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시 한 편, 음악 한 곡] 무경자수의 선시 <침간정>, 퓨전국악 비단의 <희락가(추석)>
침간정(枕澗亭)
무경자수(無竟子秀, 1664~1737)
멀리 새 정자가 푸른 파도 굽어보는데
중추의 풍경은 해 질 무렵이 으뜸일세
모래는 물결에 쓸려 금빛으로 빛나고
숲의 대는 서로 부딪쳐 옥소리 울리네
달 아래 태백은 그림자와 함께 노는데
물속엔 수많은 동파의 그림자 나뉘네
어부의 노랫소리는 어디서 들려오나
아마도 서강의 물결 따라 내려가는 듯
迢遞新亭俯碧波 仲秋風物晩尤多 金淘澗底黃沙走 玉扣林間綠竹磨
月下影成三李白 水中形散百東波 一聲欵乃來何處 知是西江下浪婆
[감상]
추석은 글자 그대로 가을저녁이라는 뜻이잖아요. 설날이 아침과 연결된다면 추석은 계절적으로 보더라도 저녁쯤입니다. 실제로 추석에는 저녁풍광이 참 아름답습니다.
“중추의 풍경은 해 질 무렵이 으뜸일세”
중추의 으뜸 풍경을 감상하는 곳은 침간정(枕澗亭), 곧 경상북도 구미시 해평면 일선리에 있는 정자로, 조선 후기 문신이자 학자인 류승현(柳升鉉, 1680∼1746)의 종택과 강학당입니다.
모래는 물결에 쓸려 금빛으로 빛나고, 숲의 대는 서로 부딪쳐 옥소리를 울립니다. 그야말로 석양이 비치는 모래의 빛깔과 대숲의 바람소리가 기막힌 교향악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마침내 달이 뜨면 그 아래서 이태백이 술잔을 앞에 두고, 밝은 달과 그림자와 셋이서 한잔 한다는 참으로 기가 막힌 낭만 풍경이 연출됩니다. 이태백은 시 〈월하독작(月下獨酌)〉에서 “꽃 사이 한 단지 술을/ 친구도 없이 홀로 따르네/ 잔을 들어 명월을 맞이하니/ 내 그림자 마주하니 셋이 되었구나”(花間一壺酒 獨酌無相親 擧盃邀明月 對影成三人)라고 하였지요.
물 속에서는 수많은 소동파 시인이 그림자가 되어 이태백과 함께 합니다. 소동파의 〈범영시(泛穎詩)〉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홀연히 파도가 일어나니/ 나의 수염과 눈썹이 어지러이 흩어지고/ 수많은 동파로 나뉘었다가/ 잠깐 사이에 다시 여기 있네.”(忽然生鱗甲 亂我鬚與眉 散爲百東坡 頃刻復在玆)
이렇게 옛 선사는 한가한 가운데, 추석을 지극히 낭만적으로 즐기고 있습니다. 혼자서도 이렇게 낭만을 즐길 수 있을진대, 가족이 모이고 지인들이 모이는 명절이 더욱 낭만적이고 즐겁고 여유 있는 행복을 실습하는 장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마하반야바라밀()()()
[음악 한 곡] 퓨전국악 비단의 <희락가(추석)>
https://youtu.be/lWf4b2wIqOY
[법보신문 - 동명스님의 현대시 감상] 17. 손을 사랑하는 일-피재현
http://www.beopbo.com/news/articleView.html?idxno=311954
[불광미디어 – 동명스님의 ‘시가 말을 걸다’] 최승자 ‘장마’
http://www.bulkwa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37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