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제목이 왜 ‘흑산어보’가 아니고 ‘자산어보’일까.
어감이 좋지 않아서 "흑산" 대신 "자산"을 택했다
김훈의 소설 『흑산』에서 정약전은 글을 읽을 줄 아는 창대에게 이렇게 말한다. ‘흑산(黑山)’을 ‘자산(玆山)’으로 바꾸어 부르는 상황을 묘사한 대목에서다.
“玆는 흐리고 어둡고 깊다는 뜻이다. 黑은 너무 캄캄하다. 玆는 또 지금, 이제, 여기라는 뜻도 있으니 좋지 않으냐, 너와 내가 지금 여기에서 사는 섬이 자산이다.”
실제로 정약전은 책의 서두에서 ‘자(玆)’는 ‘흑(黑)’이라는 뜻도 지니고 있으므로 자산은 곧 흑산과 같은 말이나, 흑산이라는 이름은 음침하고 어두워 두려운 데다가 가족에게 편지를 보낼 때마다 흑산 대신에 자산이라고 일컬었기 때문에 자산이라는 말을 제명에 사용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자산어보』에 대해 일부에서는 ‘현산어보’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래의 내용은 안소영의 소설 『다산의 아버님께』 중 일부다.
“아버님은 암울한 검은 빛이라는 뜻의 흑산이란 이름이 싫다며 ‘현산(玆山)’이라 부르셨다. ‘현’은 첫새벽에 여명을 맞을 준비를 하는 하늘의 색과 같은 감청빛을 말한다. 새벽이 밝아오는 그곳에 둘째 아버님이 계신 것이라 여기고 싶으셨을 것이다. 소내 집에서도 모두 그리 불렀다. 다산의 아버님, 현산의 둘째 아버님, 그러다보니 다산과 현산은 자연스레 두 분을 일컫는 별호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