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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說삼국지13회(1) – 유비, 서주를 거듭 사양하다
유 황숙, 북해에서 공융을 구하고, 온후, 복양에서 조조를 깨다.
계책을 바친 사람은 동해 東海 구현 朐縣 출신으로 성은 미糜,이름 축 竺,자 자중 子仲이다. 그는 대대로 부호 富豪다. 일찍이 낙양에 가서 장사하고 수레를 타고 오다가 길가에서 어느 아름다운 부인을 만나서 태운 뒤에 자신은 수레에서 내려 걷고 부인에게 수레를 양보하여 태웠다. 부인이 동승하기를 청하여 미축이 타고서도 단정히 앉았을 뿐 눈으로 훔쳐보지 않았다. 몇 리를 가서 부인이 인사하고 가며 미축에게 말했다.
"나는 남쪽의 화덕성군 火德星君이오. 상제 上帝의 명으로 그대 집을 불태우러 왔으나 그대가 예의로써 대해주니 감동하여 미리 알려주겠소. 속히 돌아가서 재물을 반출하시오. 내 오늘밤 찾아가리다."
말을 마치고 사라진다. 미축이 크게 놀라 집으로 달려가서 집안 소유물을 황급히 반출했다. 그날밤 과연 부엌에서 불이 나서 집안을 몽땅 태웠다. 미축이 이로부터 널리 가재 家財를 베풀어 가난한 이를 구제하고 고통을 덜어주었다. 그 뒤 도겸이 초빙하여 별가종사 別駕從事(지방 수령의 보좌관)로 삼는다.
그날 바친 계책은 이렇다.
"제가 북해군 北海郡으로 직접 가서 공융 孔融에게 군사를 일으켜 구원하도록 하겠습니다. 한편, 다른 한 사람을 청주 青州의 전해 田楷에게 보내어 구원병을 구하십시오. 두 곳에서 군마가 일제히 오면 조조는 반드시 병사를 물릴 겁니다."
도겸이 이를 따라 서찰 두 봉을 쓴 뒤 휘하 가운데 누가 또 가겠냐 묻는다. 한 사람 바로 가겠다 하니 광릉 廣陵 출신으로 성은 진 陳,이름 등 登,자 원룡 元龍이다. 도겸이 먼저 진원룡에게 청주로 가게 하고 미축에게도 서찰을 주어 북해로 가게 한다. 자신을 무리를 이끌고 수성 守城하여 공격에 대비한다.
북해군 공융의 자는 문거 文舉로 노국 魯國 곡부 曲阜 사람이고 공자의 이십세 손이며 태산도위 泰山都尉 공유 孔宙의 아들이다. 어려서부터 총명하였다. 십오 세에 하남윤 河南尹(하남의 총독) 이응 李膺을 찾아갔는데 문지기가 가로막으니 공융이 말했다.
"나는 이 씨 집안과 맺어져 서로 통하는 사이요."
결국 들어가 만나자 이응이 물었다.
"너와 내 조상이 어찌 친하냐?"
"예전에 공자께서 일찍이 노자(노자의 성명이 李耳라는 설이 있다)께 예를 물으셨으니 저와 공이 어찌 대대로 집안끼리 통하지 않습니까?"
이응이 크게 기특하다 여겼다. 잠시 뒤 태중대부 太中大夫 진위 陳煒가 온다. 이응이 공융을 가리켜 말한다.
"이 아이가 기특하오."
"어려서 총명하다고 커서 반드시 총명하란 법은 없소."
공융이 듣자마자 말한다.
"그렇게 믿으신다니 어려서 분명히 총명하셨겠습니다."
진위 등이 모두 웃으며 말한다.
"이 아이가 장성하면 반드시 당대의 큰 그릇이 될 것이오."
이로부터 명성을 얻는다. 그 뒤 중랑장이 되고 다시 북해태수가 된다. 빈객을 극히 좋아하여 늘 말한다.
"자리에 손님이 가득차고 술통에 술이 비지 않는 것, 이게 내 소원이오."
북해에 육 년 있으면서 민심을 크게 얻는다.
그날 마침 손님과 앉아 있는데 서주의 미축이 찾아왔다고 한다. 공융이 불러들여 그 찾아온 뜻을 물으니 미축이 도겸의 서찰을 꺼내어 말한다.
"조조가 포위공격 하여 몹시 위급하니 명공께서 구원의 손길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나와 도공조 陶恭祖는 교분이 두텁고 자중 子仲(미축)도 몸소 여기까지 왔으니 어찌 안 가겠소. 다만 조맹덕과 내가 원수지지 않았으니 먼저 글을 보내 화해시켜 보겠소. 그래도 따르지 않으면 기병하겠소."
