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6월 15일 사과밭에 심었던 콩이 씩씩하게 자라나고 있다. 그 당시에는 워낙 가뭄이 심해 콩이 돋아날까 걱정을 했는데 역시 콩은 콩이다. 콩은 스스로 뿌리혹을 만들어 질소고정을 한다고 한다. 콩은 어지간 땅이면 잘자라난다. 그래서 귀농을 한 사람들이 처음 농사를 짓는 것도 콩이다. 그만큼 짓기가 쉽기 때문이다.
▲지난 6월 15일 가뭄속에 심은 콩이 이렇게 싱싱하게 자라나고 있다.
콩은 한 달 만에 어엿하게 자라나 고개를 내밀고 있다. 거름도 주지 않고 농약도, 제초제도 뿌리지 않았는데 이렇게 잡초와 함께 건강하게 자라나다니 콩이 고맙기만 하다.
콩을 심을 때에는 사과밭 전체가 개망초가 만개해 있었다. 그 개망초를 예초기로 베어내고 그 위에 콩을 심었는데 심은 대로 콩이 잘 돋아나 있다. 그런데 콩 밭에는 개망초 대신 쑥들이 촘촘히 돋아나 있다. 잡초도 물갈이를 하는 것이다. 콩은 쑥과 함께 건강하게 자라나고 있다.
▲한달 전 개망초를 베어내고 콩을 심었는데, 쑥이 콩과 함게 촘촘히 자라나고 있다.
그 콩밭에 난 풀을 홍 선생님은 예초기로 베어낸다고 한다. 잡초가 자라나기 전에 미리 한번 정리를 해두면 다음에 콩밭을 관리하기가 수월하다는 것이다. 예초기로 두번 정도 잡아주면 콩밭메기가 끝난다는 것이다. 옛날 우리 어머님들은 호미로 일일히 콩밭의 풀을 뽑아냈다. 콩밭 메는 어머님을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그런데 예초기로 콩밭을 멘다니 세월 많이 변했다. 하기야 다른 콩밭은 아예 제초제를 미리 뿌려 잡초의 씨를 말려놓고 있다. 거기에 비하면 잡초와 함께 자라나는 콩밭이 얼마나 싱그럽고 건강하게 보이는가?
▲예초기로 곡예를 하듯 콩밭의 풀을 베어내는 홍선생님
어떻게 그 좁은 밭 이랑 사이에 있는 풀을 예초기로 베어낼까? 그러나 홍 선생님은 곡예를 하듯 콩에게 전혀 상처를 내지 않고 잘도 베어낸다. 콩을 심을 때 왜 줄을 잘 맞춰 심어야 한다는 것을 누누이 강조한 것을 이제야 알겠다.
사실 나도 집에서 쓰는 예초기를 가지고 갔다. 잘하면 예초기로 콩을 베어볼까 해서다. 그러나 내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 같다.
"그래도 한 번 베어볼까요? 아까 논두렁에 풀을 벨 때에 연습을 열심히 해두었거든요."
"하하, 아직 무리입니다. 이건 자로 재듯 콩 사이에 있는 풀을 정확하게 베어내야 하거든요. 그러니 예초기 연습을 좀 더 부지런히 해 두십시오."
▲예초기로 콩밭의 풀을 베어낸 모습
하기야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나 같은 초짜 농부가 콩밭을 베다가는 콩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혀 줄 것임에 틀림없다. 예초기를 곡예사처럼 돌리며 콩을 베어내는 홍 선생님을 보고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10여 년간 무수히 풀을 베어낸 내공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콩밭에는 복숭아도 익어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사과는 열리지 않고 있다. 나무를 좀 더 튼튼하게 키운 다음에 열매가 열리도록 재배를 하고 있다거 한다. 사과나무는 어떤 알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침묵하고 있다. 기적의 사과를 재배하는 홍 선생님의 정성을 사과나무가 언젠가는 알아 줄 것이다. 아직 열매는 열리지 않고 있지만 가과나무는 건강하게 자라나고 있다.
나는 콩에게 감사를 드렸다. 콩은 불과 1개월 만에 저렇게 자라 인간들에게 맛있는 콩을 열릴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인간인 나는 그동안 무엇을 했단 말인가? 좀 더 자연 앞에 겸손하고 모든 작물을 인간과 동등하게 취급하여야 한다. 인간이 콩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한나의 생명을 가지고 이 지구를 동등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