웃어주고는 집으로 향했다. 아직 해가 있으니 기분이 좋다.
나는 초등학생일 때도 곧잘 맞는 꿈을 꾸었다. 성수대교가 무너지던 날도 다른 어느 나라에 다리가 무너져 아우성인 꿈을 꾸고 깨었는데 아침 등굣길에 성수대교가 무너져 학교 가던 무학여고 학생들이 많이 희생되었다. 가끔씩 큰일이 있을 때마다 그와 비슷한 꿈을 꾸어서 마음이 개운하지 않은 적도 있고, 사촌 오빠가 죽는 꿈을 꾸었는데 그 며칠 후 사촌 오빠 부고가 와서 오빠한데 미안하기도 했다.
서울 가는 날 새벽에도 물을 건너고 물가에 난 산비탈 길을 겨우 빠져나가 사다리를 타고 앞사람을 따라 올라가려는데 앞에 간 사람은 간데없고 다락방 같은데 갇힐까 봐 조바심하다 잠에서 깨어 서울 가는 것을 망설였는데 이렇게 기차를 제대로 못 타 헤매리라고는 정말 꿈에도 몰랐다. 다음부터는 꼭 출발시간부터 확인해야지, 큰 경험이고 꿈 땜을 제대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