"조조는 병위 兵威만 믿고서 결코 화해하지 않을 겁니다."
공융이 한편으로 병력을 점검하면서 한편으로 사람을 보내 글을 전한다. 미축과 상의하고 있는데 황건적 잔당 관해 管亥가 떼도적 수만을 거느리고 몰려온다는 급보가 날아든다. 공윤이 크게 놀라 급히 휘하 인마 人馬를 거느리고 출성 出城하여 도적을 맞아 싸운다. 관해가 출마 出馬하여 말한다.
"내가 알기로, 북해에 양식이 많다 하니 1만 석만 빌려주면 즉시 퇴병 退兵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성지 城池를 타파하여 노유 老幼(늙은이와 아이)도 남겨놓지 않겠다!"
"내가 대한 大漢의 신하로서 대한의 땅을 지키는데 어찌 양식을 도적에게 주겠는가!"
관해가 대노하여 말을 박차 칼춤을 추며 곧장 공융에게 달겨든다. 공융의 장수 종보 宗寶가 창을 겨눠 출마하지만 싸운지 불과 몇합에 관해의 한 칼에 베여서 낙마한다. 공융 병력이 대란 大亂하여 성중으로 마구 달아난다. 관해가 병력을 나눠 사면을 포위하니 공융의 가슴이 답답하고 미축도 수심에 잠겨 아무 말도 못한다.
이튿날 공융이 성에 올라가 멀리 바라보니 도적 세력이 호대 浩大하므로 더욱 근심한다. 그런데 성 밖에서 한 사람이 창을 겨눠 말 몰아 적진을 쳐들어가 마치 무인지경처럼 좌충우돌하더니 성 아래 와서 "문을 여시오"라고 크게 외친다. 아직 누군지 몰라 공융이 감히 개문하지 못한다. 적의 무리가 해자 근처까지 추격하자 그가 다시 몸을 돌려 연달아 십수 인을 찔러 하마 下馬시키니 적의 무리가 거꾸로 달아난다. 이에 공융이 급히 문을 열어 들어오게 한다. 그가 하마하여 창을 내려놓고 성위로 올라와 공융에게 절한다. 공융이 성명을 물으니 답한다.
"저는 동래 東萊 황현 黃縣 출신으로 복성 覆姓(두 글자 성씨)이 태사 太史이고 이름 자 慈, 자 자의 子義입니다. 노모께서 크게 은고恩顧(은혜로써 보살펴 줌)를 입으셨습니다. 제가 어제 요동에서 집으로 돌아가 모친을 뵙다가 도적이 성을 공격하는 걸 알았는데 노모께서 '부군 府君의 깊은 은혜를 거듭 받았으니 네가 가서 도와드려라' 하시므로 필마단기로 달려왔습니다."
공융이 크게 기뻐한다. 원래 공융과 태사자는 비록 면식이 없었지만 그가 영웅인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그가 멀리 타지에 가 있을 때 노모가 성 밖 이십 리에 있는데 공융이 항상 사람을 보내 곡식과 비단을 보내주니 노모가 공융의 덕에 감동하여 태사자를 보내어서 구원한 것이다. 그 자리에서 공융이 태사자를 후대하며 의복, 갑옷, 안장, 말을 증여 贈與한다. 태사자 말한다.
"제게 정병 1천을 주시면 출성하여 도적을 무찌르겠습니다."
"그대가 비록 영용 英勇하나 적세가 심히 성대하니 가볍게 출전하는 건 불가하오."
"노모께서 부군의 두터운 덕에 감격하셔 저를 보내셨습니다. 포위를 풀 수 없다면 저도 노모를 뵐 면목이 없습니다. 바라건대 한바탕 죽을 각오로 싸우겠습니다."
"내 들으니 유현덕이 당세 當世의 영웅이오. 만약 그에게 구원을 청하여 온다면 포위가 저절로 풀릴 것이오. 다만 보낼 사람이 없구려."
"부군께서 글을 주시면 제가 가겠습니다."
공융이 기뻐하며 글을 써서 태사자에게 준다. 태사자가 갑옷 두르고 말 타고 허리에 궁시 弓矢를 차고 손에 철창 鐵鎗을 쥐고 배불리 먹고 단단히 준비한 뒤 성문을 열어주자 단기필마로 달려나간다. 해자 근처에서 적장이 무리를 이끌고 달려오지만 태사자가 잇달아 몇을 찔러죽이고 포위를 뚫고 나간다. 관해가 누군가 출성한 것을 듣고 필시 구원병을 부르는 것이라 여겨 스스로 수백 기를 이끌고 추격하여 팔면八面으로 포위한다. 태사자가 창을 비껴들고 활에 화살을 매겨 팔면으로 쏘아대니 시윗소리 떨어질 때마다 낙마하지 않는 이 없다. 도적떼가 감히 추격하지 못한다.
