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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8.- 157차 산행] <지리산-피아골> 단풍 산행 (2)
*[산행코스] 성삼재(04:30)→ 무넹기→ 노고단 고개→ 임걸령(아침식사)→ 피아골 삼거리→ (내리막길)→ 피아골→ <피아골대피소>→ 피아골 연곡천→ 구계포교→ 삼홍소→ 표고막터→ 직전마을 <지리산 식당>→ 연곡사 / (주차장)→ 귀경
♣[노고단에서 지리산 능선을 타다] — 신선한 바람결, 청정한 아침공기
☆… 오전 7시 경, 노고단 주위의 사위가 환하게 밝아 왔다. 오늘은 노고단의 동남쪽 산동마을 쪽과 북쪽의 바래봉 계곡 사이에 운해가 아주 낮게 드리워져 있다. 이제 산행이 시작했다. 시퍼런 산죽이 서걱이는 산길은 완만했다. 갈잎으로 변하고 있는 나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열을 지어 나가는 대원들의 발걸음이 경쾌하다. 산의 고도는 1,400m인데 지리산종주 능선이므로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간 산길이다. 고도의 변화가 거의 없는 오르내림이 이어지는 길이다. 아침햇살이 이미 앙상한 나목이 된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든다. 누렇게 변한 갈잎, 아직도 못다한 생명처럼 시퍼런 잎을 지니고 있는 나무들, 계절의 길목에서 과도기의 목숨의 빛깔들이다. 선선한 바람결, 공기가 이렇게 맑을 수가 없다. 요즘 서울에는 중국발 미세먼지가 포함 된 스모그가 연일 도심의 하늘을 채우고 있다. 오늘 아침 지리산의 맑은 바람결이 더 없이 쾌적한 것이다. 밤을 새워 달려온 보람을 느낀다.
♣[지리산 능선 길] — 출렁이는 산줄기와 깊은 산곡의 고요한 운해(雲海)
☆… 길을 걷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아침햇살을 받은 갈잎이 노란 빛깔로 아름다운 추색을 드러낸다. 열을 지어 나아가는 길목에는 철 지난 산죽이 서걱이고 있다. 완만하게 내리는 산길, 다시 완만하게 올라가는 산길을 지나서 시야가 확연히 열리는 고지에 올랐다. 노고단에서 1.5km의 이정표를 지난 지점이다. 사위가 한 눈에 들어온다. 장대하게 출렁이며 뻗어가는 첩첩산의 실체가 눈에 들어오고. 특히 남쪽의 깊은 산곡에는 아침의 운해가 고요하게 고여있다. 노고단에서 잘 보이지 않던 운해가 보이는 것이었다. 경상남도 하동과 섬진강의 그 어름이다. 산을 갈잎으로 누렇게 익어가고 산곡에는 하얀 운해가 세상의 모든 시간을 정지시켜 놓고 있는 것이었다. 운해의 높이가 그리고 높지 않아 거대한 산세에 갇혀 있기는 해도 그것은 신비한 풍경이었다.
☆… 노고단에서 2km 경과한 이정표가 있는 전망대, 노란 햇살이 온 산야를 내리고 있었다. 역광으로 햇살을 받은 억새가 눈부시게 빛난다. 산을 이미 가을 지나 겨울의 분위기를 풍긴다. 눈을 들어 바라보면 반야봉의 거대한 산체가 압도해 오고 남쪽으로는 왕시루봉의 산줄기를 넘어 멀리 섬진강의 운해가 시야에 포착되기도 했다. 산길을 걷다보면 보는 장소에 따라 그 운해의 풍경은 시시각각으로 달라진다. 때로는 섬진강의 한 자락이 은빛으로 보이기도 했다. 산 능선의 고지에는 신선한 바람결이 가슴을 열어주고, 고운 아침 햇살이 더운 이마에 내리는 시간이다.
