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홈쇼핑의 황금시간대가 오전 9시부터 11시입니다. 그때 홈쇼핑 채널 틀어보면 주로 보험방송을 하고 있죠. 시청자들이 많이 보는 시간에 왜 보험을 틀겠어요? 주력상품이니까요.“
CJ홈쇼핑의 ‘보험 교주’ 장문정(남·35) 쇼호스트. 입사 이후 항상 사내 매출 3위 이내를 유지해왔다는 그는 항상 솔직하고 구체적이다.
“말할 때는 소비자들에게 비교법과 짧고 단순한 말로 강한 인상을 줘야 합니다. ‘앞으로 건강 좋아질까요? 나빠질까요? 우리는 늙고, 죽습니다. 지갑은 얇아지겠죠. 당연히 건강도 얇아집니다. 우리나라 사람 중 상당수가 암으로 죽습니다. 보험을 믿으세요. 당신을 지켜줄 겁니다.’라고 말하죠. 멘트가 솔직하고 정확해야 듣는 사람도 확 와 닿고, 매출도 따라줍니다.”
‘독한 멘트’를 거침없이 쏟아내기 때문에, 입사 초기부터 그에게는 ‘독사’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탁월한 보험 지식을 바탕으로 어려운 보험 상식이나 약관을 날카롭게 분석해 고객들에게 직설적으로 전달한다. CJ홈쇼핑내 최고의 보험 전문 쇼호스트로 꼽히는 그는 작년 사내 ‘베스트 쇼호스트’로 뽑혔고, 보험회사에 특강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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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홈쇼핑계의 독설가' 장문정
“실비 보험은 가입자가 병원에서 쓴 돈을 그대로 돌려주는 상품입니다. ‘건강하셔야죠.' 이런 미사여구 다 필요 없습니다. 난 이렇게 말해요. ‘병원에 가면 카드로 긁죠? 그거 통장으로 넣어줄게요. 이 보험 들면, 병원비 걱정없이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라고.”
그는 이러한 직설적인 화법을 살려 쇼호스트 겸 프리젠터(기업 프리젠테이션 전문가)로도 일하고 있다. 요즘에는 ‘프리젠터’에 대한 책도 하나 쓰고 있단다.
하지만 역시 본업은 ‘쇼호스트’. 그는 다른 사람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다양한 분장을 하고 카메라 앞에 서는 독특한 쇼호스트로 알려졌다. 어린왕자, 마술사, 다방 디제이, 동물 등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기 위해 수많은 탈과 가발을 써봤다.
“방송 초기에 기저귀 방송 때 인형 두 개 들고 나가서 대화했더니 반응이 좋더라고요. 저는 알라딘, 노인, 거북이나 곰으로 분장하기도 합니다. 같은 방송도 1부에는 턱시도를 입었다가 2부에는 연지곤지 찍고 반바지 입은 채 춤추죠. 오후 되면 다시 수트 입고 다른 방송 하고. 쇼호스트들이 보통 쓰는 솔음은 귀가 금방 피로해지니까 저는 저음을 많이 쓰고요.”
쇼호스트들은 종종 방송 사고나 펑크의 악몽을 꾼다. 장씨에게도 아찔했던 사건이 있다.
“4시 방송인데 눈뜨니까 3시반이에요. 미팅하는 3시에는 전화가 빗발쳐야하는데. 다들 곧 오겠거니 한 거죠. 하필 그날 복장도 한복이라 건물 올라가면서 갈아입는데, 내 평생 알몸을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보이기는 처음입니다. 농담으로 게스트한테 감옥 가보셨습니까? 했더니 고개 푹 숙이면서 예 하는 바람에 방송 뒤집어진 적도 있죠.”
현재 우리나라 5개 홈쇼핑사에서 활동하는 남성 쇼호스트는 약 40여명. 대개 30~40대이고, 50대면 고령자 대우를 받는다. 하지만 장문정씨는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미국 홈쇼핑 방송인 QVC를 보면 30년 동안 보석만 다룬 할아버지가 나와서 보석을 소개합니다. 고객 대부분이 여성이니, 어쩌면 남자의 관점이 더 요긴할 수 있죠. 저도 그렇게 오래갈 수 있겠죠?"
김영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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