태사자가 탈출하여 그날밤 평원 平原으로 가서 유현덕을 만난다. 인사를 마치고 공북해 孔北海(북해태수 공융)가 포위받아 구원을 청하는 사정을 밝히고 서찰을 바친다. 현덕이 읽어보고 태사자에게 묻는다.
"족하 足下는 누구시오?"
"저는 태사자로 동해 東海 비 鄙 사람입니다. 공융과 비록 골육 骨肉은 아니고 향당 鄉黨도 아니나 특별히 의기투합하여 우환을 함께 나눌 뜻을 가졌습니다. 이제 관해가 폭란 暴亂하여 북해가 포위되고 아무데도 도움을 청할 곳 없이 고립되니 위급하기가 단석 旦夕(매우 위급함)에 처했습니다. 듣자하니 군께서 평소 인의 仁義를 드높이셔 능히 사람들의 위급을 구해주실 것이라 하므로 특별히 저로 하여금 칼날을 무릅쓰고 포위를 뚫고 달려와 구원을 청하게 하셨습니다."
현덕이 염용 斂容(조심스러운 몸가짐)하며 답한다.
"공북해께서 세간에 유비 따위가 있다는 걸 아시오?“
운장과 익덕과 더불어 정병 3천을 거느리고 북해군으로 진군한다. 관해가 멀리 구원군이 옴을 보고 친히 병력을 이끌고 대적한다. 현덕 병력이 작음을 보고 대단하게 여기지 않는다. 현덕이 관, 장, 태사자와 함께 말을 세워 진 앞에 서자 관해가 분노하여 달려 나온다. 태사자가 관해가 덤비기만 기다리는데 운장이 먼저 나가 관해에게 달려든다. 두 말이 맞붙자 군사들이 크게 함성 지른다. 관해 따위 어찌 운장을 대적하겠는가? 수십 합 붙은 끝에 청룡도를 들어 관해를 쪼개어 말 아래 떨군다. 태사자와 장비 두 사람이 일제히 출격하여 나란히 적진으로 달려들고 현덕이 병사를 몰아 덮친다. 성 위에서 공융이 멀리 태사자와 관, 장이 도적떼를 무찌름을 보고 병사를 몰아 출성한다. 양쪽에서 협공하여 도적떼를 크게 무찌르니 투항자 무수하고 나머지는 무너져 흩어진다.
*自古皆有死,人無信不立 /자고유개사, 인무신불립/ 논어에서 자공과 공자의 대화에서 나온 말로서, 자공이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가 넉넉한 식량, 강한 군사력, 백성의 신뢰라 답하자, 자공이 그 중에서 마지막까지 제일 중요한 것을 물으니, 공자가 사람들은 예로부터 죽음을 피할 수는 없지만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국가가 존립할 수 없다고 답함.
공융이 현덕을 성으로 맞아들여 인사를 마치고 크게 술자리를 베풀어 경하한다. 미축도 불러들여 현덕을 만나 장개가 조숭을 죽인 사건을 말하게 한다.
"이제 조조가 병사를 풀어 크게 약탈하고 서주를 포위하니 급히 와서 구원을 청합니다."
현덕 말한다.
"도공조께서 인인군자 仁人君子이신데 아무 죄 없이 원통한 일을 당하셨군요."
공융 말한다.
"공께서 한실종친 漢室宗親이시오. 이제 조조가 백성을 모질게 해치며, 힘센 것만 믿고 약자를 업신여기는데 공께서 저와 함께 가서 구원해야 하지 않겠소?"
"감히 사양할 수 없지만 병력이 미약하고 장수도 적으니 쉽게 움직이기 어렵소."
"제가 도공조를 구하려는 건 오랜 우의 때문이기도 하지만 역시 대의 大義를 위해서요. 어찌 공에게도 의로운 마음이 없겠소?"
"그렇다면 문거 文舉(공륭)께서 선행 先行하시고 저는 공손찬 거처에 가서 3, 5천 인마를 빌려 뒤따르게 해주시오."
"공께서 절대 실언하지 마오."
"공께서 저를 어떤 사람이라 여기시오? 성인께서 '예로부터 사람이란 모두 죽게 마련이지만 사람이 믿음이 없으면 (국가는) 존립할 수 없다.' 하셨소. 저 유비가 군을 빌려 오든 혹시 못 빌려오든 반드시 직접 구원하러 가겠소."
