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2014년 말띠 해가 저무는 사흘 전 세밑이었다. KBS TV 방송에서 밤 10시부터 ‘트로트 전 국민 대축제’를 방영하였다. 9시 반부터 나는 가족과 몇 지인들에게 쌍둥언니랑 우리 합창단이 나올 거라고 카톡으로 알려주면서 기대감으로 흥분하고 있었다. 두 주 전 노래와 인터뷰 촬영에 응했기에 어떻게 나올지 궁금한 속이었다. 얼른 삼각대를 설치해 카메라를 장착한 후, 불을 끄고 커튼을 쳤다. TV 모니터 앞에서 꼼짝을 하지 않고 중계방송 촬영을 했다.
옛날 가수 임백천과 요즘 가수 홍진영의 더블 MC로 연말 송년음악회 분위기 물씬 풍기는 가운데 축제가 시작되었다. 첫 순서로 가수 김연자가 화려한 댄스를 배경으로 트롯의 흥을 돋구어놓는다. 문희옥이 나오고, 설운도, 현숙, 현철, 잘 모르는 가수들 몇 몇이 나온다. 삼십분이 훌쩍 넘었다. 방영시간 60분짜리라지만 은근히 안 나올까봐 걱정이 되었다. 신세대 가수 몇 명에 이어서 박상철, 태진아가 트로트의 진수를 폭발적으로 쏟아낸다. 40분이 넘어 45분이 되어간다. 이러다가 정말로 우리 끝나는 게 아닌가 싶어 초조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하늘나라로 간 배우 김자옥을 그리며, 남편인 가수 오승근이 ‘님아’를 촉촉히 젖은 눈으로 눈을 감고 부르는데 나도 덩달아 눈물이 흘렀다.
드디어 ‘전 국민을 웃게 만드는 전 국민의 노래 릴레이가 시작됩니다’ 는 멘트가 나왔다. 저거다! 바로 우리가 녹화했던 거! 나와 쌍둥언니, 그리고 우리 쌍투스 합창단이 나올 차례이다. 국민MC 송해님이 댓살 정도 아이와 벤치에 앉아서 노래를 부른다.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노래 릴레이가 출발을 했다. 개그 콘서트 ‘닥치고’의 쌍둥이형제들과 유치원 아이들이 밸리 댄스를 하면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지’를 부른다, 기가 막히게 웃음이 나온다. 걸그룹 가수들에 이어서, 경로당 할머니 할아버지가, 회사의 현장에서 회사원들이, 보이스카우트와 걸스카우트 아이들이, 등산가 허영호와 아줌마 부대들이 ‘내 나이가 어때서’ 노래를 몇 소절씩 계속 계속 이어가며 부른다.
그리고 이 노래의 거의 끝부분에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를 부르는 내 모습이, 아주 밝고 환한 내 모습이 보인다. 영등포 한강성심병원 화상센타에서 화상환자들과 가족 및 의사 간호사 직원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위문공연을 했던 의상 그대로이다. 우리는 위문공연 전 리허설을 하는 동안에 급습한 합창단 후배의 음악기획사로부터 녹화에 응했던 것이다. 싼타 복장과 성탄장식 소품들을 걸친 재미있고 화려한 모습의 합창단원들이 보인다. 그리고 쌍둥언니와 함께 내가 인터뷰에 응한 모습까지 확실하게 나왔다. 녹화할 당시 내년 새해엔 어떤 소망이 있는지, 전 국민에게 바라는 마음을 한 줄로 말해 달라고 한 기억이 났다. 음악 프로그램인 걸 아는 나는 평범하게 한 마디 대답했었다.
“새해에는 모든 사람들이 노래를 더 많이 부르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자정이 다 되어가는 데도 여기저기서 카톡 반응들이 들어왔다. 방송에 예쁘게 잘 나왔다고, 참 재미있게 봤다고, 의상이 독특했다고,......
이번 전 국민 트로트 대축제는 가요무대가 방송되는 월요일 프로그램으로, 가요무대 일 년의 총결산인 듯하다. 내가 나오고, 게다가 거의 끝 무렵에 방영되었기에 프로그램 전체를 다 볼 수 있었다. 트로트가 우리네 살아가는 모습과 마음들을 그대로 노래하고 있었구나, 실로 우리답다는 느낌을 노래하는 가수와 환호로 박수하는 관객들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다. 기분 풀고 싶을 때, 흐트러지고 싶을 때면 여지없이 트로트를 부르면서도, 팝송이나 다른 노래들에 비해 트로트를 수준 아래로 우습게 여기지 않았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첫댓글 나도 가끔 기분 풀고 싶을 때
트로트 노래를 매들리로 이어 부를때가 있다.
그게 바로 우리 나이 또래의
흥이고 멋이고 어쩜 삶인지도.....
정은정이에요.
본방송을 못 봤는데
재방송이라도 꼭 봐야겠어요.
트로트가 우리네 살아가는 모습과 마음들을 그대로 노래하고 있다는 글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트로트 좀은 팝송보다 낮게 생각했는데
아, 그게 아니더라구요.
불러보니 여간 신바람이 나는게
아니더라구요.
라인댄스 즐기듯
트로트도 즐겨보려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