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대사전
유옹 송창재
말이나 글로써
자기를 정확하게 표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말을 줄여가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두 가지의 이유가있다.
첫째는 말 대신 생각을 키워 머릿속에 저장하기 위하여 일부러 쓸데없는 말을 줄이는 것이다.
즉 글의 약효를 더 풍부하게 하기 위하여 약발을 기르기 위한 것이다.
둘째는 단어를 잃어버려서 이다.
정말 황당한 일이지만 어느 때는 말을 하려면 갑자기 떠오르는 단어가 없는 경우가 있다.
그래도 풍부한 단어를 적재적소에 적확하게 사용한다고 어렸을 때부터 칭찬을 받으면서 살았는데, 그렇다고 글쟁이가 요즘 유행한다는 쓸데없이 의미도 없는 단어들을 글에 쓰고 말로 뱉어낼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머릿속에서는 뱅뱅 돌면서 순발력 있게 톡 튀어 나오지를 않을 때는 정말 난감한 경우가 되는 것이다.
글을 쓰다보면 일부러 문법을 벗어나 새로운 수사법을 구사하기도 하고 표준말이 아닌 말들을 사투리가 아닌 새로운 단어로 조어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그때마다 그 상황에 가장 적합한 표현을 위해서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적절한 단어가 생각이 나지를 않아서 그러는 경우도 있다.
물론 특별한 향토적인 분위기를 나타내야 할 경우에나 사회적 계층이나 연령에 따른 표현을 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경우도 더러 있을 수 있다.
산문에서는 설명이 있을 수가 있지만 시를 쓸 때에는 함축된 의미를 표현하거나 내재율을 맞추기 위해서 조어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나처럼 아직 고명한 수필가나 시인이 아닐 경우에는 아주 조심해야 할 치기가 되기 쉬운 일이라 감히 엄두도 내지를 말아야 한다.
맞춤법과 표준어도 모르면서 글을 쓴다고 욕을 먹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위 언어의 마술사라 불리기도 하는 사람들과 마술사까지는 못되더라도 작품집이나 시집을 만들어내어 시장에 내놓아 돈을버는 적이 있던 사람들은 욕을 먹는 대신 새로운 신선한 표현들을 만들었다며 오히려 감정표현의 마술사라고 칭찬을 받는다.
이것이 기득권이며 세상 인심이기에 이러한 인심을 얻기 위하여 열심히 이름을 팔고 다니는 것이다.
말과 글은 사고의 표현이다.
어떤 사고를 표현할 때는 그것을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밖에 없는데...
그 경우에 적확하게 표현할 수 없는 복합적 정서의 집적된 표현이 필요할 때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이때에 “이거야!”하고 떠오르는 단어가 있으면 금상첨화겠지만 자기의 어휘력이 부족하거나 또는 건망증이 심해 적절한 표현을 찾기가 어려울 경우에는 오히려 순간적인 조어가 필요할 때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순발력있는 살아있는 실력일 것인가!
그 조어가 개념이 인식도 안 될 정도로 억지라면 그것은 단어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은 당연할 것이지만 비록 문법상 파격은 있을지 언정 정서와 상황에 맞는 개념이 정확한 표현이라면 그 글의 재미는 정말 생생한 글재미이고, 말재미일 것이다.
새로운 것은 발견되고 발명되는 것이다.
신조어의 생성소멸은 시대의 환경에 따라 부침을 하는 것이다.
언어의 사용에 있어서도 기득권을 주장하며 자기가 알고 있는 표현만을 사용하라고 요구하는 글쟁이들도 많다.
그들의 표현에 의하면 표준어 문법과 맞춤법에 어긋났다는 이유를 들어 그 작품을 폄하하는 것이다.
물론 억지로 견강부회하여 조어랍시고 가당치않은 표현을 하는 사람들도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미묘한 감정의 기복을 표현해야하는 정서적인 글에서 조차도 기득권입네 하고 자기들이 알고 있는 표현만을 주장하는 기성인들은, 이미 쇠퇴한 자기표현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으려 고집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문학은 언어의 표현을 빌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어학을 바탕으로 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어차피 문학적 표현과는 다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억지를 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나라에서 정하는 표준어의 규칙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문학적 표현이라고 신조어를 만든다거나 어떤 단어를 다의적인 의미로 사용을 한다거나...
일반적 의미가 아닐 경우에는, 모든 작품에는 주석을 달아 자기 글의 정확성과 생경함을 설명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가 될 것이다.
이러한 주석도 없이 억지스러운 표현을 문학적 표현이라고 우기는 것은, 대단히 비문학적 치기일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늦게 문학을 시작한 나는 복합적 시어를 만들어 낼 능력도 없지만 잃어가는 어휘를 되잡기 위하여 국어대사전을 주문하였다.
아직까지 국어대사전이 한 권도 없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는...
이제 자주 애용해야 할 것이다.
내가 마술사가 될 때까지는.
첫댓글 지금도 충분히 좋은데..
마술을 기대하게 하시는..
ㅎㅎ
고맙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깜박거려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