공융이 응락하고 미축에게 먼저 서주로 가서 알리고 공융도 수습하여 기정 起程(길을 떠남)한다. 태사자가 절을 올려 사례한다.
"제가 모친의 말씀을 받들어 도와드렸지만 이제 다행히 염려할 게 없습니다. 양주자사揚州刺史 유요 劉繇께서 저와 같은 군 郡 출신이신데 서찰을 보내 부르시니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음에 뵐 수 있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공융이 금백 金帛(황금과 비단)을 내려주지만 태사자가 받지 않고 돌아간다. 모친이 보고 기뻐한다.
"네가 있어 북해에 보답하니 기쁘구나!"
태사자를 양주로 떠나보낸다.
공융이 기병 起兵한 건 말할 필요 없고 현덕이 북해를 떠나 공손찬을 찾아간다. 공손찬 말한다.
"조조와 자네가 원수진 게 없는데 어찌 수고스럽게 남을 대신해 출력 出力하는가?"
"이미 허락했으니 실언 失信할 수 없습니다."
"마보군 馬步軍 2천을 주겠네."
"조자룡도 데려가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공손찬 허락한다. 현덕이 관, 장과 함께 휘하 3천인을 앞세우고 자룡이 2천 인으로 뒤따라 서주로 간다.
한편 미축이 돌아가 도겸에게 북해에도 이야기하고 유현덕에게도 와서 도와달라 청하였다고 알린다. 진원룡 陳元龍도 돌아와 청주 전해 田楷가 기꺼이 병력을 이끌고 올 것이라고 알린다. 도겸이 안심한다. 원래 공융과 전해의 양 군은 조조 병력이 세력이 대단함을 두려워하여 멀리 산 아래 포진하고 쉽게 전진하지 못한다. 조조도 군사들이 몰려온 것 보고 감히 공성하러 나아가지 못한다.
현덕 군이 당도하여 공융을 만나니 공융 말한다.
"조병 曹兵이 세력이 대단하고 조조가 용병도 뛰어나 쉽게 싸울 수 없소. 동정을 살핀 뒤 진병 進兵하겠소。"
현덕 말한다.
"다만 성중에 양식이 떨어져 오래 버티지 못할까 걱정이오. 제가 운장과 자룡에게 명하여 4천 군사로 공의 부하들을 돕고 저는 장비와 함께 조조 진영을 뚫고 서주성으로 들어가 도사군 陶使君과 상의하겠소."
공융이 크게 기뻐하며 전해 田楷와 함께 회합하여 기각지세 犄角之勢(군을 둘로 나눠 한쪽이 다른쪽을 칠 수 있게 하는 것)를 이루고 운장과 자룡이 병력을 거느리고 양변에서 접응接應하기로 한다.
이날 현덕과 장비가 1천 인마를 이끌고 조조 군사의 영채 측면으로 달려드니, 영채 안에서 북소리 크게 일며 마보군이 성난 파도처럼 장수를 옹위하여 몰려나온다. 선두 대장은 우금인데 말 고삐를 당기며 크게 외친다.
"어디서 온 미치광이들이냐! 저리 썩 꺼져라!"
장비가 보더니 한마디 내뱉지도 않고 우금에게 달겨든다. 두 말이 붙어서 싸운 지 몇 합에 유비가 쌍고검 雙股劍을 뽑아 병력을 지휘하여 크게 진격하니 우금이 패주한다. 장비가 추격하여 서주성 아래에 도달한다. 성 위에서 바라보니 붉은 깃발에 흰 글자로 크게 '평원 현덕 平原劉玄德'이라 쓰여 있어 도겸이 서둘러 문을 연다. 현덕이 입성하자 도겸이 영접하고 함께 부아 府衙로 간다. 예를 마치고 연회를 베풀어 대접하면서 군사들을 위로한다.
도겸이 현덕을 만나보니 의표 儀表(외모)가 헌앙 軒昂(훌륭)하고 언어가 활달 豁達하므로 내심 크게 기뻐하여 미축더러 서주의 패인牌印(지방관청의 공식도장)을 가져오게 하여 현덕에게 넘기려 한다. 현덕 놀라 말한다.
"공께서 왜 이러십니까?"
"이제 천하가 요란 擾亂하고 왕강 王綱이 부진한데 공께서 한실 종친이니 종묘사직을 바로잡으셔야 합니다. 늙은이는 나이 많고 무능하니 진정으로 서주를 양도하고자 합니다. 사양하지 마십시오. 아울러 표문을 써서 조정에 신주 申奏하겠습니다."
