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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겐 자신에게 맞는 그릇뿐만 아니라
맞는 옷과 맞는 사람이 있다.
아니 사람뿐만 아니라
만물에게는 그에 땆 맞는 환경과 풍토가 중요하다.
고구마에 맞는 풍토가 있고 감자에 맞는 풍토가 있고
보리에 맞는 환경이 있고 벼농사에 딱 맞는
환경이 있듯이.
이렇게 화장실의 휴지걸이에 조차도
휴대폰을 올려 놓는 장소가 따로 있고
휴지와 잡지를 따로 놓아 두는 장소가 있다.
물론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애 걸면 귀걸이가 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물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두 말 할 필요가 없으니
인연에 대하여 너무 조급하거나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만에 하나 인연이 없으면 없는 그대로
살아 가면 그 뿐이다.
오늘은 커피도 한 잔 않고
묵은 쓰레기들을 골라내어 버릴 건 버리고
재활용품에 넣을 건 넣어 두고난 후
천천히 집을 나서
라떼가 맛있는 카페를 찾아 나섰다.
커피 자체도 맛있지만
라떼아트가 그 맛을 더 돋우기도 한다.
카페를 나와 서는 순서가 뒤바뀌었지만
배가 약간 출출하여 간단히 요기라도 할 겸
중국집을 찾아 칼자장과 미니 탕수육을 주문했다.
언제 먹어도 이 집의 칼자장은 맛있다
값도 저렴한 편이다.
식사를 한 후 거리로 나와
어슬렁어슬렁 여기저기를 걷다보니
여름꽃 한련화도 활짝 피었고
며칠 사이 이팝나무는 더 활짝 피었다.
그렇게 두어 시간
거리를 산보하듯 혹은 운동삼아 걸은 후 집에 오기 전에
잠시 롯데백화점에 들러 연어 한 팩을 샀다.
연어회는 다른 회보다 좀 더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다.
집에와서 방금 사 온 연어회와 함께 반주를 살짝 곁들이니
하루의 피로가 싹 날아 가는 것 같다.
연어회를 사서 집에 오는 길에
동네 길목 마트에서 귤도 한팩 사와
연어회와 함께 먹으니 그 맛 또한
일품이다.
그러나 겨우 한 잔의 술에도
약간 얼큰 하다.
이대로 그냥 잠자리에 들기에는 무언가
살짝 아쉽다.
결국은 술을 좀 깨야 겠다는 핑게 삼아
거리로 나섰다.
자갈치와 남포동 밤거리.
이 거리를 또 밤에 걸어 보기는
얼마만인 지...
밤거리가 생각보다 아름답다.
내친 김에 영도다리까지 갔다.
결국은 밤거리의 아름다운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영도다리를 건넜다.
영도다리 포장마차 거리.
밤이 꽤 늦은 시간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포장마차에 둘러 앉아
정다운 이야기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고
안주들을 비워내고 있다.
마치 좀 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지만
내 시간은 외로웠고
이들의 시간은 한껏 행복에 부풀어 있다.
부럽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렇게
행복해 보이는 포장마차 안의 사람들을 뒤로 하고
다시 영도다리를 넘어 오는 데
누군가 한 사람이 물끄러미 밤바다를 바라다 보고 있다.
외로워 보인다.
그도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