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02 심재호
휴~우! 오늘도 40℃다!
몇
일 전까지만 해도 퇴근하여 집에 도착하면 아내는 물통에 물을 받아 얼린 아이스팩을 넣고 소파에 앉아 발을 담그고 TV를 보고 있곤 했다. 한 낮 태양이 열을 뿜어대듯 핸드폰도 매일
매일 긴급재난문자를 연신 토해낸다. 111년
만의 더위라며 야단법석이다. 마른 장마도 벌써 지나가 버렸고, 시원한
소나기를 기다리며 수시로 핸드폰 앱을 검색해 봐도 비 소식은 감감 무소식이다.
2010년 이후 구리, 남양주, 의정부, 양주
심지어 하남까지 신설아파트의 물량이 6만 세대 이상 경기북부 지방에 쏟아졌다. 서울외곽순환도로의 출근차량은 겨울철 병 속의 꿀 마냥 순환도로 위에 찰싹 들러붙어 거의 흐르지 않는다.
작년 8월에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이 내 생활방식을 바꿔 놓았다. 30분
이상 운전을 계속할 수 없다. 운전을 멈추고 차려 자세로 똑바로 서서 통증을 완화시켜줘야만 한다. 그래서 아침 출근길엔 하남 휴게소에 단 1분 만 이라도 꼭 들른다. 마치 의식을 치르듯이 어깨, 목,
허리, 골반, 무릎 그리고 발목을 풀어 준다. 목과 허리를 스트레칭 할 때면 땐 높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저 멀리
하늘에 눈길이 머물면 구름, 나무, 하늘을 날고 있는 매, 까마귀, 까치, 참새, 고추잠자리, 하루살이 떼 등이 푸른 도화지에 동영상을 그려낸다.
평소 높이 높이 날든 고추잠자리가
오늘 아침엔 주차장 아스팔트 위 삼 사십 센티미터 높이로 날아다닌다. 어린 시절 여름이면 대가지로 만든, 내 키 보다 더 길다란 마당 빗자루로 허공을 휘~이 휘~이 저으며 낮게 나는 고추 잠자리를 마당 바닥으로 냅다 낚아 챘다. 빗자루
댓가지에 걸려 푸르르 푸르르 날개치고 있는 잠자리를 잡아 꽁무니에 길다란 실을 묶어 날리며 가지고 놀았던 기억……
방학을 맞은 아들이 부산에서
올라와 함께 지내고 있다. 아들 덕분에 오히려 내가 저녁밥을 잘 얻어먹고 있다. 제육볶음, 닭 볽음탕, 돼지고기
수육, 감자 된장찌개, 장어구이, 언양불고기, 스파게티 등등. 3주
만에 몸무게가 3kg이나 늘었다. 20대부터 얼마 전까지
몸무게는 61kg 전후였다. 규칙적인 생활을 했던 군복무시절의
몸무게가 66kg이었다.
내가 집에 도착할 즈음이면
저녁을 준비하느라 아내의 얼굴은 이미 땀으로 범벅이다. 선풍기 두 대를 돌리고 있지만 뜨거운 바람 만
꺼이 꺼이 쏟아내고 있다. 사고 초기엔 저녁식사 후 설거지를 조금씩이나마 했는데, 치료가 장기화 되면서 허리에 무리를 주는 일은 거의 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녁 준비 때면 나는 식탁 위에 겨우 수저 놓거나 밥공기를 한 개씩 날라 주는 정도만 하고 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저녁 밥을 준비한 아내를 향해 선풍기를 강풍으로 돌려주고는 혹여나
아내의 심기를 건드릴 세라 조신하게 밥을 먹고 있는데, 아들이 말 폭탄 한 방을 날린다.
“아빠
너무 더워요! 우리도 에어컨 설치해요! 집안을 쾌적하게 해서
삶의 질을 좀 높여요!”라며 아내와 아들은 하던 식사를 멈추고 나를 바라 보았다. 그 순간 나는 마음 속으로 얼른 에어컨 가격을 가늠해 보았다. ‘250만원
가량은 들겠네’라며 내가 머뭇거리고 있으니, 아들의 말에
천군만마를 얻은 듯 의기 양양한 목소리로 아내는
“요즘은
기능이 워낙 좋아져서 하루에 8시간 정도 켜도 전기요금이 5만원
밖에 안 나와~.”라며 결정권도 별로 없는 나의 승낙을 재촉한다. 몇
해 전에 55인치 TV를 살 때에도 둘이서 협공하는 바람에
없앴던 TV를 약 10년 만에 다시 구매했었다.
“삽시다! 이왕이면 엘지에어컨으로 빨리 주문해!”
주문
후 설치까지 2주일가량 걸린다고 하던 판매 담당자의 말과는 달리, 폭염이
시작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행하게도 8일 만에 에어컨이 설치되었다.
신축 건물이므로 에어컨 배관을
미리 뽑아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설치하는데 세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시간이 왜 그렇게 오래 걸렸냐고
아내에게 물었더니, 건축 업자가 옥상에 미리 빼둔 배관의 마무리 작업을 부실하게 해둔 바람에 그 속으로
빗물이 고여, 배관 내부를 청소하느라고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한다. 배관
내부 청소까지 해야 하는 상황을 미리 알았더라면 설치 주문을 받지 않았을 거라고 설치기사 (엘지와 계약된
개인사업자)가 얘기 했다고 한다.
“폭염특보가
내린 날, 그것도 최고로 더운 시간에 정말 고생했을 텐데, 시원한
간식이라도 잘 좀 챙겨드렸어요?”라고 아내에게 물었더니, 시원한
우유에 블루베리와 바나나를 넣고 믹스기로 갈아 만든 주스와 함께 떡과 과일을 대접했다고 했다.
