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은 제목 그대로 지금으로부터 10년 뒤 안락사가 허용된 사회 이야기다(일단 책뜨락 회원 대부분은 안락사 찬성에 한 표).
주인공의 할머니는 배우자를 허망하게 보낸 뒤,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안락사 찬반투표를 실시하자 고민할 것도 없이 찬성표를 던지고, 10년 가까이 죽음을 준비한다(얼마나 부러운 일인지!!) 가족들의 다양한 반응을 뒤로 하고 경찰관과 의료진 입회하에 가족들과 차근차근 인사를 나누고 약을 투여받은 뒤 잠든 것처럼 마지막을 맞이한다.
소설이여서, 게다가 작가의 뛰어난 필력에 힘입어서겠지만, 삶의 마무리가 어찌나 깔끔하고, 명쾌한지 부러울 따름이었다.
한국 사회는 아직 연명치료나 안락사에 대해 수요자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안타깝지만, 머지않아 품위있는 죽음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 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덧붙여서 은모든이라는 작가의 작품은 이번에 처음 읽은 건데, 필체라든가 구성이 완벽히 취향저격이었다. 부족하거나 모자람 없이, 그 짧은 분량에 각 인물의 배경과 연결고리의 이어짐이 매끄럽기 그지없었다. 완전 강력 추천이다.
반면 이토록 고고한 연예는 조선 후기 걸인이자 광대였던 달문의 이야기다. 사회적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김탁환 님의 소설이다. 술술 넘어가는 책임에는 틀림없는데, 욕심없이 타인을 돕는 달문의 캐릭터가 아름답긴 한데, 계몽소설을 읽는 듯한 묘한 묵직함이 있는 책이다. 신분이나 계급, 이름으로 평가받는 게 아니라 사람이 그저 사람으로 이해되길 바라는 달문의 염원이 아마 작가의 바램이기도 해서 그럴 거다.
우열을 가리는 건 작가님들께 죄송한 일이지만, 더 열심히 써주시라는 기원을 담아 꼽아보자면, 안락이다. 사회적으로 품위있는 죽음과 존엄한 노년을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이 널리 읽히고 그래서 안락사에 대한 합의가 하루라도 앞당겨지기를 소망한다.
첫댓글 나의 아름다운 마무리가 '안락'이길
깔끔하게 책내용이 정리되네요~수고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