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숲 학교1>
일 : 2019년 4월 17일~19일(2박 3일)
곳 : 실상사-지리산 둘레길 일대-실상사
지난해 8번의 지리산 둘레길 걷기를 사단법인 숲길에서 이어받았다.
청소년들과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던 숲길에서 학교밖청소년들에게 집중하려고 마음을 내어준 것이다.
우리는 참여만 하면 된다. 지난해에도 생명평화대학에서 많은 수고를 해 주셔서 수 많은 걱정에서 놓여 날 수 있었지만
올핸 더 더욱 아이들에게만 관심을 두고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각지의 학교밖청소년들을 모아 진행을 해 보려나 보다. 그리고 생명평화대학 청년들이 좀 더 시간과 몸과 마음을 내어 함께 걷게되어 기대가 된다.
어제는 청소년공간날다는 안산을 다녀왔다. 그래서 푹쉬고 출발시간에 맞춰 날다에 등교하기로 했다.
아침부터 나는 차를 받아야 했고, 그래도 준비물을 챙겨야 했고,
나름의 서류를 살펴 예산을 확인해야 했다.
허겁지겁 날다에 가니 아이들은 늦지 않고 모두 나온다.
단지, 어제 기대도 하지 않았던 *더가 마음을 내어 함께 다녀왔는데
함께 갔으면 하는 오늘의 걷는 숲학교는 오기가 힘들다고 한다.
뒤늦게 *더의 엄마가 전화를 해 늦은 밤 실상사로 데리고 온다는데
모두 잠든 시간에 도착해서 서로 낯도 많이 가리는 아이에게 힘들겠다 싶어 이번엔 쉬기로 했다.
반가운 지음과 대학 청년들을 만나고
원주 참꽃피는학교에서 왔다는 청소년들과
김반장님 안내로 절을 안내 받았다.
날다가 3년동안 실상사를 드나들면서 처음으로 받는 안내다ㅋㅋ. 이것 저것 실상사에서 하고자 하는 일들이 느껴진다.
풀이 무성하게 자라는 공터^^. 늘 풀을 뽑기 위해 자연과 늘 갈등이었고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했는데
사람의 공간과 우주의 공간으로 선을 나누니
갈등이 사라졌단다. 삶의 지혜다. 어쩌면 인간이 자연과 공생할 수 있는 애초의 자세였지 않나 싶다.
안내를 마치고, 둘러앉았다. 첫인사!!
그리고 자기 애칭을 정해 앞으로 이름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노래도 배우고 함께 불렀다.
비슷한 또래들끼리 방배정을 받아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아침 둘레길을 걷기 위해 준비.
오늘 예정되어 있는 길 안내를 받고, 주의사항이나 마음자세를 나누고,
걸맞는 시도 읽고 우리들이 자연과 사람과 평화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약속을 소리내어 함께 읽었다.
그리고 출발~~
실상사 앞을 출발할때까지 나는 함께 걸을지 말지를 결정을 못하고 있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것도 있었고,
무릎이 견뎌줄까? 하는 염려도 있었다.
환희가 속도를 맞춰 걸어줄 수 있을지... 민수가 산속에서 담배를 피우다 혹시ㅋㅋㅋ 염려와
처음인 정아쌤이 역할을 잘 해 줄수 있을지...
그런저런 염려가 나를 함께 걷게 했다.
초입에서 민수는 근호랑짝이 되어 사라지고 없다. 어딘가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겠짘ㅋㅋ.
마을 분들께 그 모습이 어떻게 보일지, 그러니 어떻게 담배를 피워야하는지를 미리 말했지만 소용이 없다.
기다렸다가 또 다시 반복해서 설명한다. 담배를 피우고 싶으면 어떻게 한다고?????민슈!
걷다보니 힘들지 않게 속도를 맞추고 있다.
그리고 원주 참꽃피는 학교 청소년들과 웃으며 걷는다.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비슷할 것 같은데 다르다. 기숙학교에서 몇 안되는 아이들과 학교를 지키고 있는 교사들이
상상되며 그 노고가 짐작이 된다. 그들이 궁금하다. 그들 학교 생활이 궁금하다.
