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6. 27
날씨가 정말 무덥다. 너무 더운 나머지 집 밖을 나가기가 무서울 정도다.
그런데 이미 프로농구는 FA 시장이 열릴 때부터 여름이 시작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핫한 소식이 많았다. 주력으로 뛰던 선수들이 이렇게 팀을 많이 옮긴 적이 있나 싶을 정도다.
가장 놀랐던 계약 소식은 역시 오세근 선수의 SK 이적이었다. 계약이 발표되기 전, 오세근 선수가 팀을 옮길 수도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하지만 첫 FA도 아니었고, KGC에 입단해 많은 것을 이루고 함께 했기에 이적을 결심하기는 정말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세근 선수는 장고 끝에 SK로의 이적을 택했다. 중앙대 시절 우승과 연승의 위업을 함께 달성했던 김선형 선수의 곁에 서기로 했다. 김선형, 자밀 워니 선수가 건재한 SK는 안영준 선수가 군 복무에서 돌아온다면 더 무서워질 팀이다. 나이가 많은 편이라고 하지만, 나이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두 선수가 어떤 호흡을 보일 지 기대된다. SK도 더 견고해지지 않을까 예상한다.
문성곤 선수(KGC→ KT)와 양홍석 선수(KT→ LG)의 이적도 놀라웠다.
먼저 문성곤 선수의 이적 기사가 나왔고, 연이어 양홍석 선수의 팀 이동 소식도 전해졌다.
두 선수 모두 팀에서 굉장히 좋은 활약을 해왔기 때문에 팀을 옮기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KT에서 새롭게 지휘봉을 잡게 된 송영진 감독님은 수비에서 더 힘을 실어줄 선수를 원했던 것 같다. 현재 KBL에서 ‘수비는 문성곤’이라는 공식을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양희종 선수가 수비로 흐름을 바꾸고 승리에 기여하는 역할을 잘 해왔는데, 오랫동안 ‘캡틴’으로부터 많은 것을 전수받은 문성곤 선수의 노하우와 에너지가 KT에 이식된다면 더 발전된 팀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LG에서 훌륭히 첫 시즌을 마친 조상현 감독은 3번(스몰포워드) 자리에서의 갈증을 좀 느꼈던 것 같다. 양홍석 선수의 가세는 LG의 부족했던 부분을 메우고, 선수층을 더 두껍게 만들어줄 것으로 보인다.
김준일 선수가 현대모비스로 팀을 옮기긴 했지만, 박정현 선수가 군대에서 돌아오기 때문에 1번부터 4번까지 굉장히 탄탄한 멤버로 구성이 되었다. 게다가 벤치의 다른 선수들도 지난 시즌 선전한 만큼, 조상현 감독과 하는 2번째 시즌은 더 잘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LG가 기대되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바로 아셈 마레이 선수다. 지난 시즌은 중요한 시기에 부상으로 플레이오프를 소화하지 못했다. LG 팬들만큼이나 본인도 아쉬움이 클 터. 이번 시즌은 더 강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기대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되는 팀은 KCC다.
지난 시즌 허웅 선수와 이승현 선수의 영입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는 악재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최준용 선수의 가세로 더 막강해졌다. 송교창 선수까지 제대한다면 정말 말도 안 되는 라인업이 완성된다. 이호현 선수도 FA로 이적해왔기에 국내선수 구성이 정말 알차게 됐다고 본다. 중요한 건 조직력이다. 선수들의 호흡만 잘 맞는다면 무서운 팀이 될 것이다.
이번 비시즌에는 코칭스태프 교체도 많이 이루어 졌다.
KT, DB, 한국가스공사의 팀 컬러에 많은 변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송영진, 김주성 감독은 중앙대 시절 함께 동고동락하며 팀을 대학무대 정상으로 이끌었다. 이제부터는 감독으로 선수단을 이끄는 경쟁 상대가 되었다.
지난 시즌이 조상현-조동현 감독의 형제 대결이 눈길을 끌었다면 새 시즌에는 서로를 잘 아는 송영진-김주성 감독의 대결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 같다.
선수 시절 ‘2대2 마스터’라 불렸던 강혁 감독이 만들 가스공사 팀도 기대된다. 주축이었던 이대성, 정효근 선수가 팀을 떠났다는 점이 아쉽지만, 스포츠는 절대 강자도, 약자도 없다. 뚜껑은 열어봐야 알 수 있다.
KGC의 다음 시즌도 궁금하다. 오세근, 문성곤 선수가 이적하고 변준형 선수가 군에 입대했다. 한마디로 주축이 모두 바뀌었다. 김상식 감독은 올 시즌 팀 컬러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정효근, 이종현, 최성원 선수 등이 새로 가세한 만큼 팀이 어떻게 바뀌어갈 지 궁금하다. 베테랑 선수들에게 많은 판단을 맡기며 경기를 운영했던 김상식 감독의 운영 스타일에도 변화가 생길 지 궁금하다.
새로운 도전은 선수 본인은 물론이고, 이를 지켜볼 팬들도 설레게 할 것이다.
뜨거운 여름 뒤 찾아올 시즌을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을 모든 선수들을 응원한다. 부상 없이 잘 준비했으면 좋겠다.
그런가 하면,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다. 코트 위 투혼으로 ‘감동 캐롯’이라 불렸던 데이원의 해체 소식이다. 일찌감치 임금 체불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선수들은 지금 소속 없이 인수 팀을 기다리고 있다. 인수할 팀이 나타나지 않으면 드래프트까지 기다려야 한다. 선수들이 더 이상 큰 피해를 겪지 않길 바란다. 또, 무엇보다 10개 팀이 9개로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
한편, 9월에 열릴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대비한 평가전이 오는 7월에 개최된다.
국가대표팀은 지난해 6월, 필리핀과의 평가전에서 승리하며 좋은 흐름을 탈 수 있었다. 이번에는 일본과의 평가전이 2번 잡혀있는데 어느 때보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치러질 것 같다. 베테랑들도 기대되지만, 대학리그에서 활약 중인 문정현 선수와 일본 B.리그에서 뛰어온 양재민 선수가 기대된다. 아직 12명 최종 엔트리가 발표되진 않았지만, 어린 선수들이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서 선배들과 함께 훈련하고 뛸 수 있다는 건 굉장히 큰 기회다.
바로 주축이 될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더 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본인이 제일 잘 하는 플레이에 집중하는 것이다. 나 역시 대표팀 시절 훌륭한 선후배들과 경쟁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하지만 거기서 내가 튀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던 것 같다. 감독님이 나에게 원하는 것을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다. 그리고, 벤치에서도 내가 어느 타이밍에 투입되는지 생각하고, 어떤 플레이를 할 지 계속 생각하며 경기를 지켜봤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내 역할은 양동근 코치님의 백업이었다. 유재학 감독님이 언제 나를 투입시키는지, 어떤 플레이를 원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 경기에 투입되지 않더라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코트에 오래 있지 못 하는 것은 그만큼 내 실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그럴 때는 낙담하지 말고, 하나라도 더 배워보겠다는 생각을 하면 좋다.
일본과의 평가전은 정말 큰 경기다. 어린 선수들에게는 그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설레고 기대가 될 것이다. 준비 잘 해서 더 성장하게 되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지난 시즌은 정말 재미있고, 많은 농구팬들을 기쁘게 했던 시즌이 아니었나싶다. 그 흐름을 잘 이어가며 여름 평가전에도, 그리고 새 시즌에도 더 많은 농구팬들이 경기장에 찾아오시면 좋겠다.
김태술 / 전 프로농구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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