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치킨집 제친 라이더… ‘나 홀로 사장님’ 간판 됐다
코로나 이후 자영업 지각 변동
라이더 실질 소득 월 평균 256만원
김지섭 기자 강우량 기자 입력 2024.01.09. 03:00 조선일보
이미지=조선일보 DB /그래픽=박상훈
건설 현장에서 전기 설비 관련 일을 하던 최모(45)씨는 3년쯤 전부터 오토바이로 음식 배달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한 달 평균 300만~400만원 정도 통장에 찍히고, 잘될 때는 500만원 가까이 수입을 올린다. 최씨는 “전에 하던 일은 일감이 들쭉날쭉해 불안감이 컸다”며 “배달은 한 만큼 벌 수 있고, 항상 일이 있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창업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야에서 ‘라이더(배달업 종사자)’가 치킨집, 카페 등을 밀어내고 우리나라 자영업을 대표하는 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혼자 음식을 배달하거나 택배 일을 하는 운수창고업 종사자 수가 1인 식당·카페·옷가게 사장님보다 더 많아진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배달앱 이용자가 급증한 가운데 큰돈이나 기술이 필요하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라이더 업무의 장점이, 많은 이들이 하던 일을 접고 오토바이 핸들을 잡게 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박상훈
◇1인 식당·카페 넘어선 라이더
8일 통계청에 따르면 ‘나 홀로 사장’인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중 운수창고업 부문 종사자는 지난해 10월 69만5024명으로 집계됐다. 음식료품, 의류 매장 등의 도·소매업에 종사하는 1인 자영업자 수(68만7303명)보다 7721명 많았다. 운수창고업 부문의 나 홀로 사장 수가 도·소매업을 넘어선 것은 2013년 관련 통계가 나온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10월에 이어 11월에도 운수창고업 부문 나 홀로 사장 수(69만7367명)는 도·소매업(69만1682명)보다 많았다.
‘자영업 공화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는 직원을 두지 않고, 가족과 함께 또는 혼자 일하는 ‘나 홀로 사장’ 비중이 특히 높다. 전체 자영업자의 75%나 된다. 그동안은 나 홀로 사장 중에서도 식당, 카페, 빵집, 옷가게 등의 도·소매업에 속한 이들이 가장 많은 축에 들었다. 지난해 기준 나 홀로 사장의 17~18% 정도가 도·소매업에 속한다. 숫자만 놓고 보면 농림어업 부문 비중이 1위(20%대 초반)지만, 계절에 따라 늘거나 줄어드는 정도가 크고, 임시로 일하는 비율이 높아서 사실상 도·소매업이 자영업의 ‘왕좌’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라이더와 택배 기사가 속한 운수창고업 부문이 도·소매업을 밀어내고 국내에서 ‘나 홀로 사장’이 가장 많은 업종에 등극한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급증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대형화나 무인화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도·소매업의 나 홀로 사장 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19년 1월 76만8000명에서 지난해 11월에는 69만명대로 떨어졌다. 5년여 만에 10% 넘게 줄어든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운수창고업의 나 홀로 사장 수는 56만7000명에서 69만7367명으로 23%가량 급증했다.
운수창고업의 나 홀로 사장 수가 빠르게 증가한 것은 배달앱과 온라인 쇼핑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영향이 크다.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가 늘고, 강도 높은 방역이 시행되면서 집에서 음식을 시켜 먹거나 스마트폰으로 생필품 등을 주문하는 거래 규모도 크게 늘었다. 작년에 코로나가 풍토병화됐지만, 바뀐 트렌드는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모바일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23조6069억원으로 2019년(9조693억원)의 2.6배다. 코리아세일페스타, 블랙프라이데이 등이 몰렸던 지난해 11월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만 20조8422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10월(20조457억원)에 이 라이더 일이 식당이나 카페를 창업하는 것보다 돈이 훨씬 적게 들고, 수입이 짭짤한 것도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라이더 2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장비 대여료나 보험료 등을 제외한 실소득은 평균 월 256만원이었다. 이는 2021년 국내 자영업자 월평균 소득인 162만원(세전)보다 100만원 가까이 많은 것이다. 라이더의 절반 이상(53.6%)은 도·소매업(31.5%), 숙박·음식점업(22.1%)에 종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자영업 비중은 줄여야”
라이더와 택배 기사 수요가 늘면서 일자리 창출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이 주요 선진국 대비 지나치게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근로자(2808만9000명) 중 자영업자 등 비임금 근로자(658만8000명) 비중은 23.5%로 OECD 회원국 중 7위다. 미국(6.6%), 캐나다(7.2%), 독일(8.7%), 일본(9.6%) 등에 비해 2~3배가량 높다. 우리보다 이 비중이 높은 나라는 콜롬비아(53.1%), 브라질(32.1%), 멕시코(31.8%) 등 사회 및 경제 기반 시설이 부족한 중남미 국가들이 대부분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환 위기 이후 제조업 등의 일자리가 줄면서 상당수가 영세 자영업 등 서비스업으로 이동했다”며 “자영업 비중이 이렇게 높다는 것은 양질의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단순 노동을 하는 라이더가 너무 많아지면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달과 같은 단편 업무만 반복하면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나 지식, 능력을 키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순홍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라이더와 같은) 저숙련 플랫폼 종사자의 증가는 저숙련 노동시장의 초과 공급을 일으키고, 노동시장의 비효율을 높일 수 있다”며 “플랫폼 종사자를 산업 일자리로 옮기도록 돕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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