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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보유니텍 구평공장에서 원유정제 저장 운반선의 배관 라인을 옮기는 작업이 한창이다. 선보공업은 가로 세로 높이가 21m 7m 21m인 배관 라인 9세트를 대우조선해양에 납품했다. |
- 혁신으로 공정단축·비용절감
- 한국 조선산업 경쟁력 높여
- 곁방살이 작은 사무실서 창업해
- 30년 만에 8개 공장으로 키워
- '기술 제일주의' 미래비전 선포
- 기자재 산업 위기 타개 나서
조선산업이 불황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지만, 조선업계에선 대한민국 1위가 세계 1위라는 자부심이 여전하다. 그래서 기술력 및 생산능력에서 세계 1위로 손꼽히는 모듈 유닛(MODULE UNIT) 제작회사가 부산에 있다는 사실이 더 도드라진다. 바로 30년 전통의 조선기자재 전문 생산업체인 선보공업(주)이다.
모듈 유닛이 조선산업에서 왜 중요할까. 선박의 기관실은 주 엔진 외에 많은 장비가 다양한 역할을 하며 유기적으로 구성된다. 이 때문에 의장 작업 기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난이도가 높다. 이런 복잡한 의장 작업을 모듈화하여 한 세트로 제작하면 조선소에는 전체 선박 건조 공정의 단축과 품질 향상, 안전사고율 저하 효과를 주고, 선주사에는 관리 비용 절감 효과를 준다. 모듈 유닛이 우리나라 조선 경쟁력을 높이는 또 다른 요인인 셈이다. 선보공업은 1993년 연료오일 공급 유닛(Fuel Oil Supply Unit) 개발에 성공한 이후 1995년 선박 엔진용 연료오일 정화 시스템(Fuel Oil Purifier System) 개발 등을 통해 본격적인 선박용 모듈 유닛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선보공업은 선보유니텍(주), 선보하이텍(주) 등 3개 법인이 부산에 6개, 전남 영암에 1개, 전북 군산에 1개 등 모두 8개 공장을 가동하며 현대 삼성 대우를 포함한 주요 조선소에 모듈 유닛과 함께 해양플랜트 기자재 및 친환경 선박용 연료공급장치를 공급하고 있다.
■기술 제일의 '퍼스트 무버'
부산 사하구 무지개공단에 자리 잡은 선보공업(주) 본사. 이 회사가 자랑하는 신제품 전시장인 2층 홍보관을 지나 3층 사무실로 들어가는 복도엔 'ISO9001' 'ISO14001' 등 각종 기술인증서와 '국가생산성대상' '동탑산업훈장' '산업포장' '부산산업대상' '인적자원개발 우수기관'을 비롯한 상장 및 상패가 빼곡하다. 이곳에서 만난 선보공업(주) 최금식 대표이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이 회사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다.
그가 사훈으로 내건 '항상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자'의 귀결점은 '기술 개발'이다. 이는 30년간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비결이자 조선산업의 위기를 돌파할 무기이기도 하다. 그는 강조한다. "고객을 만족하게 하는 것은 제품의 기술이다. 이것이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이유이며, 앞으로 선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이 같은 선보공업의 의지는 지난해 선포한 '선보 PLUS 2020'에 담겼다. 시장개척(Pioneer) 기술선도(Leading) 협력단결(Unity) 강한정신(Spirit)을 핵심가치로 생산성을 두 배 강화하고 비효율을 제로(0)화해 매출액 3800억 원과 전략사업 40% 증강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김청욱 상무는 "대기업조차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지 목표를 정했다"며 "20여 명의 연구진이 포진한 기술 개발과 함께 도면 설명회, 자재 검열, 전사적 자원관리(ERP)를 통한 품질혁신으로 부산 조선기자재 업계의 자존심을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조선업계는 2008년 이전 양적 성장 시기를 거쳐 2009~2014년 해양플랜트에 주력하다 지난해 이후 5, 6년은 친환경 선박이 대세를 이룰 전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왜 그렇게 많은 해양플랜트를 수주하고도 실패했을까. 해양플랜트는 쉽게 말해 정유공장을 배 위에 올리는 공정인데 이를 자체적으로 할 엔지니어링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핵심 기술을 외국에서 사와야 하니 앞으로 남고 뒤로 손해 보는 장사가 된 셈이다.
