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side the forest : 2024. 9. 7
수리산 도립공원은 그나마 우리 종주 산-꾼들이 걷는 한남정맥 길의 자존심인 것 같은데요. 우리가 걷고 있는 한남정맥 길 5구간 안에 있습니다.
수리산(修理山). 경기도 군포시, 안양시, 시흥시, 안산시에 걸쳐 있는 산으로 2009년에 경기도의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나무위키, 수리산)
산행후기마다 ‘망가지고 끊겨진 산하, 그중에서도 제일 심하다는 한남정맥’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번 언급했었으니 반복하진 않겠습니다. 다만 이번 5구간 안에 있는 수리산(修理山) 도립공원 안의 봉우리들은 군사보호시설과 함께 있어 접근이 쉽지 않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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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산(修理山)을 구성하는 봉우리에 대한 설명을 찾아 봤는데요. 최고봉인 태을봉(489m)을 중심으로 남서쪽에 슬기봉(451m)이 있고, 북쪽에 관모봉(426m), 북서쪽에 수암봉(398m)이 있다합니다. 물론 이 외에도 꼬깔봉(451.5m), 부대옆봉(365m), 태양산(329m), 너구리산(서래봉, 308m), 무성봉(258m), 감투봉(185m) 등이 함께 있다는데요. 제가 주목하는 것은 수리산(修理山)의 유래입니다. ‘수리산의 지명유래를 『시흥군지』에서 찾아보면..’ 으로 시작하는 수리산 유래, 나머지를 보겠습니다.
첫째는 신라 진흥왕대(539~575) 창건된 것으로 신심(信心)을 닦는 성지의 절이라하여 '수리사'라 불렀다. 그 후 사명을 따 수리산이라 하였다. 둘째는 조선시대 안산군의 진산인 취악을 '독수리봉'이라 불렀는데 독수리봉의 '수리'에서 산명이 유래되었다고도 한다. 셋째는 아주 오랜 옛날 천지개벽이 있을 때 서해안 바닷물이 이곳까지 들어왔는데, 이 산 정상에 '수리'가 앉을 만큼을 제외하고 전역이 물에 수장되었다고 해서 '수리산'이라 불려지게 되었다. 넷째는 조선의 어느 왕족이 이산에서 수도하였으므로 수리산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위의 4가지 설 중에서 둘째의 설은 『대동지지』(1864) 안산군편의 산수에서 "수리산은 읍치에서 동쪽 5리에 있는 산을 태을산 또는 견불산이라고도 이른다. 자못 크고 높은 취암봉(수암봉)이 있는데, 독수리 취자를 일컬어 '수리'라고 한다." 라고 유래를 알려주고 있다. 이상에서 1914년 이전에는 안산의 진산인 취암봉(395m)을 '수리산'이라 하였고, 1914년 이후는 과천 태을산의 거룡봉을 '수리산'이라 하여 현재에 이르는 듯하다.
( -군포시 누리집 https://www.gunpo.go.kr)
인터넷에 떠다니는 ‘산 이름 유래’를 추적하는 가장 많은 참고문헌은 단연코 해당지역의 군지(郡誌)인 경우가 많은데요. 대부분은 위와 같이 ‘수리 = 독수리’ 라거나 한자말을 풀어보려는 노력에 경주해 ‘계룡산’이나 ‘계족산’ 등이 닭과 관련된 산인 것처럼 묘사하는 경우가 많고, 때로는 생김새에 집착하는 경우 또한 다반사입니다.
산행 내내 보이던 각종 버섯들 모습 (2024. 9. 7)
‘옛날 우리 조상들은 산이나 강의 크고 넓다는 의미로 땅이름을 많이 지었다’로 시작하는 ‘우리땅 이야기’의 저자 최재용님의 ‘수리’에 대한 설명을 조금 인용해봅니다.
고구려어 ‘수리’는 높은 곳 또는 맨 꼭대기를 뜻하는 순우리말이며, 이를 어원으로 하는 ‘싸리재, 수리산, 수락산’ 등은 싸리나무가 많다거나 물이 떨어지는 것과는 아무 상관없다는 설명이 이어집니다.
‘수리’라는 말의 흔적은 우리 일상 속에 많이 녹아 있는데요. 일일이 다 열거키는 그렇고, 정수리(머리 꼭대기), 독수리(가장 높이 나는 새), 산봉우리는 ‘봉수리’에서 ‘ㅅ’이 탈락하고 ‘봉우리’가 된 것이라는 설명을 이어갑니다.
이런 설명은 비단 오늘 만나는 수리산(修理山)에 국한된 얘기만은 아닙니다. 전국 각지에 이와 비슷한 사례는 허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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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 중에 먹는 아이스캔디와 당정역 안의 에스컬레이터(2024. 9. 7)
시대가 많이 지났습니다. 불과 10여 년 전의 선답자들 후기에는 여기저기 등산로 들머리엔 막걸리나 식혜를 파는 장사꾼들도 많았다 하는데요. 이제는 편의점들 즐비합니다.
역사를 가로지르는 에스컬레이터는 어떻고요? 이 길이 진짜 정맥길 맞나? 싶기도 하다가는 군부대나 무슨 무슨 보호시설 등을 만나면 어김없이 우회해야 하는 불편함(불쾌감?)이 다반사입니다.
나머지 기록은 영상으로 남깁니다(4구간 영상은 사진방에올립니다)
ps.
내친김에 하나만 더 얘기합니다. 다들 보은 속리산의 ‘천왕봉’은 많이들 가 보셨을 겁니다. 한 20여 년 전(2007년 이전), 정상석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들 있으시면 꺼내들 보십시오.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지금의 정상석과는 다른 검은색 정상석에는 ‘천왕봉’이 아닌 ‘천황봉’ 이라는 정상석이 놓여 있을 겁니다.
이제 옛 이름을 되찾은 속리산 최고봉의 모습이 새삼 늠름해 보이실 겁니다.
지난 4구간 후기를 영상으로만 남기고 그나마 카페에 올리지 않아 찜찜했었는데요. 오늘은 그동안 풀어내지 못했던 산 이름 유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시원합니다.
첫댓글 막바지 여름과 가을의 초입에서 칙꽃 향내와 여무는 밤송이를 같이 만났습니다.
수리산에 왔는데 정작 수리봉은 어디에 있느냐며 찾던 무지한 초보 산꾼은
후기를 보고 나니 산 전체가 보입니다.
수리산은 높지 않으면서 단아하고 강인함을 고루 갖추면서도
빼어나고 아름다웠습니다.
산이름의 유래와 정상석까지 비교하여 주신 덕분에
개념있는 산꾼으로^^ 걸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