현덕이 자리를 나와 거듭 절하며 말한다.
"저, 유비가 비록 한조 漢朝 묘예 苗裔(먼 후손)라 하지만 공은 적고 덕은 박하므로 평원상 벼슬도 오히려 과분할까 두렵습니다. 이제 대의를 위하여 도와주러 온 것인데 공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면 유비에게 탄병 吞併(집어삼킴/병탄)할 마음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는 것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제가 그런 속셈을 가졌다면 황천 皇天께서 도와주시지 않을 겁니다!"
"늙은이의 실정 實情(진정)입니다."
두번 세번 넘겨주려 하지만 현덕이 어찌 기꺼이 받으리오. 미축이 진언한다.
"이제 적병이 성 아래 육박했으니 적을 물리칠 대책을 상의해야 합니다. 일이 풀린 뒤 다시 양도해도 됩니다."
현덕이 말한다.
"제가 글을 조조에게 보내 화해를 권하겠습니다. 조조가 따르지 않을 때 무찔러도 늦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격문을 세 군데 진지(유비, 공융, 전해의 진지)에 보내고 안병부동 按兵不動(군사를 멈추고 정세를 관망함)한다. 사람에게 글을 줘 조조에게 보낸다.
한편, 조조가 군중에서 여러 장수와 함께 의사 議事하는데 서주에서 전서 戰書가 당도했다고 한다. 조조가 뜯어 살피니 유비의 서신이다. 글은 대략 이렇다.
"제가 관외 關外에서 공을 만난 뒤 천각일방 天各一方 (하늘 모퉁이/아주 먼곳)으로 떨어져서 추시 趨侍(종종 걸음으로 나가서 모심)할 수 없었습니다. 존부 尊父 조후 曹侯(조숭)께서는 참으로 장개가 어질지 못하여 해를 입은 것이지 도공조 陶恭祖의 죄가 절대 아닙니다. 목금 目今 황건 잔당이 바깥에서 요란하고 동탁의 여당 餘黨은 안에서 반거 盤踞(둥지를 틀고 앉음)합니다. 바라건대 명공께서 조정의 위급을 우선하시고 사사로운 복수는 뒤로 하십시오. 서주에서 철군하셔 국난을 구하신다면 서주도 행심 幸甚(아주 다행)! 천하도 행심입니다!"
조조가 서찰을 보고 크게 욕한다.
"유비 제놈이 뭐라고 감히 글을 보내 권하냐! 게다가 중간에 슬쩍 비꼬고 있구나!“
사자를 베게 명하고 힘껏 공성 攻城하라 한다. 곽가가 간언한다.
"유비가 멀리 구원하러 와서 예의를 먼저 차리고 군사는 뒷전입니다. 주공께서 좋은 말로 답하셔 유비가 방심하도록 만드셔야 합니다. 그 뒤 군사를 내어 공성하면 깨뜨릴 수 있습니다."
조조가 이를 따라 사자에게 회신을 받아 가라고 한다.
이렇게 상의하데 홀연히 유성마 流星馬(통신병)가 달려와 알린다.
"큰일났습니다!"
조조가 까닭을 물으니 여포가 연주를 습격하고 복양 濮陽으로 진격하여 점거했고 한다. 원래 여포는 이각과 곽사의 난을 만나 무관 武關 밖으로 달아나 원술에게 갔었다. 여포가 반복부정 反覆不定(이랬다 저랬다 하여 일정한 게 없음)함을 원술이 의심하여 받아들이지 않아 원소에게 갔다. 원소와 함께 상산 常山에서 장연 張燕을 같이 격파했다. 여포가 스스로 득지 得志(뜻을 이룸)했다고 생각하여 원소의 수하 장사 將士를 오만하게 대했다. 원소가 죽이려하자 장양 張揚에게 달아나니 장양이 받아들였다. 그때 방서 龐舒가 장안 長安 성중 城中에서 여포의 처소 妻小(처자식)를 몰래 데리고 있다가 여포에게 보냈다. 이각과 곽사가 이를 알고 방서를 처형하고 글을 장양에게 보내 여포를 죽이도록 한다. 이에 여포가 장양을 버리고 장막 張邈에게 간다. 때마침 장막의 아우 장초 張超가 진궁 陳宮을 데려와 장막에게 보였는데 진궁이 유세했다.
