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묵시아까지 관광객이 되어 투어하러 가는 날.
미리 예약한 약속 장소로 향하는 길.
제법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다.
앞줄이 어딘 줄 몰라 두리번거리고 있었더니 뒤로 가라며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잠시후 투어담당인 사람이 와서 인원수를 헤아리더니 따라오라며 앞장 서는데 아뿔사, 첫번째 사람이 서있던 곳과 정반대로 움직인다.
졸지에 앞줄이 맨 나중이 되는데도 아무런 불평없이 따라간다.
또 한 번 문화의 충격
불합리하다며 따질 법도 한데 담당자에게는 한 마디 하질 않는다.
결국 버스 승차는 늦게 온 사람이 먼저 타게 되는 해프닝이 벌어진다.
버스에 올라 운전자쪽 좌석으로 바꿔 탔다.
순간의 선택이 버스 차창밖 풍경을 아름답게 만들었다.
찰나의 자리바꾸기가 참 현명했다.
아름다운 항구도 만나고 시원스레 쏟아지는 폭포도 보고 피스테라로 향한다.
길 옆으로 걸어가는 순례객들도 제법 눈에 띈다.
피스테라 등대 절벽에서 대서양을 바라보고 선다.
세상의 끝이라는데 수평선만 덩그러니 보이고 별 실감이 나질 않는다.
돌십자가에는 길을 마치고 간 순례객들의 갖가지 기념물이 놓여져 있다.
묵시아에는 야고보의 시신을 싣고 온 화강암 배가 보인다.
돛대와 배 형상이라고 보기엔 그닥 잘 와닿지는 않았다.
예전엔 여기서 옷가지나 신발을 태웠다지.
지금은 환경오염으로 인해 금지되었단다.
기름유출로 바다가 검게 물들던 사고를 기억하자는 커다란 조형물도 세워져 있다.
걷기만 하다 눈으로만 보려니 그저 관광이구나 싶다.
산티아고 길의 기억은 너무도 강렬하다.