♣[지리산 돼지령-임걸령] — 화사한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갈대밭
☆… 오전 7시 30분, 돼지령에 이르렀다.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고 있었다. 대원들이 이정표를 배경으로 하여 포즈를 잡았다. 잠시 머물러 숨을 고르고 사위를 조망했다. 그리고 다시 완만하게 내리막를 내려가서 갈대밭이 있는 안부에 이르렀다. 마른 대궁이 빽빽하게 우거진 곳에 바람결이 스산했다. 피아골삼거리(갈림길)를 지나는 길목의 누렇게 물든 갈잎들이 고운 빛살을 뿜어내고 있었다. 오전 7시 50분, 샘이 있는 임걸령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임걸령의 아침햇살
♣[불타는 지리산] — 임걸령에서 피아골대피소까지의 선홍빛 비경
☆… 오전 8시 30분 임걸령을 출발하여, 다시 피아골삼거리 가림길로 돌아와 하산길에 접어들었다. 피아골 연곡천으로 내려가는 산길이다. 길은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곳곳에 나무테크의 계단을 만들어 놓기도 했지만, 험한 돌들로 만든 계단길이어서 몸무게 부담을 느끼게 하는 산길이다. 피아골은 지리산 팔경 중에 하나인 단풍(丹楓)으로 유명한 계곡이다. 이어지는 산길 곳곳에 진홍의 단풍과 노랗게 익어가는 갈잎, 아직도 신선한 초록의 빛깔을 드러내고 있는 나뭇잎, 온 산은 맑은 물감으로 화려한 수채화를 그리고 있었다. 급경사로 내려가다 문득 고개를 들면 빨간 단풍물이 쏟아지고, 그 화려한 단풍 사이로 파랗게 드리워져 있는 가을 하늘이 보인다. 빛이 거기 있었다. 파란 하늘에서 쏟아지는 맑은 빛으로 하여 단풍을 더옥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피아골 단풍, 지리산이 불타고 있었다. 그렇게 단풍에 물들고 화사한 햇살에 취하듯 내려왔다.
♣[지리산 피아골] — 피아골대피소, 모든 대원들이 합류하여 휴식을 취하며
☆… 오전 9시 50분 피아골대피소에 도착했다. 승조 대장이 배낭을 내려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능선의 삼거리에서 2km 내려온 지점이다. 맑은 바람결이 더운 가슴을 식혀준다. 산장 앞 숲 그늘에 쾌적한 쉼터가 있고 주변의 단풍나무가 가을의 뜨거운 서정시를 쓰고 있다.
단풍에 취해서 옷벗고 눈을 감은 사나이
☆… 피아골 피아골은 지리산 주능선 상의 삼도봉과 노고단 사이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모여드는 골짜기로 동으로는 불무장등(1,446m) 능선, 서로는 왕시리봉(1,214m) 능선 사이에 깊이 파여 있다. 피아골은 자연미가 뛰어난 경관과 단풍으로 잘 알려진 골짜기로 골이 깊고 아름다룬 등산로이다. 또한 불무장등은 남부능선과 왕시리봉 능선과 함께 지리산 남부를 대표하는 긴 능선으로 종주파 산행인들이 찾는 산행 대상지이다. 특히 지금 같은 가을, 피아골에 서면 오색으로 곱게 물들인 단풍이 산등성이와 골짜기를 타고 내려오면서 형형색색 자태를 뽐내는 곳이다. 지리산 노고단과 반야봉 사이에 자리 잡은 피아골은 온 산이 불타는 듯한 단풍으로 지리산 팔경의 하나로 꼽힌다.
♣[피아골대피소의 산인 함태식 선생] — 평생 지리산에 살며 지리산을 지키다
☆… <피아골대피소>는 함태식 선생이 그 여생을 지리산에 바친 곳이다. 1971년부터 <노고단대피소>에서 지리산 지킴이 역할을 하던 함태식 선생이 1987년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생기면서 <피아골대피소> 산장지기로 자리를 옮긴 뒤 2009년 4월 은퇴 후엔 피아골에서 해설사로 활동하다가 2011년 집으로 돌아가지 전까지 머물던 곳이다.