"이제 천하가 분붕 分崩(갈려져 무너짐)하니 영웅이 병기 並起(나란히 일어남)합니다. 군께서 천리에 걸친 무리를 가지시고도 도리어 남에게 제어받고 계시니 부끄러운 일 아니겠습니까! 이제 조조가 동쪽을 쳐 연주가 공허 空虛하고 여포는 당세 當世 용사 勇士이니 그와 함께 연주를 취하신다면 백업 伯業(군주의 위업)도 도모하실 수 있습니다."
장막이 크게 기뻐하며 여포에게 연주를 습격하고 이어서 복양도 점거도록 했다. 다만 견성 鄄城,동아 東阿,범현 范縣 세 곳만 순욱 荀彧과정욱 程昱이 계책을 써서 사수 死守하고 나머지는 모두 격파됐다. 조인 曹仁이 거듭 싸우지만 모두 이기지 못하므로 이렇게 급보한 것이다.
조조가 듣고 크게 놀라 말한다.
"연주를 잃으면 내게 돌아갈 집이 없다. 서둘러야 한다!"
곽가 郭嘉가 말한다.
"주공께서 유비에게 개인의 정을 내세워 좋게 말씀하시고 퇴군 退軍하여 연주로 돌아가십시오."
조조가 그렇다 여겨 즉시 답서를 유비에게 주고 진지를 뽑아 퇴병한다.
한편, 사자가 서주로 돌아가 도겸을 만나 서찰을 올리는데 조조 군사가 이미 퇴각했다고 한다. 도겸이 크게 기뻐하며 공융, 전해, 자룡 등을 성으로 불러 대회 大會한다. 주연 飲宴이 끝나자 도겸이 현덕을 상좌 上座에 앉히고 공수 拱手(왼손을 오른손 위 놓고 두손을 맞잡아 공경을 표함)한 채 뭇 사람에게 말한다.
"이 늙은이 늙고 두 아들놈 재주 없어 국가 중임 重任을 감당할 수 없소. 유공께서 제실 帝室(황실)의 주예 胄裔(후예)이시고 덕이 넓고 재주 높으시니 서주를 다스릴 만하오. 늙은이 진정으로 쉬면서 병을 다스리고 싶을 뿐이오."
현덕 말한다.
"공문거께서 저에게 서주로 와서 구원하라 명하신 건 의로움 때문입니다. 이제 아무 단거 端據(근거) 없이 가진다면 천하가 저를 불의한 사람으로 알 겁니다."
미축 말한다.
"이제 한실 漢室이 쇠하여 해우 海宇 (천하)가 전복 顛覆되니 공업 功業을 수립할 때가 이때입니다. 서주가 은부 殷富 (풍성하고 넉넉)하고 호구가 백만이니 유사군 劉使君께서 다스리는 걸 사양하지 마십시오."
"이 일은 절대로 감히 말씀에 응할 수 없습니다."
진등 말한다.
"도부군 陶府君께서 다병 多病하셔 일을 보시기 어려우니 명공께서 사양하지 마십시오."
현덕 말한다.
"원공로 袁公路(원술)께서 사세삼공 四世三公(4세에 걸쳐 3공의 높은 벼슬을 지낸 가문)의 명문이고 해내 海內가 따르고 가까이 수춘 壽春에 계시는데 어찌 그분께 양도하지 않으십니까?"
공융 말한다.
"원공로 袁公路는 무덤 속 말라비틀어진 뼈다귀 같으니 말할 가치도 없소! 오늘 일은 하늘이 줘도 안 갖겠다 하시니 후회해도 소용없소."
현덕이 고집 피우며 수긍하지 않는다. 도겸 울며 말한다.
"군께서 저를 버리고 가시면 저는 죽어서도 눈을 감을 수 없습니다."
운장 말한다.
"도공께서 양도하시는 걸 받아서 형께서 서주를 맡으시오."
장비도 말한다.
"그리고 이건 다른 사람의 주군 州郡을 강탈하는 것도 아니오. 그분께서 호의로써 양도하시는데 하필 애써 사양하시오?"
현덕이 말한다.
"너희가 나를 불의 不義에 빠뜨리려 하냐?"
도겸이 말한다.
"현덕께서 기어코 따르시지 않겠다면 근처에 소패 小沛가 있는데 군을 주둔할 만합니다. 현덕께서 잠시 주둔하여 서주를 보호해주시기 바랍니다. 어떠시겠습니까?"
모두가 현덕에게 소패에 머물도록 권하므로 유비가 따른다. 도겸이 군사를 위로하고 조운이 인사하고 떠난다. 현덕이 손을 쥐고 눈물 흘리며 헤어진다. 공융과 전해도 각각 헤어져 군을 이끌고 돌아간다. 현덕이 관, 장과 함께 휘하 군사를 이끌고 소패에 당도하여 성벽을 수리하고 백성을 보살핀다.