김 상무는 "앞으로 3년이 조선업계 최대의 위기"라며 "조선업계가 힘들어도 선보공업이 버텨나가는 이유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빨리 트렌드를 파악하고 선투자한다. 그런 역량을 2000년대 초부터 비축해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선보공업은 연구개발 프로세서 확립과 21건의 특허 등록, 심사 중인 특허 15건을 바탕으로 조선, 해양, LNG 분야에서 다양한 신제품을 개발 중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정부 형식승인을 얻은 평형수 처리장치(BWMS), 태우거나 버리던 LNG 가스를 100% 재활용해 연료 효율을 극대화하는 세계 최초 선박용 FGSS(Fuel Gas Supply System) 납품 완료 및 경제성 FGSS 개발 등이 눈에 띈다.
■조선용 배관 전문가가 일군 성과
선보공업은 조선용 배관 전문가인 최금식 대표가 1986년 동업자와 300만 원씩 투자해 자본금 600만 원으로 시작한 남영공업이 모태다. 책상 2대와 전화기 2대를 장만해 남의 사무실에서 곁방살이를 했다. 사업 아이템은 해수와 오일에 함유된 각종 이물질을 걸러주는 장치인 여과기(Strainer)와 자동차의 머플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선박 엔진 소음기(Silencer)를 자체 기술로 개발하는 것이었다.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조선업계에 입문한 최 대표가 수입에 의존하던 조선기자재들을 국산화하겠다는 꿈을 실현하고자 황무지로 나선 것이다. 최 대표는 아직도 당시 사용하던 사무실 전화번호 끝 네 자리를 자신의 휴대전화와 회사 대표전화 번호로 사용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선박 기관실 모듈 유닛 개발로 선보공업은 본격적인 성장기를 맞았다. 선박 엔진용 연료오일 정화 시스템(Fuel Oil Purifier System)은 조선소 독에서 30일 이상 걸리던 공정을 7일 이하로 단축하는 획기적인 성과를 거뒀다. 2004년엔 세계 최대 규모 원유정제저장운반선(FPSO) 핵심 공정을 유닛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2005·2007·2009년 무역의날 행사에서 1000만불·3000만불·5000만불 수출탑을 받았다.
선보공업은 1997년 한마음운동을 시작으로 2003년 LIFT21 운동, 2007년 경영혁신 원년 선포, 2009년 종합생산성관리(TPM) 등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 운동을 벌여 연평균 매출액이 3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ERP와 SCM(공급망관리)을 연계한 '선보조달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적기 자재 입고율 94.8% 향상, 생산자재 입고율 124%를 달성했다.
선보공업은 2007년부터 3년간 연평균 84명의 신규 인원을 채용하고 부산기계공고와 자매결연을 통해 장학금과 실습장비를 지원하고 있다. 부산서부교육청의 'UP스쿨' 활동 지원, 부산 사하구와 영도구에 연말 이웃돕기 성금 기탁, 다수 사회복지시설에 정기적인 기부와 봉사활동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임은정 기자
◇ 선보공업(주) 연혁
1986 남영공업 창립
1996 선보공업(주)으로 법인 전환
1998 사내 부설 기술연구소 설립
2003 선보유니텍(주) 구평공장 준공
2006 선보하이텍(주) 영암공장 설립
선보유니텍(주) 영도공장 신설
2009 5000만불 수출탑 수상
2010 선보하이텍(주) 군산공장 신설
국가생산성대상 수상
2012 동탑산업훈장 수훈
2014 FGSS 세계 최초 실선 공급
2015 한국산업대상 '품질혁신대상' 수상
부산시 고용우수기업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