☆… 선생은 1972년 초대 노고단대피소 관리인이 되면서 지리산으로 들어갔다. 쓰레기로 변해가는 산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살을 에는 추위 때문에 한쪽 폐를 자르면서도 노고단 산장을 지켰다.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거나 고성방가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혼쭐을 냈다. 조난(遭難) 당한 사람도 숱하게 구해냈다. 그에게 ‘지리산 호랑이’란 별명이 붙은 것도 이때였다. 1928년 지리산 밑 전남 구례에서 태어난 함태식 선생은 전남 순천중학교와 연희전문학교를 다녔다.
☆… 선생이 1988년까지 노고단 산장지기로 있던 시절, 지리산은 민주화운동 인사들이 힘들 때면 찾아와 기운을 회복해 가던 안식처이자 사랑방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런 인연으로 인권변호사 이돈명 전 조선대 총장,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통일운동가 안재구 교수, 송건호 전 한겨레신문사 사장 등과 두터운 교분을 쌓기도 했다. 저서 1995년 <단 한 번이라도 이 곳을 거쳐 간 사람이라면>, 2002년 <그 곳에 가면 따뜻한 사람이 있다>를 남겼다. 선생이 피아골대피소를 떠나는 날, 지인들이 모여 조촐한 잔치를 벌였다.
선생의 1녀2남의 맏따님 함애리 수녀가 지리산으로 아버지를 찾아왔다
[시] 함태식 선생 지리산 하산에 부쳐
서 한 태
흰덤봉 아래
빨치산 백골터에 백발의 팔순노인,
산에 몸을 부린 후 내려 보낸 골물은
사해를 덮고 떠나보낸 바람은
천지를 채웠구나
범 같은 기개 산에 묻어
지리산 높은 마음과 섬진강 맑은 뜻대로
강단진 어깨 산을 흔들고
서늘한 눈매 삶을 꿰뚫었네
세상은 달리 흘렀지만
애써 남길 티끌은 없도다
그물에 걸리지 않아야 바람이고
울어 눈물을 남기지 않음이 참으로 새임을 깨우쳤으니
이젠 나도 산색(山色)따라
한한(閑閑)한 바람이 가슴을 휘젓는 대로
어드메로나 흐를테지
아소, 벗님네야
그대가 밀지 않아도 안다
시간은 또 지난(至難)한 무애(無碍)이고
돌아보면 마치 거기가 여기인 것을 …
* 피아골대피소 생활을 마감하는 날에 낭송된 시
♣[피아골 연곡천 계곡] — 청랑한 물소리를 벗하는 아름다운 가을 숲길
☆… 오전 10시 25분, 피아골대피소를 떠나 산행을 계속했다. 이곳부터는 연곡천을 따라 내려가는 계곡의 산길이다. 피아골 연곡천은 동쪽의 불무장등 산줄기와 서쪽의 왕시루봉 산줄기 사이의 협곡이다. 대피소에서 직전마을까지 이어지는 4km의 계곡길이다. 군계포교-삼홍교(삼홍소)-표고막터로 이어지는 산곡의 길은 편마암 바윗돌 길이어서 무릎이 약한 대원들에게는 상당히 부담히 있는 길이었다. 그러나 울긋불긋 가을 숲이 드리워진 산길은 쾌적하고 그 풍치가 아름다웠다. 청랑한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를 벗삼아 걷는 길은 바윗돌이 팍팍하여 힘들지만 지루하지는 않았다. 아름다운 단풍의 절경 때문이었다.
♣[피아골 구계포교와 삼홍소] — 산이 붉으니 계곡물이 물들고, 사람의 마음까지 붉어지는
☆… 어느 곳은 진하게 붉은 단풍이 드리어지기도 하고, 어느 곳은 맑은 엽록소의 나뭇잎이 신선한 기운을 더해 주었다. 계곡의 서쪽 기슭으로 걷던 산길이 <구계포교>를 지나면서 동쪽 기슭으로 옮겨가고, 다시 삼홍교에서 명소인 <삼홍소(三紅沼)>를 만난다. 삼홍소는 붉은 단풍[山紅] 빛깔로 인해 산을 비추는 물도 붉고[水紅], 보는 사람의 마음마저 붉어진다[人紅]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표고막터>에서부터 산간도로였다. 숲으로 드리워진 이 길은 직전마을까지 1km이다.
