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의 휘는 수곤(壽崑), 자는 인지(仁之), 본관은 한양(漢陽)이다. 고조 우의정 한평부원군(漢平府院君) 휘 연(涓)은 파주(坡州)에 장사 지냈고, 증조 병조 참판 휘 련(憐)은 광주(廣州)에 장사 지냈고, 조부 사옹원 판관 휘 운명(云明)은 김포(金浦)에 장사 지냈고, 부친 사헌부 감찰 휘 영걸(英傑)은 선친을 따라 김포에 장사 지냈다.
공은 신묘한 서법(書法)으로 당대에 이름이 났다. 처음 음서(蔭敍)로 상운 찰방(祥雲察訪)에 제수되었으나 병으로 사직하고 돌아왔는데, 80세를 누려 수작(壽爵)을 받았다. 생을 마감하자 포천(抱川) 가차리(加次里) 묘향(卯向)의 언덕에 장사 지냈다.
부인 동래 정씨(東萊鄭氏)는 정랑 괴은(乖隱) 선생 구(球)의 따님이다. 장남 진(瑱)은 일찍 죽어 후사가 없다. 딸 셋은 참판 이식(李拭), 충의위 이태수(李兌壽), 학생 홍유일(洪惟一)에게 출가하였다. 차남 증 참판 휘 현(玹)이 제사를 받들었는데 그 언덕 아래에 장사 지냈다. 부인 전주 이씨(全州李氏)는 참판과 합장하였다. 손자 증 참찬 휘 익남(翼男)은 그 산 오른쪽 기슭에 장사 지냈다. 참판은 아들 둘을 낳았는데, 장남 경(絅)은 지금 좌참찬이고 차남 구(緱)는 일찍 죽었다. 딸이 넷인데, 장녀는 현감 윤열지(尹悅之)에게 출가하고, 나머지는 사인(士人) 강석황(姜錫璜)ㆍ강익장(姜益章), 현감 허립(許岦)에게 출가하였다. 위봉(威鳳)은 생원으로 경의 소생이고, 위명(威明)은 구의 소생이다.
이 묘갈은 조부께서 벼슬하기 전에 마련해 둔 것인데, 60년간 집안의 상사(喪事)와 세상의 변고가 잇따르는 바람에 불초한 손자가 높은 지위에 올라 추은된 뒤에야 새기게 되었으니, 더욱 슬플 뿐이다.
[주-D001] 증조 …… 묘갈 : 이 글은 저자의 증조부 조수곤(趙壽崑)에 대한 묘갈이다. 조수곤의 자는 인지(仁之)이다. 음서로 벼슬하여 상운 찰방을 지내고 절충장군에 가자되었다.[주-D002] 80세를 …… 받았다 : 본서 권15 〈조고증이조참판행공조좌랑부군묘갈음기(祖考贈吏曹參判行工曹佐郞府君墓碣陰記)〉에 “장수를 누려 절충장군에 가자되었다.”라는 기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