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쓰고 있는 음악에 대한 분류·용어를 정리하면 국악과 서양음악이 있다. 국악은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의 정악과 속악을 전수받아 연주하는 우리 음악을 말한다. 반면 19세기에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소개되어 이화학당과 배재학당 등에서 가르치기 시작한 서양음악은 ‘음악’이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음악대학은 서양음악을 배우는 곳이고, 전통 음악을 배우는 곳은 국악과다.
지난 번에 소개했던 ‘한국의 슈베르트’ 이흥렬에 이어 그의 아들인 이영조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영조는 위에 말한 서양과 동양을 뛰어넘는 ‘한국 음악 작곡가’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 사람들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서양악보(5선보)에, ‘국악’이 아닌 ‘음악’을 작곡했음에도 그 곡을 연주하는 연주가나 듣는 관객들이 서양음악이 아닌 ‘한국 음악’이라고 느끼게 하는 음악을 쓰는 작곡가가 바로 그이기 때문이다. 국악을 들으면 한국인은 물론이고 외국인들도 한국의 전통음악이라 느끼며 좋아하고 배우기도 하고 간혹 연주가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5선보에 작곡된 우리 가곡이나 기악곡을 듣고 한국 사람이 작곡한 한국음악이라고 느끼는, 느낄 수 있는 곡이 많지 않다.
필자는 미국합창지휘자협회로부터 초청을 받아 울산시립합창단을 이끌고 미국지휘자들의 컨퍼런스에 가서 연주한 적이 있는데 그 때 미국측의 요구조건이 한국의 음악을 연주해 달라는 것이었다. 여기서 요구한 한국음악이란 ‘국악’이 아닌 5선보에 쓰여져 전 세계 음악가들이 보고 연주할 수 있으면서, 음악을 들으면, 악보를 보면 한국음악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음악을 말하는 것이다. 어떤 공식에 의해서가 아니라 느낌으로 한국음악이라는 평을 받아야 하는 그 연주회에서 이영조의 곡을 연주해서 극찬을 받았다.
작곡가 이영조는 독일로 유학하여 칼오르프를 사사하고 모교인 연세대 작곡과 교수로 재직하던 중 공부를 더 하기위해 교수를 그만두고 다시 미국으로 유학하여 박사학위를 받고 모교인 아메리칸 콘서바토리 교수가 되었다. 그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귀국하여 음악원장을 지냈다. 시간 예술인 그의 음악을 듣고 한국 국적임을 알아차리게 하는 그의 실력은 말이나 글로 할 수 없으니 듣고 느껴보길 추천한다.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합창지휘박사
# 추천음악= 이영조 2016년 작곡 ‘Agnus Dei’. 연주=국립합창단(You 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