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능선
임우택
4월엔
그대의 허리에
눕고 싶어라
숲 속에는
수줍은 소녀들이
산마루 언덕 위
나무 그늘에서부터
길 한가운데에까지
자리를 잡고
떼 지어 앉아
누굴 기다리나
60년 4월이었다지
젊은 순결들이
피를 철쭉처럼 뿌리며
고개 넘어갔다고 하는데
그 후
소쩍새도
초저녁 슬픔으로 찾아와
지친 눈물 뿌리다 가고
사월의 탑골 산마루엔
그렇게도 붉은 꽃잎들이
목 놓아 울었다고 하지
어둡고도 긴 밤
순결한 자유와 양심
민주의 피 끓는 외침마저
수갑을 채워버린
짓밟힌 긴 세월 속에서
여기 저기
말 못하는 멧새들이
핏방울 뿌린 능선마다
멍울진 가슴으로 피어나
4월이면 또 다시 타오르니
우린 네 등줄기를
진달래 능선이라 한다.
[ 2021년 4.19 예술, 문화 공모전 최우수 ]
☆ [진달래능선] ㅡ 수상 소감
삼각산은 우리나라의 상징이자 역사이기도 합니다. 진달래능선은 삼각산을 오르는 시민들에게 친근하고도 익숙한 산행길입니다. 사람들은 진달래 능선 위에서 만경봉, 백운봉, 인수봉의 희고 곧고 아름다운 삼각산을 마주하며 감탄합니다. 불꽃같은 삼각산은 우리들의 큰바위얼굴입니다. 진달래능선 위에서 우리는 큰바위 얼굴을 보고 어머니, 아버지와도 같은 산을 오릅니다.삼각산 세 봉우리를 바라보고 심호흡을 한 후 반가운 마음으로 산을 오르는 것입니다.
삼각산으로 올라가는 진달래 능선의 품 안에는 민주 열사들과 자주와 독립을 위한 투쟁의 삶을 살다가 돌아가신 선열들이 묻혀 있습니다. 광복군 무명용사들도 묻혀 있습니다. 이분들은 우리 역사 속에 빛나는 아름다운 정신이며 정의의 불꽃과 같은 분들입니다.
사월이 오면 진달래 능선에는 진달래꽃들이 곳곳에 피어납니다. 어린 누이처럼 곱고 순박한 꽃들이 삼각산을 붉게 단장하는 것입니다. 저는 사월의 꽃들을 바라보며 60년 4.19를 기억했습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피 흘린 순결한 젊음이들의 희생과 아픔을 기억했습니다. 독재에 저항하며 항거했던 고귀하고 순결한 젊음을 진달래꽃들의 함성으로 상상해 보았습니다. 수상시 [진달래 능선]은 그 함성과 소망, 희생과 아픔을 표현한 것입니다.
사일구는 미완의 혁명이었습니다. 일년 후 쿠데타에 의해 만들어진 군사정권은 또다시 민주주의를 억압하였습니다. 그것이 60년에서 90년, 한 세대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91년에서 2021년 또 한 세대가 지났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민주주의는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독재 권력의 후예들에 의해 시련을 겪고 유린 당하고 있습니다.
91년 경 나는 고등학교에서 신문반 지도교사로 제자들과 학교신문을 제작하였습니다. 당시 신문반 학생들은 4.19를 주제로 '미완의 혁명'이란 제목의 특집을 만들었습니다. 신문반 학생들은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고 공부하며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당시 교감 선생님은 학교 신문을 미리 검토하였습니다. 검열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4.19를 미완의 혁명이라 표현했다며 학생들이 취재한 기사 내용을 붉은 싸인펜으로 칠하였습니다. 검열 후 특집을 싣지 못하게 했습니다. 기사를 만든 제자들은상처를 입고 좌절을 경험했습니다. 교감선생님은 민주주의를 불온시하였습니다. 그로부터 또 30년이 지났습니다.
36년 식민지 지배와 12년의 독재, 30년의 군사정권 아래에서 권력을 쥐고 있던 사회의 지도층은 아직도 실권을 쥐고 있습니다. 선출된 권력은 기껏해야 4년에서 5년입니다. 한 평생 권력을 누리고 대물림까지 하는 소수의 권력은 우리의 정치와 경제, 교육과 사법, 군부와 경찰, 언론과 종교까지 장악하고 있습니다. 소수의 상부층 사람들은 스스로를 보수라 말하며 카르텔 권력이 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아직도 사월의 알맹이인 민주주의 정신을 불온하게 여깁니다. 그들은 생활과 노동 현장에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백성들을 탄압을 하곤 합니다. 아직도 민주주의는 우리 시대 속에서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껍데기들에게 고난을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신동엽 시인은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고 노래하였습니다. 민주주의는 껍데기들과 반민주, 외세와 사대주의자들에 의해 불온시 여겨지고 심지어 빨갱이로 매도되곤 하였습니다. 민주주의는 아직도 시련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봄이 오면 4.19의 순수한 정신은 변함없이 다시 피어나 우리를 일깨웁니다. 사월의 알맹이는 진달래능선을 타고 민주의 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사일구 혁명기념탑에서 진달래능선을 타고 올라 흰구름 바위, 백운대 정상에 이르는 사월의 정신은 우리에게 알맹이의 정신, 민주의 정신을 가르쳐 줍니다. 우리는 진달래능선의 자락 4.19 혁명기념탑에 묻혀 있는 고귀한 넋을 기억하며 이 땅에 민주주의를 꽃피울 것입니다. 그러면 대한민국은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훌륭한 문화를 지닌 위대한 나라가 될 것입니다.
보잘 것 없는 작품이지만 그 가치를 인정해 준 4.19시민공모전 심사위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021년 6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