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곡 왕주의 전통은 한 가족의 대를 이은 노력 덕택에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이 가야곡 왕주의 명인 남상란씨(59·전통식품명인 13호)다.
남씨는 친정어머니 도화희씨로부터 왕주의 비법을 배웠다. 도씨 역시 친정어머니 민재득씨(작고)로부터 왕실에 진상하던 왕주의 제조 비법을 전수받았다. 민씨는 자신의 가문(여흥 민씨)을 통해 왕실로 진상되던 왕주의 제조 비법을 배워 딸에게 전수했고 도씨 역시 딸인 남씨에게 그대로 전해줬다. 지금의 명인인 남씨의 외할머니가 바로 민씨다. 남씨는 이렇게 대대로 내려온 ‘궁중술’의 전통 제조 비법을 남편 이용훈씨(60·가야곡왕주 대표)와 함께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씨는 대량생산을 위한 기계화가 이루어진 지금도 전통 비법을 기본으로 해서 술을 만든다는 원칙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는 쌀을 씻을 때도 선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늘 흐르는 물을 이용한다. 쌀의 잡티 등 불순물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서다. 술밥과 누룩 등을 술독에 앉힐 때 넣는 솔잎도 항상 5~6월에 채취한다. 솔잎 고유의 향과 맛이 가장 왕성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남은 이물질을 없애기 위해 참나무 숯과 말린 고추 3~4개를 띄우는 과정과 밀봉한 뒤 그늘에서 100일간 숙성시키는 과정 등 기본은 모두 전통비법 그대로다.
남편 이씨는 술의 명맥을 단순히 이어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야곡 왕주를 한해 6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브랜드로 키웠다. 알코올도수 13도의 전통 왕주 이외에 25도와 40도짜리 증류주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왕주는 어느새 전국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정연(38)·준연(35)·규연(32)씨 등 3형제도 부모의 뒤를 이어 왕주에 인생을 걸었다. 이들은 어머니로부터 왕주의 전통 제조 비법을, 아버지로부터 왕주를 제조·판매하는 기업의 경영 기법을 배우고 있다. 요즘은 미국에서 유학한 준연씨를 중심으로 왕주의 국제화에도 나서고 나섰다. 최근 양주병과 비슷한 디자인의 증류주 브랜드인 ‘TIME OF KING’(사진)을 내놨다. 외국인의 입을 겨냥한 왕주다. 곧 ‘위스키 말고 왕주 줘’를 외치는 외국인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논산|윤희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