한편 조조가 회군하니 조인이 찾아와 여포 세력이 크고 진궁이 보좌하여 연주와 복양을 이미 잃고 견성, 동아, 범현 세 곳만 순욱과 정욱 덕분에 계책을 짜서 연결하고 성곽을 사수하고 있다고 말한다. 조조 말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여포는 용맹하지만 무모하니 걱정할 게 못 된다."
진영을 안정하고 진지를 세우도록 한 뒤 다시 상의한다. 여포는 조조가 회군하여 이미 등현을 지난 것을 알고 부장 副將 설란 薛蘭과 이봉 李封을 불러 말한다.
"내가 너희 두 사람을 쓰고 싶은 지 오래였다. 너희가 1만 병력으로 연주를 굳게 지켜라. 내 친히 병력을 이끌고 조조를 격파하러 가겠다."
온후, 복양에서 조조를 깨다.
두 사람이 응락한다. 진궁이 급히 들어와 말한다.
"장군께서 연주를 버리고 어디로 가십니까?"
"내가 복양에 둔병 屯兵하여 정족지세 鼎足之勢(솥발처럼 셋이 맞서는 형세)를 이루고 싶소."
"틀렸습니다. 설란이 기필코 연주를 지키려해도 지킬 수 없습니다. 여기서 정남쪽으로 1백8십 리에 태산의 험로가 있으니 정병 일만을 거기 매복시키십시오. 조조 군이 연주를 잃은 걸 듣고 틀림없이 배도 倍道(서둘러 길을 재촉함)할테니 그들이 반쯤 지날 때 일격으로 잡을 수 있습니다."
"내가 복양에 주둔하는 것은 따로 좋은 계책이 있어서요. 그대가 어찌 알리오!"
결국 진궁의 말을 따르지 않고 설란에게 연주를 지키도록 하고 떠난다.
조조 병력이 태산 험로에 다다르자 곽가가 말한다.
"더 갈 수 없습니다. 여기 복병이 있을 까 두렵습니다."
조조가 웃는다.
"여포는 무모한 놈이니 설란에게 연주를 지키도록 하고 스스로 복양으로 갔을 거요. 어찌 여기에 매복하겠소? 조인에게 일군一軍으로 연주를 포위하게 하고 나는 복양으로 진격하여 속히 여포를 치겠소."
진궁이 조병 曹兵이 가까이 옴을 듣고 계책을 올린다.
"이제 조병이 멀리 와서 피곤 疲睏하니 속전 速戰이 유리하지 기력 氣力을 양성하게 하여선 안 됩니다."
여포 말한다.
"내가 필마 匹馬로 천하를 종횡 縱橫했는데 어찌 조조 따위 두렵겠소! 그들이 진지를 세우기 기다려 내 직접 잡겠소."
한편 조조 병력이 복양 근처에서 멈추고 진지를 세운다. 다음날 무리를 이끌고 나가 들판에 포진한다. 조조가 문기 門旗 아래 말을 세우고 멀리 여포 병력이 당도한 걸 본다. 포진을 마치고 여포가 앞장서서 출마 出馬하고 양 옆으로 여덟 건장 健將이 따라온다. 제일은 안문 雁門 마읍 馬邑 출신으로 성은 장 張,이름 요 遼,자 문원 文遠이요 제이는 태산 泰山 화음 華陰 출신으로 성은 장 臧,이름 패 霸,자선고 宣高니 두 장수 뒤에 다시 여섯 건장이 따라나온다. 학맹 郝萌,조성 曹性,성렴 成廉,위속 魏續,송헌 宋憲,후성 侯成이다. 여포 군 軍 5만의 북소리 크게 울린다.
조조가 여포를 손가락질하며 말한다.
"내가 너와 원수진 일 없거늘 어찌 내 주군 州郡을 빼앗냐?"
"한가 漢家(한나라 왕실)의 성지 城池를 여럿이 갈라먹는데 너만 가지란 법 있냐?"
장패 臧霸를 출마 出馬시켜 싸움을 건다. 조군 曹軍 안에서 악진이 나가 맞이한다. 두 말이 맞붙어 두 창을 일제히 든다. 싸워 삼십여 합이 되도록 승부가 안 난다. 하후돈이 말 몰고 달려나와 돕자 여포 진영에서 장요가 가로막고 싸운다. 여포도 노하여 창을 빗겨들고 말 몰아 맹렬히 달려나오니 하후돈과 악진이 모두 달아난다. 여포가 덮치니 조군이 대패하여 삼십 리를 퇴각한다. 여포가 군을 거둔다.
