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대 서랍 아래를 뒤적여 보았지만 값이 될 만한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집안 곳곳을 구석구석 어지르며 돌아 다녀 보았지만 손에 넣은 것이라곤 그녀의 지갑 안에 들어있던 4만원이 고작.
아직 날이 덥기에 복면 아래에 차는 습기로 인한 불쾌감으로 얼굴이 저절로 찡그려진다. 서랍을 다시 닫고 얼굴을 감싸는 복면 아래로 손을 집어넣어 볼살을 벅벅 긁으며 주변을 돌아본다.
“ 으읍.... ”
여성의 작은 신음이 밑에서 들려오자 그곳으로 눈길을 보내니 두려움에 가득 찬 눈빛 하나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바닥에 엎어져 있던 그녀는 등 뒤에 밧줄로 묶여져있는 두 손목을 이리저리 비틀어보고 있었다. 저런 작은 움직임으로 풀릴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나름 인터넷에서 매듭을 짓는 법이라든지 묶는 법이라든지 철저하게 조사해왔고 가녀린 그 손목을 꽤나 아플 정도로 억세게 묶어놓았다. 게다가 그녀의 발목 또한 밧줄로 묶어 뒤로 구부려서 손목의 밧줄과 연결해 놓았기에 마치 활처럼 몸이 휘어진 상태인 그녀는 움직임이 상당히 제약되어 있었다.
“ 후욱... 우웁... ”
그녀의 입에서 가뿐 숨소리가 들려온다. 입안에 가득 차있는 천 뭉치를 꽤나 뱉고 싶은 모양이다. 그녀가 비명을 지르면 곤란하므로 손수건을 뭉쳐서 입속에 가득 넣어놓고 미리 준비한 수건으로 입 주위를 감싸서 뒤로 당겨 후두부에 매듭을 묶어놓았다. 쉽게 말해서 재갈을 물렸다. 불편해도 어쩌겠나. 이게 다 절차이자 방식인걸.
품속에 있는 담배를 꺼내 한 개비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여러 가지 교차하는 감정들을 한껏 들이마시고 하늘 위로 내쉬며 풀어놓는다.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된 건지, 인생 참.
타오르는 담배를 든 채로 묶여서 바동거리고 있는 그녀에게 말을 걸어본다.
“ 이봐요, 다음부턴 좀 조심해요. 잠금장치는 보통 처음 암호가 1234 라든지 0000으로 되어 있는데 아무리 카드로만 문을 연다고 해도 암호는 바꿔 놓는 게 좋아요.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이 들어오는 거지. ”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그녀는 여전히 발을 이리저리 비비며 밧줄을 풀어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뭐 조언을 해줬으면 고개라도 끄덕여주면 고맙겠는데.
다시 담배를 한 모금 들이마시고 끙끙대는 그녀를 바라보며 꽤나 야시시한 그녀의 옷차림을 감상한다. 뭐 혼자 사는 모양이니 편한 복장으로 그냥 있으면 그만이긴 하지만 정말 무방비하다. 팬티 한 장에 짙은 갈색의 얕은 카디건 하나 위에 걸치고 있으면 편하긴 하겠지만 옆에 있는 사람 생각도 좀 해줬으면 좋겠다. 아, 실수. 애초에 들어올 사람이 없으니까 저런 옷차림을 하고 있었던 거다. 정정하겠다. 무단으로 침입한 내가 잘못한 거다. 그렇지만 저 가슴에 브래지어조차 착용하지 않은 건 너무한 거 아닌가.
“ 후우 - ”
마지막 담배 연기를 내뱉고 재떨이를 주머니 속에 넣는다. 보아하니 아직 젊은 것 같은데 교육이 좀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