호의가 잘 느껴지지 않은다는 것은 어떤걸까?
나에게도 누군가는 호의를 받아주지 않은 사람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있었을건데...
힘들게 올라간 오르막 길에서, 아니 걷는 내내, 아니 지난해부터 독려하고 다독이고 몸과 마음으로 힘을 보태며 호의를 보냈을 그녀는
오늘도 까였다. 사진한장 찍자는데 핑~~~. 웃고 마는 그녀.
대신 오늘 처음 걷는 아이가 함께 사진을 찍어준다. 발목이 아파 걷기 어려울건데도 사람의 호의를 무시할 수 없었을.
그 마음은 어디에서 자랐을까? 그리고 그런 마음이 어느 지점에서 꺾여 호의가 통하지 않게 되었을까?
근호가 민슈 재원이 가방을 대신 들어주고
그리고도 오르막 길을 헉헉거리는 환희에게 달려가 밀어주고 싶어한다.
ㅋㅋ하지만 손끝도 대지 못하고 물러난 근홐ㅋㅋ
나란한 아이들의 가방에 세월호 리본이 봄볕을 쬐며 좋단다.
잠깐 바람과 햇살로 찾아온 단원고 아이들이 느껴져 뭉클했던 길이다.
... 나일 수 있었다!!!단지 너 였던 것이다. 그러니 남은 우리 잘 살아보자^^
구미가 집이라는 멋진 근호. 너의 끝없는 에너지에 놀랐다. 경석이랑 둘이서 숲길을 함께 뛰어다니면 딱 어울리겠다 싶었는데...
경석이는 말한마디도 걸지 않았을깤ㅋㅋㅋ
점심을 먹었던 창원마을 당산나무.
조별로 둘러앉아 김밥을 먹고, 그늘을 찾아 잠시 쉬고 있는 시간.
그 후로도 우리는 걷고 또 걷고...
그날 밤.
생명평화대학 졸&입학식에서 날다가 불렀던 '터'라는 곳을 경석이 반주로 함께 불렀다.
다시 원곡을 사수하는 경석이를 보며
저건 뭘까? 그렇게 되면 노래를 불러내기 어려운 지경이 될 것이 뻔한데
남자도 많고 여자도 많으니 키를 맞춰 부르자고 설명하고 부르면 우렁차게 불러낼 수 있을것인데
왜 원곡을 다시 사수하는 걸까? 이유가 뭘까? 누가 그걸 설명하여 알아먹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선제쌤도 안되는데 내가 어떻게...
여자 아이들은 서로 죽이 맞아간다.
환희가 가장 언니이다. 언니다운 면모를 보여줘~ 환희야.
아, 그리고 깜빡.
둘째날인가 밤 산책을 다녀왔다.
부처님오신날을 기다리는 오색등이 곱다.
돌아오는 길---.
우리의 만만한 우주쌤!!
환희를 따로 불러 같이 화전을 준비한다.
그렇게 마음을 쓰며 사랑을 전하는 그 마음이 고맙다.
작년 아이들을 만나러 그 먼길을 달려 와 말도 안되는 수업을 하면서
그녀가 겪었을 마음의 고민이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다.
그러니, 환희 너 그렇게 서서 함께 해줘!! 너가 이렇게 곧곧하게 등뼈를 세우고 있는 모습을 보여줘!!
미란쌤이 조금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실 속마음은 아이들이 못다한 우주 수업을 --
미란쌤 집에 찾아와서 노는 것으로 대신할 수는 없을까 --미련이 남아 초대를 받아 갔다가
수업 이야기는 입도 뻥긋 못하고 돌아왔다.
하지만 꿈에 그리던 봄날의 호사를 누렸다.
그래서 미련이 사라졌다.
미란쌤. 고마워!
화전과 커피 그리고 차.
우리는
걷는 숲학교1 을 이렇게 다녀왔다.
다시 한 달 후면 그들을 만나고 잠깐 숲길을 걷고
또 청년들이 주도하는 프로그램을 함께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느끼고 배우고 즐길것인지.....
나는 그 과정에서 무슨 역할을 해야하는지 고민이 된다.
기대와 현실에서 나는 내 포지션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