♣[피아골 직전마을] — 우리 몸에 좋은 지리산 산채비빔밥, 그리고 시원한 막걸리 한 잔
☆… 낮 12시 정각, 오늘의 하산 지점인 <직전마을>에 도착했다. 그곳 <지리산 식당>은 대원들이 점심식사를 할 수 있도록 예약이 되어 있었다. 지리산에서 난 각가지 산나물로 만든 산채비빔밤이었다. 나물 특유의 구수한 향기와 고추장이 어울려 참 맛깔스러웠다. 시원한 막걸리 한 잔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모든 대원들이 정담을 나누며 즐거운 식사를 했다. 대명천지 밝은 날이다. 티없이 맑은 파란 하늘이 주위의 산봉에 드리워져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주차장이 있는 연곡사까지 약 3km의 도로를 식당에서 제공하는 타이탄트럭을 타고 내려왔다. 주차장 위쪽에 연곡사가 있다. 후속 대원들을 기다리는 사이 연곡사 경내를 둘러보았다.
♣[피아골 연곡사] — 새롭게 건축된 천 년 도량, 산사의 국화 향기…
☆… 연곡사(鷰谷寺) 역시 연기에 의하여 화엄사와 같은 해에 창건된 사찰로 구례군 토지면 내동리 피아골 남쪽에 위치하여 있다. 임진왜란 때 불탄 것을 중건하였으나 한국전쟁 당시 완전히 소실되었고, 지금은 완전히 중건되어 산뜻한 도량으로 재건되어 있었다.
경내에는 고려 초의 석조 예술을 대표하는 연곡사동부도(국보 제53호)·연곡사북부도(국보 제54호)·연곡사서부도(보물 제154호)·연곡사동부도비(보물 제153호)·연곡사현각선사탑비(鷰谷寺玄覺禪師塔碑, 보물 제152호)·연곡사삼층석탑(보물 제151호) 등이 있다.
♣[에필로그] — 거대한 지리산을 바라보며…
☆… 오후 2시, 귀경길에 올랐다. 연곡천을 내려온 도로는 이내 하동에서 구례로 이어지는 국도로 들어섰다. 섬진강을 따라서 올라가는 도로이다. 도로의 왼쪽은 섬진강이요 오른쪽은 토지면 악양들이었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인 그 들판이다. 알곡이 익어가는 황금빛 들판이 넉넉하고 아름다운 풍경으로 다가왔다. 멀리 장엄한 지리산 산체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가까운 왕시루봉이 마을 뒤에까지 내려와 있다. 구례를 지난다. 구례의 지리산을 이야기할 때 떠오르는 선현들이 있다. 구례 화엄사에 머물면서 지리산에 올랐던 고운 최치원, 구한말 나라 패망의 소식을 듣고 절명시를 써놓고 자결한 매천 황현이 그 분들이다. 그리고 함양의 점필재 김종직이나 산청의 남명 조식 같은 분은 지리산 정기로 일생을 살면서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분들이다. 산이 거기 있고 그 산을 통하여 인간의 생명이 보전되고 당대의 절절한 역사의 숨결이 살아있는 것이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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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문님
멋진 산행기 그리고 멋진 사진에 감사드립니다
사랑합니다....ㅎㅎㅎ
가을은 행복이요
가을은 즐거움입니다
가을은 가는데
가을에 떠밀려 가기 보다는
가을을 밀면서
내가 만든 가을속에서
가을을 타고
멋진 지리산 가을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새재사랑산악회 회원님들
고맙고 감사드리고 그리고 가정에 건강과 행운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