“작업
비용을 좀더 드렸으면 좋았을걸……” 이라고 했더니, 아내도
그렇게 생각하긴 했는데 이 것 저 것 챙겨드렸기에 정상 청구액만 지불했다고 했다.
폭염 중에 에어컨을 샀으니, 매일 저녁 아내는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소파 위에서 잠을 자더니 설치 3일 만에 감기가 걸려 몇 일 간을 앓았다. 사람뿐만 아니라 거실에서
신선한 산소를 공급해주던 해피트리도 시름시름 앓더니 잎이 냉해 입은 과수마냥 연한 갈색으로 시들며 말라져 갔다.
그리고 몇 일 후, 내가 빨래 걷기 위해 옥상에 올라가보니 실외기가 옥상 바닥에 설치되어 있고 벽과는 1m 가량 떨어져있었다. 실외기에서 나오는 열풍이 옥상 벽에 부딪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실외기를 설치한 설치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몇 일 전 갈매동에 에어컨을 설치한 집인데요, 옥상에 설치된 실외기
앞에 벽이 있어 열풍이 빠져 나가는데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실외기를 조금 높게 올려줄 수
있을까요?”
“실외기의
열풍은 일부만 벽에 부딪히고, 벽과 1m 가량 간격을 두고
설치 했으므로 문제는 없을 겁니다.”라며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다행이었다.
“아내에게
얘기 들었습니다. 설치하는 날 최고 더운 시간에 거기에다 배관 청소까지 하시느라 고생이 아주 많으셨다구요? 정말 감사합니다! 너무 수고 하신 것 같아서 조그만 선물이라도 하고
싶은데, 혹 댁이 어디쯤이세요?”
“아닙니다
고생은요, 퇴계원 강남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네~ 가까이 사시네요. 제가 조만간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
설치기사
아저씨와 통화했던 그 주 토요일 아내와 함께 도서관 다녀오는 길에 아저씨가 사는 아파트에서 가까운 한 큰 할인마트에 들러 최고로 크고 비싼 수박을
골라 두고, 아내가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값을 지불한
수박을 할인마트에 시원하게 냉장해 둘 테니 퇴근길에 찾아가 드시라고 했다. 처음엔 마음 만 받겠다면
두어 번 거절했지만 고마워했다.
우리 집에서 아저씨의 아파트까지의
거리는 약 4km이다. 그래서 수박을 집 앞까지 갖다 주며
예수님을 믿느냐며 물어보려고 했으나, 무더운 여름 날엔 남의 집을 방문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마트의 냉장고에 보관해두고 전화로 선물을 전했다. 다음 날 오후 아저씨로부터 수박을 맛있게 잘 먹었다며
전화로 고마운 마음을 전해왔다. 한 더위에 힘들게 일 한 아저씨의 마음에 여름날 한줄기의 시원한 소낙비
같은 수박이 되었기를 기대해 본다.
첫댓글 해피트리 나무 냉기 쏘인 후,
새로나온 순도 말라버렸어요~
냉기는 참으로 무서워요,
한 품은 여인마냥,,
오뉴월에도 서린가 내린다죠?
불쌍한 해피트리 ^^
교통사고 후유증 때문에 고생이 많으시네요.
내 잘못도 아닌 다른 사람 때문에 입은 육체적 고통을 어디다 하소연도 못하니 안타가운 마음입니다.
집사님 가정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군요.
TV에 에어컨에^^^
저희도 에어컨을 구입했는데 주문하고 보름만에 설치했답니다.
불과 한 시간 만에 옥상에다 설치했죠.
지난 봄 태양열 집열판을 구청에 지원을 받아 미리 설치했었죠.
장원이 소식도 들으니 반갑습니다. 큰 일 할 장원이 기도하며 기대합니다.
해프트리가 이름처럼 행복해야 할텐데,
시원함을 얻으니 녀석이 안됐군요, 샬롬~~~!
태양광으로 에어컨 전기는 감당할 수 있죠^^ 잘하셨습니다!
태양광 panel 위의 먼지를 잘 닦아주시면, 효율이 좋게 잘 유지됩니다.
교통사고 후유증은
중보기도 덕분에 좋아지고있습니다..
회장님, 권사님,안수집사님 ..,
감사 합니다🙏
@심재호 집사님. 좋은 의견입니다.
도봉산 자락에 있는 집이지만, 옥상에 판넬을 설차했기에
하루 열 시간 이상 열을 저축할 수 있습니다.
주일에 만나요 집사님,
올해는 일주일만에 설치하셨으면 엄청 빠르게 해주신것입니다.
참으로 다행이십니다.
설치는 당연한 것인데 수박까지 선물하신 마음 씀씀이가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오랜동안 고생이 많으시네요.
하루속히 건강찾으시고 좋은일만 가득하세요.
마음 씀씀이야 ,
현집사님이 훨씬 대단하시죠^^
집사님 고마워요. 불편한 중에 글을 올려 주셨네요.
무더운 날에 아들덕에 체중이 올랐다니 감사하네요. 집사님은 체중이 좀
올라야 보기도 좋고 허리에도 좋을 거니까
아무튼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권사님의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따님과 부산 여행 계획,
참 잘 하셨어요.!
수서역 SRT에서 부산까지 급행은 2:07분 걸려요. 그리고 숙소는 해운대 “토요코인” 비즈니스 호텔이 깔끔하고 저렴~
아침 식사 간단 뷔페 밥, 국까지 줘요~~
배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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