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혼자 부르는 것과
듣는 이 있을 때 부르는 것은
당연히 차이가 있다
고개도 못들고 웅얼거리는 걸
노래라 부르던 수줍던 내가
노래방 보급으로 노래 실력도
부끄럼도 한결 나아졌다
이름대로 노래연습장 맞네
국민학교 저학년 음악시간 실기시험
앞에 나가 노래 불러야 하는데
생애 처음으로 많은 사람 앞에서
노래 부른다는 사실에
정신이 아득했다
사시나무 나무 처럼
떨던 기억이 생생하다
뭐가 그리도 창피한지
선보는 새 색시처럼
고개 푹 숙이고 입고 있던 바지
애꿏은 고무줄 허리 단만
만지작거리면서
노래를 부르는건지 벌을 서는 건지
나는 모기 소리만하게
자신없는 노래를 부르는데
머리 잘 빗고 나올걸
예쁜 새 옷 입은 날 부르지
입은 쉐타는 팔이 조금 짧은데
집중해서 날 바라보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어렵다가 무섭게 느껴졌다
"괜찮아 편안히 불러"
선생님이 안심시켜 주셔도
앞에 나가 노래 부른다는 건
숨이 막히게 고역이었다
남 앞에 나서 노래할 기회가 없었던것 같다
어느날 나들이 갔다가 관광지 어느곳에서일행중 한분이 요즘 노래방이 라는것이 있는데 자신이 경험한 바 흥미롭다며 한번 가보자 이끌었다
아마 초창기 노래방이 보급되고 있는
시기였던것 같다
먼저 오백원 짜리를 카운터에서
한주먹이나 바꿔왔다
기계 동전투입구에 동전을 넣으니
노래 반주가 마치 가수들이 부를 때 처럼
웅장하게 흘러나온다
부부동반으로 모두 네명
가수라도 된듯이
드디어 내 차례가 되자
일행이 관객처럼 느껴지고
여지없이 가슴이 두근두근거리고 음정 뱍자 틀릴까 조심스러웠다
그러니 심사받는시간같았다
처음 가 본 노래방이 신기해
다음에 또 이용하고 싶을 정도로
충격적였다
음치에 가까웠던 우리집 짝지
얼마나 문턱이 닳도록 다녔는지
제법 손색없이 노래 부르게 되었다
나도 노래 부를때 힘빼라는 조언을
들었는데
운동이든 노래든 힘을 빼야 잘 할수 있다는건 이론으로는 잘 안다
말처럼 간단치 않고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프로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는 일반인과는 사뭇 다르다
그들도 자신의 곡을
수만번 반복해 부르며 연습한다고
그래서 달관의 경지에 올라야 자유자재로 노래에 담긴 감정까지 표현하면서 부를수 있겠지
노래 부르는 동안에 그 노래의 주인공으로 도취가 되어 흥에 겹기도 하고 감상에 빠지기도 한다
그나마 나 혼자 부를때는 훨씬 더 낫게 부르는데
억울하게 누구만 있으면 심장이 떨려 제 정신이 아니고
박자도 놓치고 음정도 제대로 불러지지가 않게 된다
그래서 노래가 끝나면 뜨거운 한숨이 다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왜 노래방에서 내게 노래하라 권하는 사람은 무조건 이뻐 보이고
내 노래 예약한것 지워 버린 사람은 미워서 눈 흘기는 것인지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