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1604
발심수행장032
동봉
궁지에 빠지다3
사람이면 누구든지 산에들어가
도닦는일 싫어할리 만무하지만
생각대로 나아가지 못하는것은
애욕으로 얽힌것이 원인이로다
생각처럼 깊은산중 찾아들어가
차분하게 마음닦진 못할지언정
자신에게 주어진바 능력을따라
일상에서 좋은행을 버리지말라
人誰不欲 歸山修道
而爲不進 愛欲所纏
然而不歸 山藪修心
隨自身力 不捨善行
-----♡-----
만남에는 헤어짐이 갈무리되듯
산을 오를 때 이미 산을 내려갈 인연이
안으로 간직되어 있었을 터
도리사를 떠나 내려가는 발길이
어느 때보다 가볍다
오를 때는 둘이었는데
도리사를 뒤로하고
내려갈 때는 아홉이니
모두 과거 현재 미래를 달고 간다
오를 때는 첫새벽과 기포뿐이었는데
내려갈 때는 아도가 함께 한다
생체 나이로는 아도가 많고
첫새벽이 가장 젊다
아도 첫새벽 기포 셋이 만나면서
각자 과거 현재 미래가 생긴 것이다
앞서가던 첫새벽이
뒤를 돌아보며 외친다
'자자자, 다들 어서 서두르시라고
구미읍내까지는 족히 40리 길이니까'
길 위쪽은 비탈밭이고
길 아래쪽은 고래실논이다
고래실논에서는 모내기가 한창이다
하지가 이제 보름 남짓 남았으니
낮이 제법 길 때가 아닌가
어스름이 채 풀리지 않았는데
한 녘에서는 써레를 메워
모를 낼 논을 풀고 있는가 하면
한 녘에서는 옹기종기 모여 모를 찌고
또 한 녘에서는 모춤을 여기저기 던진다
역시 첫새벽은 첫새벽이다
팔십 노인의 아도나
예순 후반에 든 기포보다
마흔 중반 첫새벽이 훨씬 잽싸다
두 다리를 둥둥 걷더니
노랗게 끓은 호박죽보다
더 보들보들 풀어놓은 논에
가장 먼저 뛰어든다
한 무리는 써레질한 논에 모를 낸다
첫새벽은 노래를 부른다
앞서 도리사에서 지은 노래로
가칭 '도리무애가桃李無㝵歌'다
나마미 나마미 나마미 타~불
내마미 내마미 내마미 타~불
니마미 니마미 니마미 타~불
울마미 울마미 울마니 타~불
처음 부를 때는
저주파의 바리톤이었는데
어느새 높낮이가 테너로 바뀐다
첫새벽 음성이 워낙 구성지다보니
하마 모내기하는 농부들의
어우러진 합창이 제법 장엄하다
게다가 따라부르기가 쉽고
노랫말 속에는 무엇인가 담긴 듯싶다
여기에 아낙네 목소리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가 곁들여지니
농요합창단이 따로 없다
나마미 나마미 나마미 타~불
나마미 나마미 나마미 타~불
한 촌로가 묻는다
'시님 말이요, 나마미가 뭐고
내마미 니마미 울마미가 무슨 뜻인지요?'
첫새벽이 명확하게 답한다
'네, 담긴 뜻은 아주 간단명료합니다
나마미는 그냥 좋다는 뜻이고
내마미는 내 마음이며
니마미는 너의 마음이고
울마미는 우리네 마음입니다.'
촌로는 궁금증을 참을 수 없다
'그럼 뒤에 붙는 타~불은요?'
'네, 영원한 생명의 부처님이고
무한한 광명의 부처님이신
아미타불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아이고 시님요
이 노래에 그렇게
깊은 뜻이 들어있었구먼요.'
'네, 그렇습니다 거사님.'
'아이고 시님, 거사님이라니요!
아무튼 불교가 이렇게 간단하네요.'
옆에 있던 아도가 한마디를 거든다
나와 너 우리 마음이 하나가 될 때
아미타불이 늘 함께 하십니다
모 찌고
모내고
김매고
벼 베고
추수秋收할 때도 이 노래를 부르면
첫째 마음이 가볍고 흥겨워지고
둘째 한 마을이 하나가 되고
셋째 한없는 공덕을 쌓고
넷째 온갖 업장이 죄다 녹고
다섯째 죽어서는 극락에 왕생합니다
이미 첫새벽은 산을 내려오면서
농부들과 하나가 되고
중생들을 춤과 노래로 건지는
소위 하화중생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산에 들어 참마음을 열었다면
산을 내려와 중생들 곁으로 다가가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가를
하나하나 이끌어주는 게
수행자가 갈 길이다
도를 깨달아 도인이 되었는데
끝내 산중만 고집하거나
은둔의 길을 걷는 것도 좋겠지만
산을 뛰쳐나와 중생과 하나됨이 더 좋다
그래서 첫새벽은 말한다
'애욕을 버리고 산에 들어가라
들어가서 마음을 닦으라
그러나 그게 뜻대로 안 된다면
세간에서라도 좋은 일을 놓지 말라'고
여기에는 익숙할 때까지
공부에 전념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섣부른 이가 사람잡는다고 했듯
무면허로 수술을 하고
차량 운전을 할 수는 없다
뛰어난 전문가가 될 때까지는
수행을 통해 자신을 완성시킨다
그리하여 면허를 취득했다면
장롱에 넣어두지 말고 활용할 일이다
한마디로 얘기한다면
궁지에 빠져 허우적댈 게 없다
선입산이후하산先入山而後下山이다
첫새벽이 지나간 선산과 구미
그리고 상주와 함창 지역에
나중에 농요가 생겼으니
이름하여 '상주함창가'다
상주함창가 6절까지를 모두 싣는다
1.
상주 함창 공갈못에 연밥 따는 저 큰아가
연밥 줄밥 내 따 주마 우리 부모 섬겨다오
2.
문어야 대전복 손에 들고 친구집으로 놀러 가자
친구야 벗님은 간곳 없이 조각배만 놀아난다
3.
능청 능청 저 베리 끝에 시누 올케 마주 앉아
나도야 죽어 후생 가면 낭군 먼저 섬길라네
4.
이배미 저배미 다 심어 놓으니 또 한배미가 남았구나
지가야 무슨 반달이냐 초생달이 반달이지
5.
고초 당초 맵다 해도 시집살이만 못하더라
나도야 죽어 후생 가면 시집살이는 안 할라네
-----♡-----
참고자료1
박수관-상주함창가 노래듣기 가사6
http://listenmusiclyric6.blogspot.com/2014/06/blog-post_7107.html?m=1
-----♡-----
사진 : 미영순 박사의 칠순 기념 문집
언론에서는 미박사를 한국의 헬렌켈러라
하는데 나는 원효스님 후신으로 본다
-----♡-----
06/06/2019
제64회 현충일과
모내기芒種를 맞아
종로 대각사 봉환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