조조가 한바탕 깨지고 나서 진지로 돌아가 여러 장수와 상의한다. 우금이 말한다.
"제가 오늘 산을 올라 관망하니 복양 서쪽에 여포의 영채가 하나 있는데 병력이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밤 적장은 아군이 패주한 것을 보고 대비를 하지 않을 테니 병력을 이끌고 치십시오. 진지를 점령하면 포군 布軍이 반드시 두려워 할 테니 이게 상책입니다."
조조가 이를 따라 조홍,이전,모개,여건,우금,전위 여섯 장수를 데리고 마보 馬步(기병과 보병) 2만을 이끌고 그날밤 샛길로 진발한다.
한편 여포가 영채 안에서 군사를 위로하는데 진궁이 말한다.
"서쪽 진지는 요긴한 거처이니 조조가 습격하면 어찌합니까?"
"그 자가 오늘 한바탕 패했는데 어찌 감히 오겠소?"
"조조는 용병에 극히 능하므로 그가 우리의 무방비를 치는 걸 막아야 합니다."
여포가 고순, 위속, 후성에게 병력을 이끌고 서쪽 영채를 지키도록 한다. 조조가 황혼 무렵 군을 이끌고 서쪽 영채에 이르르 사방으로 돌입한다. 영채의 병력으로는 막을 수 없어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니 조조가 점령해 버린다. 사 경(밤 한시에서 세시 사이)이 되자 고순이 군을 이끌고 와서 쳐들어온다. 조조가 군마를 이끌고 나가다 고순과 마주쳐 삼군 三軍이 혼전 混戰한다. 날이 밝아오자 정서쪽에서 북소리 크게 울리더니 여포가 군을 이끌고 온다고 한다. 조조가 영채를 포기하고 달아난다. 배후에서 고순, 위속, 후성이 추격하고 앞에서 여포가 친히 군을 이끌고 온다. 우금과 악진이 쌍 雙으로 붙어 싸우지만 여포를 막지 못하므로 조조는 북쪽으로 달아난다. 산 뒤에서 한 무리 군사가 나온다. 좌측 장요, 우측 장패다. 조조가 여건과 조홍 曹洪에게 싸우도록 하지만 불리하여 조조가 서쪽으로 달아난다. 다시 갑자기 함성이 크게 울리더니 한 무리 군사가 다가온다. 학맹, 조성, 성렴, 송헌 네 장수가 와서 퇴로를 막아선다. 여러 장수가 죽기 살기로 싸우고 조조도 선두에서 돌진한다. 방자 梆子(딱딱이) 소리 나더니 화살이 취우 驟雨 (소나기) 같이 쏟아진다. 조조가 전진할 수 없어 달아날 방도가 없으니 크게 외친다.
"누가 나 좀 살려주게!"
마군 馬軍(기병) 무리에서 한 장수가 뛰어나오니 바로 전위다. 손에 쌍철극을 쥐고 크게 외친다.
"주공! 걱정 마십시오!"
몸을 날려 말에서 내리더니 쌍철극을 땅에 꽂아 세우고 단극 短戟(짧은 극/일종의 표창) 열몇 개를 손바닥에 쥐고 종인 從人을 돌아보며 말한다.
"도적들이 십 보 거리에 이르면 외쳐라!"
저벅저벅 걸으며 화살을 무릅쓰고 앞으로 나아간다. 여포 군 布軍 십수 기(기병)가 추격하니 종인이 크게 외친다.
"십 보요!"
"오 보면 바로 외쳐라!"
종인이 다시 말한다.
"오 보요!"
전위가 단극을 날리니 극 하나에 한 사람씩 낙마하고 모조리 명중하니 십수 인을 죽인다. 무리가 모두 달아난다. 전위가 다시 몸을 날려 말 타고 큰 철극 두 자루 움켜쥐고 달려든다. 학, 조, 성, 송 네 장수가 감당하지 못하고 각각 달아난다. 전위가 적군을 죽여 흩어버려 조조를 구출하고 이어서 여러 장수도 뒤따라 도착하여 길을 찾아 진지로 돌아간다.
점점 날이 어두워지는데 배후에서 함성이 일어고 여포가 극을 겨누어 쫓아오며 크게 외친다.
"조조 도적아! 게 서라!"
이때 사람도 말도 지쳐 모두 서로 훔쳐볼 뿐 각각 달아나 목숨만 건지려 한다.
비록 두꺼운 포위를 뚫고 탈출하지만
굳센 적이 쫓는 걸 못 막을까 두렵구나
조조 목숨이 어찌될까 모르겠구나. 다음 편에서 풀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