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천풍는 아침을 먹는등 마는등하고 취사장안 무쇠 가마솥에
양동이로 개울물을 가득채우고 장작을 지핀 다음 옷을 훌렁훌렁벗고
드럼통을 반을 잘라만든 모욕통에 뜨거운 물을 채우니
뿌연김이 곰같은 천풍알몸을 가린다
사실 천풍는 한달에 두번은 필히 몸을 씻는다
한번은 매달 음력 초하루 날이고 오늘은 음력 보름날이다
여기에는 그만한 사연이있다 초하루 날에는 해가뜨기 전에
초막앞 개울에 물을 사발에 떠서 목반[木盤]에 놓고 점봉산
산신[山神]에게 동쪽을 향해 천풍이는 절을 두번올리고
10 여분 동안 두손으로 빌면서 마음으로는 변화무쌍한 점봉산
첩첩산골에 불길한 일을 사전에 맊아달라고 기원하는 의식이다
이는 천풍는 처음부터 홀로 깊은 산속에서 지내면서 이제까지
초하루 날에는 한번도 걸른적이없이 하는 의식이다
그런데 오늘 보름날에 모욕은 차차시간이 지나면 알수있게 될것이다
한시간이나 묵은 때를 벗기고난 천풍이는 흡사 북극에 백곰같이 보인다
모욕후 초막에 내려온 천풍이는 망태기에 또하나 설피를 넣고
순둥이와 순구가 앞서서 계곡을 따라 산거리 군초소로 내려간다
길은 예전에는 아연원석을 싫고 장항 제련소까지
트럭들이 들랑 날랑하는 큰도로였었다
그런데 근몇년간 홍수에 쓸리고 하여 지금은 도저이
차량이 다닐수가 없게 되었다 자연적으로 페도가 된것이다
천풍가 한시간만에 삼거리 군검문소에 도착했다
사실 천풍는 시계가없다 다충 어름 심작해서 나온다
10 여분이 지나니 흰색 중형 승용차가 천풍앞에서 멈춘다
차에서 내린 여인은 미소를 지으며 천풍에게 목례를 한다
천풍는 아무말이없었다 여인은 승용차 트렁크에서
제법큰 가방을 내려놓으니 천풍이가 받아들고 다시
여인은 쵸코파이 두박스를 내려서 군 초소병에게 건네주고
차는 검문소뒤 주차시키고는 천풍가 가저간 설피를 신고 초막으로 올라간다
여인은 30대 초반으로 보인다 두사람은 초막으로
올라가는 동안에 한마디 대화도 하지 않고 올라간다
초막에 도착한 두남여는 늦은 점심을 먹고 여인 혼자서
가방을 들고 윗쪽에 있는 취사장 안으로 들어가 천풍이가
덥여놓은 무쇠 가마솥에 더운물로 모욕을 할것이다
30~40 여분만에 모욕을 하고 여인은 초막으로 내려온다
그사이에 천풍이는 여인의 가방에서 소금자루를 토굴속에
갔다 놓고왔다 여기서 소금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천풍이는 이제까지 밖에서 가지고온 물건은 일년에 달력한장과
20 여키로의 소금뿐이다 그외는 전부 이곳에서 자급자족한다
탄광이 페쇄되면서 잡다한 물건이나 석유탱크에도 기름이있고
신발 옷가지도 동료광부들의 지급품을 지금까지 사용하고있다
식기류및 삽 곡갱이 연장들도 다 그때남은것이다
심지어 머리깍는 기계도 광부 이발소에서 쓰든것을 지금껏
천풍이가 손수머리를 깍고있다 그래서 소금이고 달력은
음력날을 알기위해서다 다른 물건을 여인이 들어올때
가지고 올려고 해도 천풍이는 철저하게 못가져 오게한다
이는 천풍이가 외부와 단절을 이미하는것이다 그렇지만 여인이
이곳에 오는것을 막을수도없었다 지금까지 외부 사람들이
온것은 점봉산에 길을 잘못들어온 몇사람뿐이다
페광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고 철저하게 외부와 단절하여 온것이다
수수 옥수수 감자 고구마 각종 종자도 군초소병이 휴가때 가져온것이다
불씨만해도 처음에는 성냥이나 라이타로 광산시절에 사용하던것으나
지금은 부싯돌이나 부엌잿불로 불씨를 이어가고있다
없으면 없는대로 이가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말처럼
곧 천풍에게 해당되는 말인지도 모른다 동지가 지났지만
산골에 해는 점심을 먹고 돌아서니 골짜기에 이내 어둠이깔린다
천풍이는 그래도 멀리서 찿아온 여인을 위해 저녁상에는
송이버섯국에다 산돼지 안심이 들어있고 산채나물도 올랐다
그리고 두놈 삽살개 밥을 평소보다 두배나 많은 량을 끓여주었다
그런데 여인은 초막방안에서 꼼짝도하지 않고 정지에도 나오지않는다
전부터 천풍가 들어오지 못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저녁상을 물리고난 천풍는 다시 술안주를 장만한다
화로에 참숫을 넣고 청솔가지 잎도 준비하고
청솔잎은 일산화 까스가 나오니 솔잎을 피우면 중화가 되어 안전하다
산돼지 안심과 더덕을 고추장에 버무리고 술은 산딸기에 벌꿀 더덕을
넣어 담근 이을테면 더덕 복분자술이라고 해야하는지 알수없다
벌써 섯달 보름달은 초막중천에 떠있다
술상이 들어가고 두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하니 취기가 설설오른다
그러나 문밖으로 말소리는 전연들리지 않는다
원래 천풍는 말수가 없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여인도 절로 말이없게 된다 산골 바람이 매섭게 부는 초막에는
호롱불빛이 좀처럼 꺼질줄모른다 자정이 가까우니
술상은 웃묵으로 밀리고 초막방안에는 남여젊은 두몸은
한나가 되어 뜨겁게 열이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시간이 갈수록 여인의 신음소리는 건너편 산등성이에서
늑대우는 소리같이 애절하고 야릇한 비명소리는...
야심한 산골밤에 정막을 깨고 멀리멀리까지 퍼저나간다.☞~8
첫댓글 아름다운 생활을 하시네요....부럽습니다.
잼있게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